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어떤 여자가 강남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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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어떤 여자가 강남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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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몸매로, 머리로 양천수를 휘어잡고 있잖아"

"지난번에 간통제 폐지와 일부일처제 위헌 발언 때는 많은 남성 유권자들이 찬성을 했지만..."

주경진은 말을 잠깐 멈추고 공대성 후보의 눈동자를 보았다. 공 후보의 진심은 어디 있는지 보고 싶었다.

- 일부일처제, 간통죄 폐지는 수많은 남자들이 바라는 이상 세계 아닌가. 아 그렇게 된다면 조연하, 김하진, 모두 내 마누라로. 합법적으로 흐흐흐...

공대성 후보는 실로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빗나가도 너~무 빗나간 생각이었다.

그런데 조연하, 김하진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주경진이 잠깐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정문오가 재촉했다.

"왜 그것이 우리 남당에 그렇게 불리하단 말이오?"

"간통죄 폐지나 일부일처제가 위헌이라고 한 것은 남자들이 꿈속에 그리던 이상향을 말합니다."

"뭐야? 이상향? 이 나라 남편들을 뭘로 보고 하는 말이야?"

공대성이 목청을 높였다. 주경진은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아 헛기침을 했다. 공 후보가 생각과는 반대 되는 이야기를 저렇게 눈 하나 깜짝 않고 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정말 정치 9단이라고 하는 세상 사람들의 평이 맞는 것 같았다. 정치인이란 무엇이냐고 초등학생이 묻는다면 뛰어난 거짓말쟁이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 이상향이죠. 많은 남편들이 간통죄와 마누라 없는 세상에서 살아 보았으면 하는 것이 꿈이 아닌가요. 아니, 마누라 없는 세상이 아니라 마누라를 마음대로 둘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것이 옳은 말이지요."

주경진이 눈을 창밖에 대고 대답했다. 거짓말의 달인 같은 공 후보의 얼굴을 더 보기가 싫었다.

"이 세상에는 조강지처를 아끼고 사랑하는 남편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고 하는 말이오? 간통죄 폐지에 대해 공자왈연대와 삼강오륜지킴이 같은 보수 시민 단체가 격렬히 비난하고 나선 것을 보지 않았소. 대부분이 보수인 우리나라 노인 파워를 모르시오?"

공대성이 다시 핏대를 세웠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하는 소리지요. 투표장에 들어가 사방이 막힌 공간에, 자기 혼자뿐인데 무슨 짓을 해도 아무도 모르는데 왜 찬성 후보에 도장 찍지 않겠습니까?"

주경진이 싱글싱글 웃으면서 공대성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너의 본심을 내가 다 아는데 왜 능청 떠느냐고 말하고 싶었다.

"어쨌든, 음주 정량제의 효과에 대해서 의견을 말해 보시오."

공대성이 다시 이야기를 처음으로 되돌렸다.

"예, 말씀 드리죠. 제 생각으로는 남성들이 결사반대로 나오는 것과는 달리 여자들이 두 손, 두 다리, 허리까지 번쩍 들고 찬성 할 것입니다."

"그야...."

주경진이 배덕신의 말을 무시하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신혼 첫 날밤부터 술에 만취한 신랑이 침실로 기어들어 와서는 양말 한 켤레도 제 손으로 벗지 못하고 그대로 곯아 떨어지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밤낮 직장 상사 핑계, 고객 관리 핑계, 동창회 핑계로 술에 찌들어 문턱을 기어 드나드는 남편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접대비 술값 외상값 갚는다고 월급 축내는 남편들의 낭비벽에 한숨 쉬는 주부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아십니까? 이런 여자들이 왜 표 찍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반대하는 남자보다 찬성하는 여자 숫자가 더 많을 것 아닌가요?"

배덕신 사무총장이 한마디 했다. 표의 숫자로 보아서 우리에게 득이 된다는 내용을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맞습니다. 하지만 남자 표는 우리가 확보했던 표이고 여자는 그나마 우리한테 올 표들이 이탈한다고 봐야 합니다."

"그럼 그 표가 모두 양천수한테로 가고 오혜빈한테서 빠져 나갈 것 아닌가요? 그럼 우리는 앉아서 고기 망태 건지는 격이지요."

