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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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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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호가 장터를 배회하기 시작할 무렵은 이른 아침이지만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할 일 없는 사람처럼 어슬렁거리며 시장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리고 범행에 필요한 것들이 있는지를 살피기로 했다. 난전에 농기구와 생필품을 파는 곳이 있었다. 군에서 보았던 얄상한 야전삽과 도끼가 눈에 들어 왔다. 집에서 볼 수 있는 도끼보다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으로 나쁜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 이 도끼 얼마요?”
“그거 비싸다.”
“얼마인데 요,”
“도끼는 무엇에 쓰려고?”
“무엇에 쓰던 팔기만 하면 되는 것 아녀요,”

상점 아저씨는 아침부터 술 냄새를 풍기는 젊은이가 도끼를 사려고 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모양이다. 도둑질을 하기 위해서 사려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광호는 도끼를 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점 주인이 순경에게 도끼를 팔았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범행을 하고 나서 잡힐 확률이 높다. 그래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도끼 대신에 반짝이는 반지를 사겠다고 했다. 그제 서야 난점 주인은 광호에게 관심을 가지려고 했다.

“그려 젊은이들은 그런 것이 어울리는 거여, 손이 굵은 것 같은데,”
“안 굵어요.”
“아무한테나 맞게 되어 있어, 잘 보아 둬. 이렇게 조금 늘리면 되지,”

상점 주인은 양손으로 조금 힘을 주자 반지가 커졌다. 도끼 대신에 반짝이는 반지를 샀다. 그리고 해장국 집으로 가 보았다. 어디로 갔는지 작부와 면장 아들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할 수 없이 광호는 이발소로 갔다. 머리를 깎고 머리 기름을 발랐다.

구겨진 양복바지도 세탁소에서 다려 입었다. 작부가 좋아하는 구두도 빌려 신었다. 그리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보았다. 정말로 멋있어 보였다. 피식 웃어 보았다. 여자들이 좋아할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그 놈의 돈이 없어서 문제라고 생각했다. 노름판에서도 돈이 없어서 인기가 없다. 돈만 있다면 무엇이든 다 될 것 같았다. 광호는 빨리 저녁이 오기를 기다렸다.

작부의 술집 안에는 다른 손님이 없었다. 오늘 따라 유흥을 즐기러 온 손님도 없어 보였다. 가벼운 경음악이 실내를 낮 간지럽게 하고 있었다. 면장 아들이 실내의 한쪽 구석에서 작부에게 돈 자랑을 하고 있었다.

광호는 눈에서 증오의 불빛을 냈다. 초저녁부터 면장 아들이 작부와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 눈에 거슬렸다. 술상 위에는 소주병이 두개나 있는 것으로 보아 취해 있는 것 같았다. 접시 위에는 마른 오징어와 땅콩 몇 개가 놓여 있었다.

작부는 광호를 보자 면장 아들과 떨어지며 말을 걸었다. “오빠, 오늘 멋있어.” 하며 ‘아란낫트’ 같다고 했다. 광호는 우쭐해졌다. 면장 아들을 쳐다보자 슬며시 시선을 피했다. 작부는 세종대왕이 있는 종이를 좋아했다. 학교 다닐 때 세종대왕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러나 작부가 되었다.

“오빠! 그 영화 보았어?”
“아란낫트 나오는 영화 말하는 거니,”
“응 멋있잖아,”

읍내 극장에서는 옛날 영화인 “세인” 이란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광호는 여자아이가 관심을 보인 것이 매우 기뻤지만 면장 아들과 같이 있는 것이 불쾌했다.

“뭘 봐, 사람 처음 봐, 이 자식아,”
“멋있어서 그래,”
“이 자식! 저리 꺼져,”

광호가 면장 아들에게 눈을 한번 위아래로 부라리자 얼굴을 슬며시 돌렸다. 작부는 면장 아들의 눈치를 보며 광호에게 아양을 떨었다. 광호가 돈이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관심을 보인 것이 매우 기뻤다.

작부는 아란낫트를 좋아했다. 광호는 권총을 찬 아란낫트를 영화에서 보았다. 껌을 쓰레기통에 얼른 뱉었다. 영화에서 본 아란낫트는 경박하게 껌을 씹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작부가 좋아하는 사람은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은 아란낫트 같이 멋있고 총을 차고 다니며 악당을 죽이는 사람이라고 했다.

다른 한 사람은 케네디처럼 빼빼 하고 이지적이며 말 잘하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다. 케네디의 개구리처럼 생긴 눈도 좋다고 했다.

광호는 그렇지만 아란낫트를 더 좋아했다. 작부는 세종대왕, 아란낫트, 케네디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술집 작부일 뿐이다. 대개의 술집 여자들은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광호는 어쨋든지 자기를 아란낫트 같다고 한 말에 완전히 도취되었지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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