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묘지-1
공동묘지-1
  • 조성연
  • 승인 2005.10.1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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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락방에 누워 있는 것도 지겹다. 매일 할일 없이 빈둥거려서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는 것도 지겹다. 멀리 어디론지 가고 싶지만 가진 게 없다. 돈이 원수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무엇이든지 일을 저지르고 싶었다.

일을 하면 고작 받는 돈이 설렁탕 한 그릇 하고 소주 몇 병 값이다. 그걸 벌려고 하루 종일 땅을 파는 것이 싫다. 난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다. 무엇이든지 한 탕하고 큰돈을 벌어서 뽑내며 살고 싶다. 그게 잘사는 길이라고 생각하니 다소 엉뚱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게 내 적성에 맞는다.

죽어도 난 일 같은 것은 못한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광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맨날 생각만 하면 무엇 하느냐는 생각에 무슨 바쁜 일이 있는 사람처럼 옷을 챙겨 입었다. 늘 가는 곳이지만 공동묘지에 가고 싶었다. 거기는 늘 으스스한 무서움이 있다. 그래서 그곳이 좋다.

가끔가다 순경이 순찰을 돌러 오는 것을 말고는 누구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어서 좋다. 어머니가 잔소리를 하지 않아서 더욱 좋다. 발소리를 죽이며 방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찬바람이 불었다. 집에 누어만 있어서 그런 모양인지 더욱 춥게 느껴졌다. 하지만 두터운 외투를 입은 덕에 견딜만 했다.

안경을 낀 순경이 가끔씩 공동묘지를 순찰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돌아보고 가기가 일쑤다. 읍내 지서는 기동력이 있지만 별로 신통치 못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거칠게 없어 보이고 무슨 일이든지 저지르고 싶은 마음으로 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작부를 차지하는 일을 끝장내고 싶었다. 돈이 문제였다. 돈만 있으면 읍내 면장아들보다 못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자 빨리 무슨 일든지 돈이 되다고 하면 일을 저지르고 싶었다. 빨리 돈만 있으면 작부를 그만큼 빨리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골이 빈 것 같은 생각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맞는 이야기도 된다.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생각해서다.

비가 오는 날이 사건을 저지르기가 매우 좋아 보였다. 비가 오면 공동묘지에는 인적이 드물고 오고가는 사람이 드물어서 남의 눈에 띌 확률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고 보는 사람이 없어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비가 오는 날 돈을 많이 가진 자를 고르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도시인 읍내에 돈을 가진 자들은 별로 없다. 고작 주급을 받는 광부와 농군들이 전부다. 돈을 가진 자는 우시장에서 소를 팔은 사람 밖에는 없다. 그러나 비오는 날 소를 팔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돈 쓸 일이 절박한 사람이 아니면 비오는 날 소를 팔지 않는다. 갑자기 병원비가 필요하거나, 학교 등록금을 내야하는 경우이거나 결혼 같은 큰 일이 있기 전에는 소를 팔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더러 있다고 해도 늦은 시간에 공동묘지 앞을 지나간다는 보장도 없다.

비오는 날을 택해서 광호는 공동묘지 음습한 곳에 숨어서 그런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답답해졌다. 그렇게 기다리며 요행수를 가져오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비가 오는 날에 일을 하기는 좋지만 대상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자 그 대상을 찾아보려고, 읍내 장날에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일을 했지만 그 대상을 고르는 것이 어려웠다.

소를 파는 우시장을 자주 찾아가 보았지만 범행 대상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비오는 날 우시장은 한산했다. 소도 살아있는 생명체다. 비가 오는 날 황소를 몰아 본 경험이 있다. 외양간에서 황소를 밖으로 내몰려고 하면 꼼짝도 안하고 비 맞는 것을 싫어한다. 발로 한번 되게 걷어차야 황소는 겁을 먹고 움직이며 나온다.

그것도 마지 못 해서다. 그리고 큰 똥구멍에서 쇠똥을 한 말이나 더 되게 쏟아 낸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불안하면 똥을 싸거나 오줌을 지린다. 무서움에 대한 불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소를 비오는 날 끌고 읍내까지 몰고 가서 파는 사람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자 비오는 날은 안 된다는 반대의 생각이 괴롭혀서 광호를 갈팡질팡하게 만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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