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감자' 캐며 생각하는 제철 음식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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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감자' 캐며 생각하는 제철 음식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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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맛 원형을 찾아서> 재미나는 감자 이야기

 
   
  ▲ 감자밭의 동심
ⓒ 한선애-농협
 
 

찌거나 삶아서 소금을 찍든 고추장이나 된장을 발라먹든 고구마와 비교도 안 되는 너른 쓰임새, 부삭(아궁이)에 불 때고 나서 몇 개 파묻어 뒀다가 밥 먹고 난 뒤 한 시간 쯤 뒤에 부지땅(부지깽이)으로 꺼내 배고픔을 달래거나 화로에 넣어 구워 먹던 구황작물을 아는가?

나아가 식용유에 아무 것 없이 튀기기만 해도 간식거리로 훌륭하니 영화관 앞 길거리를 점령해 입을 심심찮게 하는 군것질거리요, 채 썰어 볶아 넣어주면 도시락 한켠에 과감하고도 오복이 자리 잡고 있는 몇 안 되는 밥반찬이자 녹말 덩어리며, 손톱 만한 새끼 알만 따로 모아 조선간장에 조청 넣어 뽀글뽀글 지지다보면 쪼글쪼글 해서 약간은 아르르한 맛을 내지만 계속 입맛을 자극하는 못생긴 농작물, 된장국이든 웬만한 찌개에서 고기 다음으로 중요시되는 대단한 놈이 있다.

그런데도 감자 찌개라 하지 않고 조기찌개니, 고등어조림이니, 갈치조림이라 하니 그 친구 입장에서 보면 속상할 게다. 가끔 **튀김이나 **전, **떡이라고 나오지만 술안주로나 적당한 것이니 제 몸이 다 으깨지고 변형된 뒤에나 그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므로 나 같으면 '** 안 한다'고 하겠다.
 

 
   
  ▲ 감자
ⓒ 김규환
 
 

나는 이런 요상한 놈을 십 수 년 전 농활 갔을 때 생으로 먹은 적이 있다. 10여일 기간 농활을 마치고 정리 모임을 강변에서 마치느라 철원 민통선에서 아침 먹고서 오후 4시가 넘도록 점심을 먹지 못했다. 경기도 포천 산정호수로 가는 만원 버스 안에서 씻지도 않아 흙이 너덜너덜 붙은 알맹이를 땀에 절은 옷에 대충 닦고 예닐곱 후배들과 가위 바위 보를 하면서 먹었던 것이다.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이 먹는 방식이었다. 그 아르르함! 혀를 마취시키는 그 힘! 나뿐만 아니라 모두 그걸 느꼈을 것이다. 날 것을 씹고 씹어대니 녹말이 입안에 고여 침을 부르고 차츰 당분이 쌓여갔다. 마지막 두 개 남을 때부터는 첫 번에 이기는 사람이 먹기로 했다. 그 날 내가 먹은 분량은 4개가 족히 넘는다.

알만한 사람은 안다. 감자다. 하지(夏至) 때 캔다고 해서 ‘하지 감자’라는 이름까지 얻은 못난 감자. 감자가 제철이다. 요즘이야 사시사철 감자 없이 지낼 때가 없으나 비닐이 보급되기 전까지 감자는 간혹 가을에 씨감자 생산을 목적으로 재배하는 걸 제외하고는 하지 무렵에 수확하니 자연의 이치를 굳이 따진다면 지금이 제철이다. 시장에는 하늘 보면 푸른색으로 변해 독소가 생길까봐 종이 상자에 둘러 쌓인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감자의 하루는 길기만 하다.

하지를 전후로 1달간 즉, 애호박이 본격 시장에 나오기 전까지는 감자가 모든 음식 재료로 가장 많이 쓰인다. 이 시기를 지나면 한 여름엔 애호박이, 가을과 겨울엔 무 뿌리가 감자 알맹이를 대신하여 음식의 주인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먹고 먹고 또 먹어도 결코 물리지 않는 게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 ‘당감자’ 고구마와 다른 점이다. 남쪽 바다 건너 온 고구마와 견주어 북쪽 만주를 통해 건너왔다고 해서 감자를 북감자(北甘藷 북감저)라고도 한다. 세상에 감자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감자바위’라는 말은 선거 때만 되면 늘 등장하는 지역을 비하하는 말이 되었으나 강원 산간지역의 애환을 알고는 누구도 그 말 꺼내기 힘들 것이다. 감자바위면 어떻고 강냉이 죽이면 어떻고 ‘따블백’이면 어떻고 ‘보리문댕이’면 어떤가? 다들 헐벗고 굶주렸던 시절에 나온 것이니 이걸로 용도를 마무리하자.

