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시대의 막차. 고대영 사장 체제의 첫 본부장 인사 이야기다. 사장은 취임사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것을 버릴 때가 됐다”는데 “모든 것이 익숙한 풍경”이다.
무색무취 그리고 무탈. 변화를 싫어하는 일부 공기업 조직에선 얼추 승진할 법한 인사들이다. 그러나 KBS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개혁적 마인드와 추진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무탈하게 자리만 지켜온 인물들이 대거 조직의 관리자로 나선다는 건 KBS 조직의 관료화를 가속화하는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고대영 사장은 이런 인사들과 함께 취임 일성으로 외친 “생존을 위한 변화”를 시작하겠다는 말인가? 극히 실망스럽다.
일부 인사들의 전문성도 물음표다. 정책기획본부장과 글로벌센터장은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사장과 같은 직종 출신들이 임명됐다. 물론 고대영 사장의 말대로 꼭 직종의 울타리 안에서만 움직일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본부장과 센터장은 기자 외의 일은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예산과 콘텐츠사업 등 전문성이 필요하면서 중요한 업무를 제대로 끌고 나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결국 이전처럼 사장의 친정체제 구축용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이번 인사에서 유독 유임된 라디오와 제작기술 센터장을 두곤 해당 센터의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다. 라디오 PD와 엔지니어들에겐 고용안정이 걸린 문제다. 만약 향후 조직개편 때 대대적인 구조조정 의도가 엿보인다면 조합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조합은 어떤 무엇보다 우리 노조원들의 고용안정을 중시한다.
고 사장이 강조한 변화는 혁신이 아니라 겨우 이 정도였던 것인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크게 변해야 합니다”라는 취임사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와 닿지 않는다. 결국 변화를 빌미로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약한 고리부터 구조조정의 밑자락을 깔겠다는 것 아닌가? 역시 사장의 취임 초기마다 반복됐던 익숙한 풍경이다.
조합은 요구한다. 고대영 사장은 구체적인 미래비전을 제시하라. 우리의 미래를 끌고 갈 개혁적 인재들을 등용하라. 만약 고 사장도 이전 사장들처럼 결국 쥐어짜기와 구조조정, 자산 팔기에만 급급하다면 조합과 5천 KBS 구성원들로부터 냉혹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것이다.
2015년 11월26일
교섭대표노조 KBS노동조합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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