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국민 음주 정량제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제18화] 국민 음주 정량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마누라 말고도 술 감시원 하나 더 생겼네"

양천수 박사가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SNS 등의 모든 매체에 메시지를 보내고 대선에 관련된 중대 발표를 할 것이란 예고를 했다.

청계천 시민들의 쉼터에서 열린 양천수의 회견은 모든 영상 매체들이 동시에 중계를 했다.

"국민 여러분. 지금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나온 3명의 후보들은 정말 대통령 자격이 있을까요? 저는 이 사람들은 절대로 대통령 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미래 사회를 전혀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만 내놓고 있습니다. 단 한 가지 오혜빈 후보의 국회 폐지론 하나만은 쓸 만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구체성이 없고 후속 대책이 완벽하지 못한 어설픈 장난입니다. 저는 더 이상 이 나라가 아마추어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방관할 수 없어 대통령에 출마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기존 후보들을 헐뜯고 나온 양천수의 출마 선언은 처음에는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몇 가지 획기적인 제안은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모든 국민은 술과 담배를 절제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5년 전에 '저녁이 있는 삶'이란 것을 들고 나온 정치인이 있었습니다. 물론 성공하지는 못한 슬로건이긴 했습니다만. 그러나 진정 저녁이 있는, 가족과 함께 도란도란 저녁 한때를 보내는 국민이 되려면 술을 없애야 합니다. 아니 없애면 안 되겠지요. 제사 때 제주로 써야 하고, 공사판 돼지 머리 고사 지낼 때도 뿌려야 하니까. 그래서 술을 일정량 이상 마시지 못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웃기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청중 한 사람이 핸드마이크로 크게 떠들었다."자빠지다니? 그런 말 쓰면 당신 판매금지 당해. 싸이의 라이트나우가 금지곡 된 것 몰라?"

"우하하...."

회견장이 갑자기 폭소판이 되었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주량은 소주의 경우 남자는 한 병 반, 여자는 한잔 반입니다."

"맥주도 마시잖아요?"

여자 청중이 질문했다.

"맥주는 남자 2병, 여자 한 병이라는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법으로 못 마시게 한단 말입니까? 그게 말이 되나요?"

보수골통 신문으로 유명한 어느 신문 기자가 물었다.

"제가 그 구체안을 제시하겠습니다. 모든 국민이 그날 마시는 술에 대한 실태를 관찰하는 기구를 둡니다. 거기서 분초마다 18세 이상 국민이 마시는 음주량의 총량, 국민 평균 주량을 리얼 타임으로 집계합니다. 그래서 국민 주량의 평균치가 넘으면 일단 경고를 합니다. 경고를 해도 계속 수치가 올라 갈 때는 제동을 걸어 술을 못 마시게 한다는 제안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청중이 모두 비웃었다. 그러나 양천수는 조금도 표정을 바꾸지 않고 진지하게 다시 설명을 했다.

"우리 국민들은 모바일이 없으면 잠시도 생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모바일은 모든 신분증명, 은행계좌를 비롯해 개인의 신상에 관한 것과 움직임이 모두 기록되어, 개인 CCTV 역할까지 하게 됩니다. 그래서 모바일 없이는 술집에도 가기 어렵고 외출도 하기 어렵게 됩니다. 모든 모바일에는 주인의 DNA가 심어져 있을 것입니다. 그뿐 아니고 저희 연구소에서는 모바일 주인이 술을 마시면 혈중 알콜 도수도 감지하도록 하는 앱을 벌써 개발해 두었습니다."

"무슨 개소리야?"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개인의 모바일을 통해 누가 술을 얼마나 마시고 있는가 하는 것을 모바일 중앙 제어 기구에서 집계 분석을 자동으로 하게 됩니다. 주량이 오버되면 모바일을 통해 주인에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그래도 계속 술을 마실 때는 기록해 두었다가 과태료를 엄청나게 붙이는 제도를 도입할 것입니다."

"그러면 국가 수입 늘어나겠네."

