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어떻게 국가경영을 퇴화시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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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어떻게 국가경영을 퇴화시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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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진화형과 한국의 퇴화형 국가경영 시스템

 
   
  ▲ 전윤철 감사원장  
 

정부기관, 산하기관, 공기업들이 쓰는 연간 예산은 GNP의 75%에 해당하하지만, 이들이 돈을 쓰는 방법은 아주 비효율적이다. 실력이 뻔한 없는 대선 주자들이 곧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하지만 이런 시대는 그냥 열려지지 않는다.

절약의 규모 면에서나 파급효과 면에서 보면 ‘공공개혁’이야말로 개혁 제1의 우선순위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는 이들 공공부야를 선거의 전리품으로 악용하여 비효율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이런 현상을 지금처럼 방치하면 한국은 절대로 고도성장을 기할 수 없다.

똑같은 한국의 건설업체가 싱가포르를 비롯한 다른 외국에 가서 시공을 하면 훌륭한 시공을 하지만 한국에서 시공을 하면 부실시공을 한다.

영국이 교량을 건설하면 107년이 가지만 한국이 집을 지으면 평균 19년도 못 간다. 외국의 감리는 훌륭하지만 한국의 감리는 게으르고, 무능하고, 뒷돈에 약하다. 같은 건설업체가 유독 한국에서만 부실공사를 하는 것은 오직 감시회사 때문이다.

감사원 역시 감리회사와 같다. 현대적 예산관리 시스템 개발에 가장 먼저 앞장서야 할 감사원은 사실상 한국 공무행정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가 공무원들은 1년 내내 감사원 감사에 지적 받지 않기 위해 일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감사원이 감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공무원들의 공무수행 자세가 달라진다.

선진국의 감사원과 한국의 감사원은 매우 다르다. 첫째, 선진국 감사원은 국가기관에 대한 경영진단 기관이지만 한국의 감사원은 공무원을 취조하는 검찰기관으로 행세한다.

외국 감사원 제1의 목표는 국가기관의 경영개선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국가 자원의 효율성을 촉진시키는 데 저해가 되는 법률, 규정, 조직, 관행, 리더십상의 제반 요소들을 찾아내서 시정할 것을 제언하는 것이 제1의 임무인 것이다. 부정과 비리는 이러한 과정에서 들어 나는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 감사원은 이러한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공무원들을 취조하긴 해도 제보가 없으면 부정과 비리도 찾아내지 못한다. 감사관들에게 경영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감사관들의 대부분이 법대 출신들이다. 한국의 법은 옛날의 일제 법을 베낀 것들이다. 앞뒤가 맞지 않고 비논리적인 요소들이 너무 많다. 이런 법을 무작정 외우면서 대학시절을 보낸 학생들에게 논리와 직관이 길러지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공무사회에서는 감사관들을 칼 든 미숙아로 위험시하고 기피한다.

시쳇말로 목에 힘을 주는 사람은 지식에 한계가 있고 자신의 무능과 무식을 남 앞에 노출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로 정의해도 좋다. 대개 실력이 없고 약점이 많은 사람들이 권위주의를 만들어 낸다. 바로 이런 사람들 중의 하나가 한국의 감사관들이다.

한국 감사원이 선진국들처럼 경영과 과학의 전문가들로 물갈이되지 않는 한 한국의 공공개혁은 있을 수 없다. 한국이 공공행정에서 낙후되고 있는 이유 중의 99%는 감사원에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공무원이 진취적인 발상을 가지고 처리한 행정에 대해 감사관들은 한물 간 규정을 가지고 처벌한다. 그래서 설사 진취적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 공무원이 있다 해도 감사관들의 처벌과 오해가 무서워 공무원들은 감사에 걸리지 않는 방향으로만 일한다.

감사관들이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 서류감사만 했기 때문에 모든 공무원들이 현장을 등지고 서류의 앞뒤만 맞춰놓고 있다. 이러한 서류들은 보기에만 완벽할 뿐 책상에서 가공해낸 가짜 자료들일 뿐이다. 감사관들은 왜 현장에 나가지 않는가. 현장을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효율성보다는 합법성을 주안점으로 삼기 때문에 공무원들도 효율성을 외면하고 합법성에만 집착했다. 공무원이 아무리 효율적인 방법으로 일했다 해도 감사관들의 눈에는 규정을 어긴 행동으로만 보인다. 결국 전근대적인 감사 때문에 엄청난 국가예산이 낭비돼 왔다.

선진국 감사관은 여러 개의 피감기관에 상주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한다. 그러나 한국 감사원에는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이런 노력이 없다. 제보가 있을 경우에만 일시적으로 나가 소나기 감사를 했다. 제보자가 문제의 본질을 자세히 설명해줘도 답답하리만큼 문제의 본질을 오해하고 생사람을 잡는다.

이러한 소문은 전 공무원사회에 확산됐고, 공무원사회에는 덤터기를 쓰지 않기 위해 진실을 은닉하고 조작하는 허위보고 문화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막강한 권력에 비해 감사관들의 종합적인 분석능력과 판단능력이 너무 낙후돼 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인 것이다.

소신껏 일했던 공무원들이 감사에 지적돼 처벌을 받은 사례는 허다하다. 이는 감사원의 잣대와 공무원의 잣대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감사원의 잣대가 공무원들의 잣대보다 많이 낙후돼 있다.