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논농사 지을 땅이 부족한 강원도에서는 옥수수와 감자가 강원도 지역의 대표적인 식량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요즘은 가을에 심었다가 겨우내 캐지 않고 땅 속에 묻혀있던 제주 감자가 이른봄 마치 제철인양 사람들 계절 감각을 무디게 한다. 얼마나 편리하고 풍요한 시절인가? 신선한 채소를 철을 가리지 않고 공급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 남작은 감자의 한 품종인가 봅니다. 모래밭에 있는 감자가 삶아 먹기엔 제일 포근포근하고 잘 부서져 맛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바닥에 복개 하더 덮고 소금 조금 뿌리고 삶아 신김치에
ⓒ 김규환
 
 

하지만 여기에 결코 달갑지 않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보리든, 밀이든, 감자는 대체로 찬바람이 부는 시절인 늦가을부터 늦서리 내리는 이른봄까지는 특별한 사람 아니고서는 체질에 맞지 않는다. 차가운 성질 때문이다. 따뜻하게 삶거나 구워 먹는데 무슨 말씀이냐 따질 분은 없을 줄로 안다. 하지만 냉장고에 넣어 뒀음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그 농작물의 특성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식물은 대체로 겨울을 나면서 대지의 온갖 차가운 성질을 몽땅 먹고 자라기 때문에 한 여름 몸에서 열기가 넘쳐 밖으로 저절로 발산될 때 몇 번 먹어주면 장(腸)을 식혀주는 구실을 한다. 그러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에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조리하여 먹는 것이 몸에 이롭다. 반대로 가면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내 몸을 아끼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육식을 줄이고 채소를 늘리자. 이건 김치를 많이 끼니마다 먹으면 된다. 단백질을 섭취하되 육(肉) 단백이 아닌 콩(豆) 단백으로 해결하면 된다. 이것저것 물리면 그래도 고향의 맛은 발효식품이다. 우리 음식 중 발효식품 아닌 것이 얼마나 되는가? 끼니를 거르지 않고 먹으면 되며 식용유를 줄이면 된다. 밀가루 먹는 횟수 절반으로 떨어뜨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런 몇 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철에 나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정말 하루하루 벌어먹기 바쁜 시절에 웬 난리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간과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몇 가지 경고가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 감자와 양파의 적절한 만남
ⓒ 김규환
 
 

제철이 아닌 농산물과 음식은 독이다. 요즘 무 뿌리 맛있다고 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다. 몇가지 만 예를 들어보자.

1. 철을 어기고 생산하게 되면 병해충이 창궐하게 된다. 이로부터 지켜내려면 농약이 듬뿍 뿌려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
2. 철이 아닌데도 그 채소가 나왔다면 그건 비닐 하우스의 힘을 빌린 것이다. 그러니 비닐 하우스에서 자란 작물은 자연의 순리대로 느긋하게 세상의 모든 기운을 다 섭취하지 않고 허우대만 훤칠한 것이니 영양소도 그 만큼 풍부하지 않다. 허깨비 일 수 있다. 나아가 수분만 많고 섬유소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3. 보관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방부제나 농약이 더해질 수 있다.
4. 생산과정과 보관 시스템에 과도한 전력이 필요하므로 화석 연료의 무한정 소비로 지구 환경이 더 나빠진다.
 

 
   
  ▲ 감자꽃
ⓒ 김규환
 
 

<재미있는 감자이야기>

감자는 지구 반대편 서늘한 안데스산맥 페루나 칠레가 원산(原産)이다. 독일인(獨逸人)이 빵과 고기 다음으로 많이 먹는 게 감자다. 원산지 안데스 인근에서 감자를 최초로 먹게되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깊은 숲으로 사냥을 나갔던 원주민들이 길을 잃게 되었다. 산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처음엔 자잘한 동물만 잡혀 낙심하게 되었다. 안되겠다 싶어 그날 따라 평소 가보지 않았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얼마를 갔을까 나무 창과 활을 들고 산으로 더 들어가던 주민들은 곧 길을 잃고 만다.

“추장님 길을 잃었습니다.”
“저쪽으로 가면 될 것 같지 않은가?”
“한 번 가보겠습니다만, 가보면 맨 날 똑 같습니다. 이를 어쩌면 좋겠습니까?”

지칠 대로 지쳤지만 추장은 체면이 있던 터라 마지막으로 주문을 외워 신을 불렀다.

