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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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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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꽃이 조화를 이룬다. 멀리 광산의 방아 소리가 작은 메아리를 지며 들려 온다. 지금은 멸종되어 볼 수 없는 황새 대신에 백로가 큰 날개 짓을 하며 마을의 하늘을 나른다. 마치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소리 같이 들렸다.

마을은 온통 노랑 색으로 물들어 있다. 삽과 호미를 든 농부들은 밭으로 나가고 광부들은 광산으로 출근을 한다. 여자아이의 아버지는 자전거에 조그만 도시락 가방을 매달았다.

작업반장에게 혼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몇 분만 지각해도 일자리를 빼앗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며칠 전에 지각을 했다. 갱 안에서 일하는 돌 캐기 부서로 보내겠다고 했다.

돌을 깨는 일이 더 쉽고 안전해서 좋지만 작업 반장의 눈에 잘못 들면 다른 부서로 옮겨가야 한다. 먼저 번 지각은 영감들이 바쁜 사람을 붙들고 늘어져서다. 재빠르게 정자나무 밑을 지나갔다.

“아니 저 사람은 어른들을 보고도 그냥 지나가, 홀로 자식 같으니, 상것은 다르다니까,”
노인들은 여자아이의 아버지가 그냥 지나친 것에 대해 야단치는 소리를 들었다. 못들은 척 했다. 정자나무 밑에서 운동 배미를 한참 나와야 신작로가 나온다.

“자기들이 먹여 살리나,”

언제부터인지 여자아이의 아버지는 인사 없이 지나쳤다. 영감들이 물고 늘어지면 무조건 앞만 보고 자전거를 몰기로 한 모양이다. 동네 입구에 있는 정자나무 밑은 동네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는 곳이다.

여름 한 낮에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마을 사람들이 틈만 나면 모여 앉아 이야기를 하는 사랑방 역할을 한다. 노인들이 평상에서 장기나 바둑을 즐긴다. 농부와 광부가 함께 소주를 마시기도 한다. 아녀자들은 더위를 피하며 동네 사람들 흉을 본다.

동네 사람이나 외지의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새로운 화제를 만들었다. 출근을 하는 광부나 읍내 볼일을 보러 가는 사람들의 연유를 물어 간섭을 하기가 일쑤다. 여자아이의 아버지는 매일 정자나무 밑을 지나가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나칠 때마다 트집을 잡는 것이 싫어서다.

외지에서 온 광부의 딸도 매일 정자나무 밑을 지나갔다. 화장을 짙게 하고 다녔다. 곱게 차려 입은 옷과 조금 큰 엉덩이가 늘 화제가 되었다. 빨간 양산과 얼굴에 찍어 바른 분가루가 조화를 이루어 화사하다 못해 홍조를 띤 학의 앞가슴 마냥 희디희다. 잘 만들어진 인형 같았다.

노인들은 한마디씩 했다.

“잰 어디를 저렇게 요란하게 하고 가는 거여?”
누군가 한 마디를 던지면 이야기 보따리가 술술 나온다.
“본디 배운 게 있어야지 상것 딸이니 할 수 없지”
노인들은 괜한 트집을 잡으며 상놈의 딸로 몰고 간다.

여자아이의 아버지가 인사 없이 그냥 지나친 것에 대해 은근히 불만을 깔고 하는 소리다. 어른들이 말하는 상것이 무엇인지를 광호는 몰랐다. 늘 상반을 따지고 사는 노인들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광산은 한때 노다지를 캤었다. 주급이 한 파수마다 나왔다. 장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돈을 쓰며 흥청거렸다. 다방과 술집과 무도장이 여러 군데 있었다. 여자아이의 어머니는 몸가짐을 조심시키지만 늘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 같았다.

얼굴에 분가루를 처바르고 꼴 새가 안 어울리는 짧은치마나 허벅지가 드러나는 스커트 차림으로 읍내로 가기가 일쑤였다. 여자아이는 매일 다른 모양을 냈다. 순수한 시골 동네에서 여자아이를 보는 시각은 늘 나쁜 쪽으로 만 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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