그렇다고 감사관들의 도덕률이 공무원보다 높아 보이지도 않는다. 공무원들이 업자들의 로비대상이라면 감사관들은 공무원과 업자 모두의 로비 대상이다. 힘 있는 자의 제보는 잘 처리됐지만 힘없는 자의 제보는 비리 자와 결탁하여 덮어줬다는 비난들도 심심치 않게 회자됐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감사원이 행정부의 경영상태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대통령 밑에 두지 말고 국회로 소속시키든지 아니면 제4의 기구로 독립돼야 한다. 시민단체나 국회의원들은 다양한 자료를 갈구하고 있다.

감사원이 행정부로부터 독립돼야 감사의 객관성이 보장 될 수 있고, 국가 경영 정보가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자유롭게 배분될 수 있다. 대통령 직속으로 있는 감사원이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면서 정부기관의 치부를 파낼 수는 없는 일이다.

국가를 누구의 두뇌로 경영할 것인가. 행정하는 공무원 집단이냐, 아니면 두뇌집단이냐. 우리는 이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미국의 진화형 국가경영 시스템

미국의 행정부처 ‘과’ 단위에는 공무원이 3-4명 정도 보직돼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15-20명이나 된다. 3-4명의 공무원이 어떻게 그 엄청난 사회를 꾸려갈까. 그들에겐 공무원 수가 적은 대신 과제비가 주어져 있다. 워싱턴 D.C의 순환도로 주변에는 700여 개의 사설연구소들이 있다. 이들은 [순환도로의 산적](belt-way bandits)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정부 돈을 과제비로 타내간다. 이들 사설연구소들은 1급비밀을 취급한다. 정교한 비밀자료들은 국방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 사설 연구소들에 있다.

미국 사설연구소 사람들은 대학교수들에 비해 비교적 아이디어가 빠른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학교수들보다 30-40% 더 높은 부수를 받는다. 그 대신 직업에 안전성이 전혀 없다. 중진급 연구위원들이 과제를 사냥해오면 연구소 내에는 내부 인력시장(internal market)이 형성된다. 각 중진 연구위원들이 연구원들을 사냥한다.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연구원들은 연구소를 떠나야 한다.

미국 공무원들은 하나의 과제에 대해 두개 연구소에 과제를 준다. 과제를 주고난 후 이들은 매주 사설연구소 사람들과 토의시간을 갖는다. 하루에 4-5시간씩 토의를 한다. 이러한 생활을 오래하면 할수록 공무원들의 두뇌는 점점 더 향상된다. 그래서 미국 공무원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환영을 받는다. 결국 미국사회는 두뇌집단과 진화해 가는 공무원들이 만든 제도와 정책에 의해 경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시스템이란 그렇게 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한국의 퇴화형 국가경영 시스템

반면 우리 공무원들은 어떤가. 보안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정책을 그들의 손으로 직접 만든다. 그나마 가지고 있는 정부출연연구소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이들을 관용조직으로 퇴화시켜 버린다. 1년이 지나면 과제가 완료된다. 과제결과를 브리핑 받을 때에도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요점만 말해달라 한다. 한국 공무원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것 같다. 바쁜 만큼 국가가 발전했다면 한국은 세계 최고의 나라가 됐을 것이다.

이들은 눈치와 절차와 형식을 가지고 매일 매일을 보낸다. 현장중심의 분임토의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 개인적으로 피나는 자기발전 노력을 하지 않는 한 공무원들의 두뇌는 시간이 갈수록 퇴화된다. 이들이 사회에 나와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자업자득인 셈이다. ‘진화형’ 미국공무원과 ‘퇴화형’ 한국공무원이 협상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으면 누구의 이익이 반영되겠는가.

한국사회는 점점 더 규모가 커지고 구조가 복잡해져 간다. 이러한 사회를 퇴화돼 가는 공무원의 두뇌로 만든 제도와 정책을 가지고 움직이니 어찌 문제가 없겠는가. 여기에 아전인수식 제도와 정책이 대량으로 만들어 진다. 집안에 땅을 많이 가지고 있는 건교부 공무원은 땅값이 올라가도록 제도와 정책을 만들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는 제도와 정책을 계속해서 공무원 손에 맡길 것이냐, 아니면 두뇌집단에 맡길 것인가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도 미국의 ‘진화형 국가경영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공무원 수를 30-50% 단위로 대폭 줄여야 한다. 현정부가 만들어 놓은 모든 자리는 자동으로 폐쇄하고, 신규채용부터 정지시켜야 한다.

둘째, 정부부처마다 가지고 있는 모든 관제 연구소를 사설화 시켜 놓고 과제수행 능력으로 경쟁시켜야 한다.

셋째, 국가예산의 2% 이상을 풀어 과제비로 할당함으로써 많은 사설연구소를 유치해야 한다. 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방법도 선진화돼야 한다. 한국의 행정은 감사원이 퇴화시켜왔다. 행정의 질은 감사원의 두뇌만큼만 발전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사설연구소를 양성할 수 있을까. 정부가 "앞으로 2년 후부터 정부예산의 2%를 무조건 사설연구소에 과제비로 할당하겠다"고 공표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해외에 나가있는 우리 두뇌들이 대거 귀국해서 사설연구소를 차릴 것이다. 우리는 우리 돈으로 양성한 두뇌들의 대부분을 미국에 바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불필요한 공무원만 대량으로 고용하고 정작 두뇌들은 실직자로 방치하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회인 것이다. 이러한 일을 얼마나 더 계속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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