“얄리아리보리퉁가리빵샤~ 얍! 얍! 뿡!”

“추장님 찾으셨습니까?”
“그래, 신통방통 하도다. 전방 저 나무 아래쪽이다.”

“만세!”
“만세!”
“추장님 만만세!”가 이어졌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폴레옹의 시조(始祖)라는 말이 퍼졌다.

추장이 일러준 길로 열댓이나 되는 무리가 집을 향해 기쁜 마음으로 떠났다. 새벽에 집을 나왔으나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이 되었다. 고픈 배를 감싸고 어기적어기적 걷다 흐르는 물을 만나면 벌컥벌컥 먹기를 몇 번이나 했던가?

가도 가도 길은 나오지 않았다.

“추장 님 안 되겠는데요?”
“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니고 이길 저길 다 아니면 어쩌잔 말이냐? 아까 잡은 토끼 두 마리는 이미 다 나눠 먹었지 않느냐?”
“그래도 배고픈데 어쩐답니까?”

차츰 추장을 무시하는 말투가 섞인 불만이 나오고 있었다.

그 때였다. 노인장 한 명이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는 한국산 속담을 생각해 내고 추장에게 간곡히 한마디했다.

“추장 님 여기 돼지풀 같기도 하고 씀바귀처럼 생긴 풀뿌리나 한 번 캐먹지요.”
“그건 안되겠다.”
“아니 추장님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요?”
“안 된다니까!”
“그럼 추장 님, 우리 늙은이들 몇 명만 먹어보게나 해주세요. 우린 곧 죽을 목숨이니까요.”
“어쩔 수 없지. 그럼 누가 나설 텐가?”
“도깨비발바닥하고, 빗자루사자귀신하고, 소인 공룡DNA가 나서겠습니다.”
“시행하라.”

명령이 떨어지자 줄기를 따라 식물의 뿌리를 캐나가기 시작했다. 한 뼘씩을 나뭇가지로 후벼 파들어 가자 타원형의 동그랗고 토실토실한 토란보다 3배는 너끈한 알맹이가 나왔다.

“추장 님 저희들 먼저 먹고 갑니다. 흐흐흑!”

셋이서 성하지도 않은 이로 사과 베먹듯 먹어댔다. 사람들은 잔뜩 긴장해 있으면서도 노인들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침을 꼴깍꼴깍 삼킨다.

한 개 씩을 다 먹고 두 개 째 손을 대자 이번에는 식물의 뿌리가 자줏빛이 더 선명해졌다. 가장 비실비실 해 보이던 빗자루사자귀신이 “픽”하며 손에 든 채 고꾸라졌다. 둘 다 얼마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화들짝 놀란 주위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추장이 나서서 한마디했다.

“그래, 우리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파리 목숨이지만 먼저 가신 분들을 나뭇가지로라도 덮어주고 가자. 그래야 천당이든 천국이든 갈 것 아니냐?”
“실시!”

조선소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주위엔 떡갈나무와 주목뿐이었다. 주린배를 끌어안고 덮어 주고 다들 모여 곡(哭)을 해대니 숲에 사는 사방 삼 십리 나무와 고라니도 들어 이를 왕국에 전했다.

이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한 시간 여를 이렇게 하고 다들 짐을 챙기고 금이빨을 하나 씩 가져가 가족들에게 전해 주려고 뽑으려고 입을 벌리는 순간!

“아~”

이를 흔드는 바람에 감자에 든 독성물질에 든 마취제에서 깨어 난 세 노인이 동시에 쉰 목소리로 길게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이를 목격한 산 사람들은 뒤로 나자빠지는 통에 숨골을 돌에 부딪혀 모두 기절하고 말았다. 그 뒤로 이 세 할아버지는 그 젊은 친구들은 고이 묻고 그 뿌리를 캐서 동네로 돌아왔다. 집에 당도하자마자 아낙들에게 ‘구워 주라’ 해서 먹으니 맛이 더했다. 먹어 보니 그 동안 나무 위에서 따먹던 열매와는 찰기와 곡기(穀氣)에서 비교되지 않았다.

그 후 세 노인은 동네를 차지하고 백수(白壽)를 누렸다 한다. 그 중 한 명이 진시황이고, 한국의 태조 왕건이며, 일본의 이토히로부미라는 설과 YS, DJ, JP였는데 30년을 넘게 더 살았다는 얘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 글은 인류가 감자를 처음 먹게된 사연을 토대로 윤색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그냥 재미있게 읽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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