배덕신이 지지 않으려고 바둥댔다.

"그렇다면 그건 오혜빈 표가 대거 양천수에게 가는 것이니 우리에게는 크게 유리한 것 아닌가?"

정문오가 결론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주경진 실장은 우리한테 크게 불리하다고 자꾸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야 단순 계산으로 봐도 뻔하지 않습니까? 음주 제한에 불만을 품은 남자들, 즉 집토끼가 산으로 도망가는데 불리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양천수한테 불리하면 했지 왜 우리가 바가지를 씁니까?"

배덕신이 계속 딴 소리를 했다.

"문제는 음주 제한 때문에 도망가는 남자표가 간통죄 폐지 때문에 도망가는 여자 표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얘깁니다. 간통죄 폐지, 일부일처제 찬성 때문에 도망가는 집토끼가 얼마나 많을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논쟁은 끝이 없었다. 모바일에 새로운 뉴스가 뜨는 바람에 회의는 끝이 났다.

모바일에 뜬 뉴스는 대통령 후보 4명이 투표일이 임박해지면 합종연횡을 하게 될 것이란 것이었다.

여론조사에서 3위를 달리고 있지만 파격적 이슈로 가파른 상승세에 있는 양천수가 다른 정당 후보와 단일후보 협상을 물밑에서 진행 중이라는 뉴스였다.

양천수 캠프의 선대위 본부장인 박소진은 협상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성명을 냈다. 그 뿐 아니라 강로리 후보도 정당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 응할 것이라는 뉴스였다.

"양천수는 아마도 공대성과 단일화 협상을 하게 될 거야. 지금 오혜빈 후보와 일대일로 붙었을 경우 두 사람의 격차는 10포인트 이내이거든."

"결국은 양천수가 앞지를 수도 있어."

"그건 어려울 거야. 남자와 여자라는 당원의 기본 표가 있기 때문에 무소속이 정당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원죄의 문제야."

"무슨 소리야? 정당 없는 것이 무슨 원죄야?"

"아무래도 강로리는 오혜빈과, 양천수는 공대성과 단일화 협상을 벌이게 될 걸."

"그 배후에는 박소진의 활약이 만만치 않아. 보통 여자가 아니거든."

"보통이 아니라니? 몸매 말인가요?"

"몸매로, 머리로 양천수를 휘어잡고 있잖아."

"박소진은 여성상위를 좋아한다며? ㅋㅋㅋ."

모티즌들의 추측 멘트는 끝이 없었다. 나중에는 음담패설식 악풀까지 올라왔다.

오혜빈의 집무실. 오혜빈과 문지수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잠시 쉬고 있었다.

"요즘 공대성 캠프의 주 실장은 자주 만나나?"

오혜빈은 문지수가 주경진과 사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 쪽 기밀을 좀 뽑아오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끔요. 오빠는 내가 너무 밝힌다고 생각하나 봐요."

"밝히다니? 무얼? 정보를?"

"아뇨. 정보는 웬 정보예요."

"아닌가? 그럼 뭘? 돈을? 설마."

"그것도 아녜요."

문지수는 오혜빈이 남자를 아주 모르지는 않을 텐데 일부러 엉뚱한 소리만 한다고 생각하고 화제를 돌렸다.

"오빠가 그러는데요..."

그 때 오혜빈이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남은 껍질까지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하나 더 가져 오라고 할까요?"

"또 있니?"

오혜빈은 어릴 적부터 아이스크림만 있으면 밥도 먹지 않는다고 했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군것질을 좋아했다. 선거 연설을 할 때도 초코파이 같은 것을 핸드백에 넣어가서 살짝 꺼내 먹곤 했다. 문지수는 비서실 냉장고에서 아이스 바 하나를 꺼내다 주며 말했다.

"주경진 오빠가 그러는데요...."

"그래서?"

오혜빈 후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강남 스타일이 아니래요."

"무슨 소리야?"

"밤에 심장이 터지지 않는대요. 근데 공대성 후보의 여자들은..."

문지수가 말을 멈추고 오혜진을 바라보았다.

"뭐? 공대성의 여자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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