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노력해서 아무 것도 얻지 않도록 하라.
- 선문답 중에서 -
일제시대 이상(李箱)은 난해한 작시로 유명했다. 그러나 그의 대표작품 오감도(烏瞰圖)는 제15호까지 발표되다가 들끓는 여론에 밀려 중단되었다. 추상파로 그린 누드를 구상파에 익숙한 관객의 시선이 거부했다고 비유할 수 있다. 건축가였던 이상은 조감도(鳥瞰圖) 대신 굳이 오감도란 메타를 썼다.
시 제 1호
13인의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중략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다음은 오감도를 조감도로 역(逆) 패러디(parody)한 “먹튀도”이다. 먹튀가 뭐더라? 먹물 튀기는 녀석, 먹고 튀는 녀석 쯤 될까.
13명의 먹튀가 금품먹기을 즐기오.
(돈은 쩨쩨한 푼돈이 적당하오)중략
(돈은 통 큰 목돈이라도 적당하오)
13명의 먹튀가 금품먹기을 즐기지 아니하여도 좋소.
다음은 오감도를 초(超) 패러디한 “좀비도”이다. 좀비(zombie)가 뭐냐고요? 사람의 무의식에 숨어있는 유령쯤으로 일단 잡아두자.
13위의 좀비가 생존게임을 벌리오.
(삶은 구차한 생명이 적당하오)중략
(삶은 넉넉한 생명이라도 적당하오)
13위의 좀비가 생존게임을 벌리지 아니하여도 좋소.
먹튀도-오감도-좀비도는 모두 내용이 같다. 그림으로 치면 각각 표현주의-초현실주의-해체주의 정도일까. 마음으로 치면 각각 의식-무의식-집단무의식의 범위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을 각각 오쏘(ortho)-메타(meta)-파라(para) 마음이라 부르겠다. 굳이 구별한다면 각각 마음-정신-영혼으로 명칭을 따로 붙여도 좋겠다.
대체로 심리학 역시 다음의 세 분야로 나눌 수 있다.
1. 일반심리학(ortho-psychology)-의식 중심의 행동주의 연구
2. 정신분석학(meta-psychology)-무의식 분석을 통해 정신치료
3. 초심리학(para-psychology)-초월적 심령현상을 현실에 응용
아, 그러면 마음은 역시 있는 거구만. 오쏘(ortho)든, 메타(meta)든, 파라(para)든. 글쎄요. 숫자 영(0)은 분명 있다. 영 하나로 이루어진 집합의 부분집합은 두 개이다. 하나는 영이 하나 있는 부분집합={0}과 영이란 요소마저 없는 공집합(null set)={}이 그것이다. 공집합도 분명 정의되어 있다.
돌고래는 지능이 다른 동물에 비교하여 좋은 편이다. 사람보다 뇌의 부피도 더 크고 주름도 더 잡혀있다. 돌고래 쇼를 준비하는 조련사는 먹이로 돌고래의 재롱을 반복훈련을 시킨다고 한다. 그러다 먹이를 갑자기 중단하면 돌고래는 엄청난 심리적 갈등을 겪게 된다. 그때 돌고래는 스스로 다른 동작을 시범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한다.
1. 오쏘 동작-허리만 흔들기
2. 메타 동작-허리와 머리까지 동시에 흔들기
3. 파라 동작-허리와 머리와 꼬리까지 동시에 흔들기
4. 생존 반란-더 이상 내놓을 것이 없다고 판단될 때
돌고래의 마지막 동작인 생존 반란은 한마디로 말해서 미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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