뉴질랜드 대사관 성추행, 애써 눈 감는 이유?
뉴질랜드 대사관 성추행, 애써 눈 감는 이유?
  • 김영현 기자
  • 승인 2020.09.02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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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에서 본 한국, 코리아

한국과 뉴질랜드가 미묘한 갈등을 겪고 있다.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발생한 외교관 A씨의 현지 직원 성추행 문제가 지금도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2017년 이임했지만 재임 중 동일인을 3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7월 후반 뉴질랜드 현지 언론이 활발히 보도했고, 이에 따라 한국 언론도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와대가 진상 조사에 나서면서 소동은 진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요즘 그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8월 24일 이 사건에 관해 그동안 우리 외교부가 잘못 대응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국민과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 대해서는 별개의 문제라며 사과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발언은 뉴질랜드 언론에서도 보도됐다. 한국에 상주하는 영국 프리랜서 언론인 라파엘 라시드 씨는 강 장관의 발언이 전대미문이라며 그 배경에 대해 문 대통령이 당혹스러워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7월 하순 뉴질랜드 측이 A씨의 인도를 요구했지만 외교부는 빈조약에서 허용하는 외교관의 신병 불가침, 이른바 불체포특권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언론은 날카로운 논조로 보도전을 펼쳤다. 인상적인 것은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에 가까운 언론 한겨레가 이번 사건은 국제적 망신이자 외교부의 안이한 대처였다고 통렬히 비판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한국 국내에서의 다른 성추행 사건에 비해 정부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보더라도 반응이 더딘 편이다.

한국에서는 성추행 의혹이 고발되면 사회가 크게 반응한다. 외교관 성희롱 문제도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지만 한국 외교부는 어떤 사건에든 신속하게 대응해 성희롱 외교관을 징계했다.

아무래도 사회의 "온도"가 낮다. 그것은 이 성추행 의혹의 특수성에 힘입은 바 크다. 지금까지의 성희롱 사건은 남성이 여성에게 작용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남성이다.

가해자 남성이고 피해자가 여성이었다면 한국인이든 아니든 한국 사회는 크게 반응해 왔다. 한국에서는 적어도 박근혜 정부 이후 페미니즘에 의식이 높아지면서 일본보다 성추행에 대해서 민감한 부분이 있다. 

또 페미니즘 의식이 고조되던 시기에 겹치듯 한국은 세계 최첨단 인터넷 통신망이 구축되고 소셜 미디어가 사회적 힘을 갖게 됐으며 성희롱을 고발하는 Me Too 운동에도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에서의 여성 지위 향상을 정책의 하나로 내걸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남성 성희롱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도 하나가 되어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이 사건을 다루기 어려운 것은, 근본적인 이유로서 한국과 뉴질랜드에서의 성소수자에 대한 수용도의 차이에 있다고 보인다.

일본에서도 이들에 대해 사회가 얼마나 열려 있는지는 아직 물음표가 붙지만, 한국은 그 이상으로 열려있지 않다. 이 문제에 대해 나라마다 가치관이나 도덕관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거나 비판할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취재를 하다 보면 한국의 경우는 닫혀 있다고 해야 할 정도로 성 소수자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젊은 세대들도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지만 성 소수자는 먼 존재로 여긴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후 충격을 받은 게 뭐냐고 물으면, 남자인데도 여장을 한 연예인이 활약하는 것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다.

TV 드라마 ‘이태원 클래스’에 출연해 일본에서도 화제가 됐던 홍석천처럼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연예인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TV에 나오는 건 좋지만 그런 사람이 근처나 회사에 있는 건 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상당수라는 게 실감이다.

그에 반해 뉴질랜드는 성소수자에 대해 상당히 많이 열려 있다.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히고 있으며, 히로시라는 이름의 일본인으로 보이는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소수자가 대사로 해외에 파견된다는 것은 서구에서는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성소수자에게 열려 있다는 건 남성 성희롱도 일어나기 쉽다는 얘기다. 그리고 남성에 대한 성희롱이나 여성에 대한 성희롱 모두 동등하게 취급된다. 그런데 한국에선 그런 것들이 아직 순순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뉴질랜드가 목소리를 내도 한국은 당황하기 마련이다.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해 특수한 사안이라고 말해 가능하면 조용히 매듭짓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이 의혹은 우리 사회가 성 소수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제기한다. 우리 사회가 성의 다양성을 얼마나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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