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가 아니라 별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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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가 아니라 별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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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에세이> 민들레

 
   
  ^^^▲ 노오란 현기증 사이로 떠오르는 어린 날
ⓒ 민들레/우리꽃 자생화^^^
 
 

"아빠! 노오란 이 꽃은 무슨 꽃이야?"
"그 꽃이 밟아도 밟아도 억세게 피어나는 민들레라는 꽃이란다"
"아항~ 책에서 본 거 같아. 근데 왜 사람들이 이 꽃을 밟아? 밟지 않으면 꽃이 더욱 예쁘게 피어날 텐데... 꽃 이름은 왜 민들레라고 지었어?"
"???"

큰딸 푸름이는 궁금한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가끔 나와 함께 마을 근처 산자락에 다닥다닥 붙은 들판으로 산보라도 나가는 날에는 갑자기 눈빛이 달라집니다. 이 세상 곳곳에 자라고 있는 모든 생명들이 그렇게 신기하게만 보이는 모양입니다.

푸름이는 길가에 피어난 크고 작은 풀꽃들에서부터 논둑 근처에 마침표만하게 피어난 아주 작은 꽃들도 잘 찾아냅니다. 어떤 때는 내가 찾으려고 해도 쉬이 찾기 어려운 그 작은 꽃들이 큰딸 푸름이의 눈에는 어떻게 금방 눈에 띄는지, 참으로 신기하기만 합니다.

"왜 민들레냐고?"

갑자기 푸름이의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푸름이의 맑은 눈동자 속에서는 금방이라도 아빠도 몰라? 하는 소리가 저절로 굴러나올 것만 같습니다. 아빠를 만물박사쯤으로 알고 있는 큰딸 푸름이는 아빠가 모르면 큰 일이라도 날 것만 같은 그런 눈치입니다.

"음~ 민들레에는 두 가지 전설이 있단다~ 음~"
"아빠! 그렇게 우물쭈물 하는 거 보니까 또 적당히 지어낼려고 그러지?"
"아냐. 근데 왜 그런 생각을 했니?"
"아빠는 작가잖아"  

 
   
  ^^^▲ 밤하늘의 별이 떨어져 꽃으로 피어났단다
ⓒ 민들레/우리꽃 자생화^^^
 
 

아주 오랜 옛날, 노아 할아버지가 살 때였단다. 그때,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죄를 지어서, 하느님께서는 그 악한 인간들을 모두 멸망시키기로 결정하셨지.

"노아야! 앞으로 40일 동안 비가 내려 네가 사는 땅에서는 엄청난 물난리가 날 것이니라. 그러니 너는 지금부터 큰 방주를 만들어, 땅에 사는 착한 짐승을 골라 한 쌍씩 태우거라"

하느님의 명령을 받은 노아는 큰 방주를 만들고, 착한 동물 한 쌍씩을 골라 차례로 방주에 태웠단다. 그렇게 노아 할아버지가 짐승들을 모두 태우고 나자 하늘에서는 정말로 굵은 빗줄기가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어.

그때부터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비가 내리자, 노아 할아버지의 방주에 못 탄 짐승들은 목숨을 건지기 위해 야단법석을 떨었지. 그때 민들레도 있었는데, 민들레는 발이 땅에 붙어있기 때문에 노아 할아버지의 방주를 타고 싶어도 탈 수가 없었단다.

마침내 하늘에서 끝없이 퍼붓는 장대비 때문에 물은 점점 더 불어나 민들레의 허리에까지 차올랐단다. 이제 꼼짝 없이 죽게 된 민들레는 겁에 질려 온몸을 파르르 떨며 하느님께 살려달라는 기도를 하기 시작했어.

"하느님, 제발 하찮은 이 생명을 좀 살려 주십시오. 저는 발이 땅에 붙어 방주를 탈려고 해도 탈 수가 없었습니다. 제발 저를 구원해 주소서"

하지만 물은 점점 더 불어나 민들레의 턱 밑에까지 차올랐단다.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민들레는 흙탕물 속에 잠겨 죽고 말 그런 처지에 놓였지. 그때까지도 민들레는 끝까지 기도를 하고 있었어. 민들레는 얼마나 열심히 기도를 했던지 그만 머리까지 하얗게 세고 말았지.

근데 그때 거센 빗줄기를 뚫고 갑자기 바람이 쌩, 하고 불어왔단다. 그 바람에 하얗게 센 민들레의 머리속에 들어있던 민들레 씨앗이 빗줄기를 뚫고 하늘 높이 날아 올랐어. 그렇게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던 민들레 씨앗이 사방을 둘러보니 이 세상에는 온통 물로 뒤덮여 있었단다.

하늘을 마구 날아다니던 민들레 씨앗은 마침내 노아 할아버지의 방주 위에 살포시 앉았어. 마침내 비가 그치고 땅에 고인 물이 빠져나가자 민들레 씨앗은 물이 빠진 어느 양지 바른 산중턱에 내려앉아 싹을 틔우고 노란 꽃을 피우게 되었단다.

"그게 끝이야?"
"그래. 재미 있어?"
"응. 또 이야기해 줘"  

 
   
  ^^^▲ 별꽃
ⓒ 민들레/우리꽃 자생화^^^
 
 

아주 먼 옛날에 왕이 살고 있었단다. 하지만 그 왕은 하늘의 별들이 내려준 슬픈 운명을 타고 태어났기 때문에 단 한번의 명령만 내릴 수밖에 없었어. 그래서 왕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도 아무런 명령을 내릴 수가 없었지.

왕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다가 마침내 절망에 빠지고 말았어. 그 이후부터 왕은 날마다 자신의 운명을 그렇게 만들어 버린 하늘의 별들을 원망했지. 그런 어느날, 왕에게 한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단다. 왕은 자신에게 주어진 그 단 한번의 명령을 내리기로 결심을 굳혔어.

"밤하늘에 박혀 반짝반짝 빛나는 이 미운 별들아! 지금 당장 모두 땅 위에 떨어져 꽃이 되어라"

그 순간, 밤하늘의 별들이 모두 땅 위에 우수수 떨어졌단다. 그렇게 땅 위에 떨어진 별들은 왕의 명령처럼 이내 노란 민들레꽃으로 변해버리고 말았지. 단 한번의 명령을 써버린 왕은 그때부터 양치기가 되어 그 미운 민들레꽃들을 평생동안 마구 밟고 다녔단다.

"그럼 이 꽃은 민들레가 아니라 별꽃이네. 근데 왜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민들레라고 불러?"
"그럼 푸름이는 지금부터 별꽃이라고 불러"
"근데 이상하다?"
"뭐가?"
"그때 왕의 명령으로 밤하늘의 별들이 모두 다 떨어졌는데, 왜 밤하늘에는 지금까지도 별들이 많이 있어?"
"노아 홍수 때처럼 민들레가 밤하늘에 홀씨를 띄워보내 별들을 만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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