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어사전을 들춰보면 황제(皇帝 : an emperor)란 명사로써 대한제국 때, ‘임금’을 일컫던 말이며, 중국에서는 청나라까지 쓰였고, ‘천자’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또, 황제(黃帝)란 역사적으로는 중국에서 시조로 섬기는 옛날의 전설상의 임금이요 민속적으로는 오방신장의 하나이거나 중앙을 맡은 신이라고 적어 놓고 있다.
그 뜻이 무엇이든 간에 요즘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국어사전에서 정의한 뜻을 모두 지니고 있는 듯한 행동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으면서도, 입으로는 정직을, 행동으로는 거짓을 연출하는 그야말로 국민을 철저하게 우롱하는 처사에 이제 국민들은 먹 거리 걱정에, 나라 지도자들까지 걱정하게 됐으니, 누구의,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나라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아니라 말할 수 없게 됐다.
최근 미국의 유에스에이투데이(USA Today)신문은 이해찬 국무총리의 황제골프로 인한 낙마를 두고 ‘어린애 티 나는 민주주의’라고 표현했다. 꼭 이러한 말을 들어야 할 정도로 국정 최고 책임자 자리에 있는 이른바 지도자들의 ‘민주주의 의식’이 그 정도 밖에 되지 않느냐는 질의에 바른 답을 내릴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심히 걱정스럽다.
국민은 공(功)을 쌓고, 정치지도자는 허물고
기업들은 해외로 해외로 거친 황야를 건너고 정글을 헤치며 자사를 위해, 국가를 위해 불철주야 뛰면서 상품을, 대한민국을 알리는데 첨병 역할을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한 국가의 상징이 대통령인줄 알았는데 해외에 나와 보니 기업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있더라며 뿌듯해 했다고 한다.
또, 축구, 피켜 스케이트, 야구 등 각종 스포츠 선수들은 국제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건만, 어찌 정치 지도자들만 일반 국민들이 힘겹게 쌓아 올린 대한민국의 좋은 이미지를 순식간에 까먹어 버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이해찬 총리의 ‘황제 골프’,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라는 말이 우리 국민들의 지식수준을 한 단계 더 높여 줬다. 이거 감사하다고나 할까? 그런데 느닷없이 각종 공(球) 앞에 황제란 단어가 들어가면서 우리사회를 멍들게 한다.
98% 부족한 지도자들
광고에 나오는 문구가 있다. 2% 부족하다. 이 말은 부족분이 조금만 채워지면 100%의 만족감을 가질 수 있다는 상징적인 뜻일 것이다.
그렇다. 황제골프, 황제테니스, 아니 황제축구로라도 좋다. 문제는 상황 인식이 부족하고, 도덕적으로 상당 수준 성숙되지 못했으며, 솔직하지 못한 지도자라는 게 문제다. 상황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은 국정을 다루는, 시정(市政)을 다루는 지도자의 자격이 없음을 뜻하는 것이요, 도덕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것은 인성 교육, 즉 기본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것이며,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사회 구성원간의 관계를 무시해 버리거나 아니면 모르거나 하는 무지막지한 지도자의 행위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국민들은 정치 지도자 못지않게, 아니 더 많은 교육을 잘 받은 국민들이라 할 수 있다. 과거와는 분명 다르다. 나아가 수직사회에서 수평사회로 이미 이동된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정치 지도자들만 유독 이런 디지털 시대의 수평적 의사소통의 시대에서 구시대의 유물, 즉 역사 교과서에서나 접할 수 있는 황제라는 단어를 국민들이 불쑥 꺼내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두고 2% 부족분이 아니라 98% 부족한 자들이라고 혹평을 하게 만드는 지도 모른다.
국민은 황제가 아니라 ‘서비스 피플’을 원한다
민주주의(democracy)라는 아주 기초적인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말은 민중(demos)과 권력(kratos)의 합성어로 모든 민중 혹은 국민(또는 피지배자)이 다스리기도 하고 다스림을 받기도 하는 정치를 말한다. 모든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 좀 가졌다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황제’가 등장하니 어이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 권력조차 국민들이 위임한 것일 뿐 자기들 소유물이 아닌데도 마치 자기 것인 양 거들먹거리며 전횡을 휘두른다.
일정기간 국민이 빌려준 권력을 자기의 것으로 착각하는 지도자야 말로 이 시대의 박제인간이며 퇴물이자 사라져야 할 사람들이다. 이제부터라도 국민들은 이 같은 자들이 백주에 활보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도 잘 박제된 이 같은 인간들이 마치 실제 인물인양 착각해서는 안 되겠다.
또, 국민들은 조선시대의 왕도, 절대군주도 원치 않는다. 이런 상식적인 수평시대에서 ‘의식의 과거 회귀현상’을 보이는 이들이 바로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란 점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돈 빌려가 놓고 갚지도 않으면서 큰소리만 치는 파렴치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정치 지도자를 골라내야 하며, 설령 실수로 잘 못 골랐어도 나중에라도 잘못이 밝혀지면 가차 없이 솎아내는 습성을 길러야 할 때다.’
선거철만 되면 국민의 공복이요, 국민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며 호들갑 떨다가 당선만 되면 황제가 되는 그러한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밤낮없이 서비스하는 지도자를 골라내는 선구안을 우리 모두 가져야 할 때다. 그래야 황제의 나라를 서비스 피플의 나라로 만들 수 있다.
원래, 서비스에는 비포 서비스(Before service), 인 서비스(In Service)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프터 서비스(After Service)가 있다. 국민은 지도자들에게 최소한 ‘아프터 서비스(A/S)’라도 바란다.
아파트를 빗대어 설명하면, 모델 하우스를 지어 미리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것을 비포 서비스라 하고, 건축현장에 소비자들을 모셔다 과정을 보여주며 그들의 요구사항을 철저히 경청하고 그 과정 속에서 반영하는 것을 인 서비스라고 한다. 따라서 국민들은 정치인들에게 이 모든 서비스 과정을 원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보고, 우선 아프터 서비스만이라도 바라고 있는 것이다. <註 : ‘서비스 맨’은 남성 명사이므로 남녀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서비스 피플(people)’이라고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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