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주자학)의 저주
성리학(주자학)의 저주
  • 하봉규 논설위원(부경대 교수)
  • 승인 2020.08.1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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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봉규 교수
하봉규 교수

조선시대는 주자학의 시대라고  알려져 있다. 무신정변과 외세(몽골, 왜구)  침략에 끌려다닌 고려시대를 종식하고 새로운 왕조의 공식적 철학으로 당시 동북아의 지적 사조인 주자학을  천명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조선시대 500년의 암운을 가져온 시작이었다. 

무엇보다 주자학은 송나라의 시대상황을 유교적 관념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먼저 송나라는 중국역사에서 예외적으로 패기와 굴종의 시대였다. 밖으로는  퉁구스계 유목제국 금나라에 군사적 자립을 포기하고 조공으로 안보를 위탁하여 황제가 금나라에 잡혀가기도 한 왕조였다. 여기서 주자학은 소위 유교를 성리학이란  중도주의  나아가     실행을 포기한 새로운 관념론으로 대체했다. 

주자학이 무서운 것은 성리학이란 모호한 논리로 군사외교에선 굴종을, 국내정치는 전제정과 절대관료제를, 산업으로는 무역(상업)과 기술을 포기한 농업으로 선택하는 방향으로 유도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퉁구스계 유목국가의 일원이었던 한반도가 이러한 중국(송나라)의 소프트웨어에 함몰된 것이다. 

조선시대는  그나마 왕조 초기에 혁신과 부흥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태종  당시 대마도 정벌과 세종시대의 한글 창제와 부흥이 있었으나 이후 쇠퇴와 침체는  예정된 것이었다. 세종 시대도 이면은 노예제의 본격 도입과 빈국의 비밀코드가 내장된 것이었다. 전제정이 무서운 것은 획일화,  신분제, 관료제, 빈곤과 문맹으로 사회를 내모는 것이다. 

조선중기의 사료를 살펴보면 새로운 사상가와  용감한 군인은 사라지고  사회는 활력을 잃었다. 한편으로 무서운 관료제에 희생된 서민들의 생활은  단순한 참상  이상이었다. 마침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닥치자 그야말로 아비규환, 암흑지옥이 되었다. 징비록(유성룡), 난중일기(이순신) 뿐 아니라 일본, 중국, 서양(포르투갈 사제)의 사료는  조선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정작 이후의 흐름은 변화와  혁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효종ㆍ현종 당시 13년을 억류되었던 하멜에 따르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었던 나라는 대외적으로는 더욱 굴종적이었고 국내적으로론 피폐와 침체, 빈곤과 문맹이 판치는 암흑세계였다. 새롭게 발견된 '은둔의 나라'는  17세기 '상업혁명의 나라' 네덜란드에게도  결코 매력이 없어서 제외되었다. 

다시 300여년이 흐르고 시대는 영국과 미국의 시대가 되었다. 동북아시아는 마지막 남은 미지의 세계로 제국주의 열풍에 휩싸였다. 제국주의는 한편으로 무역과 종교전쟁이었다. 종교전쟁의 최선두는 선교사들이었고 그들의 눈에 비친 조선의 마지막 모습은 참상의 극한이었다. 

민둥산인 붉은 황토색, 악취나는 더러운 수도(서울),  절대빈곤과 문맹,  만성적  비위생과 전염병이 만연했으며  이면은 농업관료제와  주자학의 지속이었다.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를 중심한 파견 선교사들의 보고서는 근면한 근로정신, 진취적인 사무라이문화,  우국충정이 넘치는 기풍을 특징한 일본과 비교되었다. 

21세기에도 조선은 아직 존재한다. 바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조선)과 한국내 친북세력이다. 1957년 김일성  유일지도체제를 출범시킨 김일성왕조는 공산주의운동에서도 예외적인 왕조체제를 만들었다. 수령(원수, 장군)과 노동당, 수용소, 국유제는 조선왕조의 후신인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진보, 민주, 정의를 내세우는 국내 반역세력이 전제정과  인권유린, 노예제를 바탕한 북한을 추종한다는 점이다. 더욱 기괴한 것은  이들을 지지하는 지역과 세대가  있다는 점이다. 21세기 한국은 역사와 흐름을 거스르고 있으며 그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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