"마누라 말고도 술 감시원 하나 더 생겼네."

"이봐요, 양천수 박사. 그러면 모든 국민을 모바일로 묶어두겠다는 것입니까? 그러다가 우리가 모두 모바일 포로가 되는 것 아니오?"

"기가 막혀. 조지 오웰이 다시 나왔군."

여기저기서 불평이 터져 나왔다.

"그렇습니다. 여러분을 감시하는 사람이 하나 더 나타나 여러분을 24시간 감시 합니다. 그러나..."

양천수는 잠시 사방을 둘러 본 뒤 말을 이었다.

"모바일이 바로 우리들의 국가요, 상전이요, 친구요, 보호자입니다. 그뿐입니까? 우리들의 은행이고, 지갑이고, 면허증이고, 도서관이고, 영화관이고 가족입니다. 혼자 사시는 독신 가정 외톨이 여러분 진정한 친구는 여러분의 모바일입니다. 모바일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고 모바일 없이는 사는 재미가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하긴 그렇기도 해."

젊은 층에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담배는 어떻게 통제한다는 거요?"

"내가 국가 운영을 맡으면 아예 전매청, 아니 담배회사를 없앨 것입니다. 처음엔 담배 한 갑에 백만 원 쯤 받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하룻밤 몇 백만 원 씩 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금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국가 세입이 팍 줄 텐데."

"그뿐인가? 담배 농사짓는 농민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야?"

다시 터져 나온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에는 곁에 있던 박소진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설명했다.

"담배 농사는 계속 짓게 하고 정부가 백프로 수매해서 외국에 수출을 하면 돼요."

청계천 광장에서 열을 뿜는 양천수의 기자회견을 양당의 대선 캠프에서는 생방송 중계 화면으로 보고 있었다.

"아니 저건 우리 여당 정책을 훔쳐 간 것이 한두 건이 아닌데..."

허연나 사무총장이 흥분했다.

"국회 없애자는 것은 완전 표절이야. 그리고 모바일로 주민증, 여권, 면허증, 은행통장 대신하자는 것도 우리 정책 표절한 것 아닙니까?"

김마리 의원도 한마디 했다,

"하지만 모바일 정책이나 국회 폐지론의 원천 아이디어는 양 박사한테서 나온 것 아니던가요?"

문지수가 허연나와 김마리 의원을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꼭 양천수한테서 나온 아이디어라고는 할 수 없지요. 오 후보도 여러 번 비슷한 발언을 해왔잖아요."

허연나가 반박했다.

"어쨌든...."

한참 동안 침묵하고 있던 오혜빈 후보가 입을 열었다.

"사실 공약이란 것은 부질없는 일이지요. 당선 된 뒤에, 아니 임기 내에 꼭 이룬다는 보장도 없고, 또 시행착오라는 것도 있지요. 10년 전 모 후보가 4대강 운하를 만들겠다고 떠들었다가 그만 둔 일도 있지 않습니까? 표가 될 만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무조건 떠들어 놓고 보는 게 정치인들 아닙니까?"

오혜빈 후보는 자기편에 서 있다고 생각한 양천수가 선거판에 뛰어든데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한편 공대성의 남당 캠프에서도 충격을 받았다.

"강로리는 여자니까 여당 표나 갉아먹을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양천수는 달라요. 저 녀석이 당선도 되지 않으면서 우리 남성 표를 갉아 먹게 될 것 아닙니까?"

정문오가 목청을 높였다.

"꼭 그렇게만 볼 수도 없습니다. 지금 오혜빈의 여당 캠프에서 나온 공약을 그대로 받아 떠든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여당에 불리한 출마입니다."

배덕신 사무총장이 공대성 후보의 얼굴을 슬금슬금 보면서 말했다.

"화폐 폐지론 같은 것은 우리도 거론 한 것 아닌가? 주경진 실장은 어떻게 보는가요?"

공대성이 주경진을 쳐다보았다.

"우리 당에 완전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 같습니다."

주경진은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