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드래곤 아이는 누구냐?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제14화] 드래곤 아이는 누구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저한테도 협박 전화가 왔습니다"

오혜빈이 후보가 된 후 처음 당하는 협박 전화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이 주요한 대선 캠프 요원들만 아는 비밀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는 것이 께름칙했다.

오 후보는 이런 정도로 밤잠을 설치는 사람은 아니었다. 정치를 하려면 경우에 따라 목숨도 내놓을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튿날 기자 회견을 한 시간 정도 앞둔 9시께 대선 캠프의 핵심 측근들이 모였다.

"어제 밤에 나를 투표장에 가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협박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오 후보가 일행을 돌아보면서 약간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야 어제 오늘일이 아닌데 뭐 신경을 쓰십니까?"

정문오 위원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긴 그렇습니다만..."

잠깐 침묵하던 오 후보가 말을 계속했다.

"여기 있는 우리 위원들만 아는 비밀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우리 비밀이 어디선가 새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요?"

"꼭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통신 매커니즘에 누수 현상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허 사무총장도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국회를 없앤다는 정책이 새 나갔을지 모릅니다. 국회의원이나 국회의원 지망생들은 자기 밥줄을 끊는 일이니 결사적으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정문오가 회의용 노트북을 켜면서 말했다.

"실은 저한테도 협박 전화가 왔습니다."

잠자코 듣고만 있던 김마리 의원이 한마디 했다.

"예? 김 의원에게도요?"

오 후보가 눈을 크게 뜨고 김마리 의원을 쳐다보았다.

"오늘 새벽 채 잠에서 깨지도 않았는데 모바일이 요란하게 울려서 받아 보았지요. 새벽 5시쯤 되었나?"

"그래 뭐라고 하던가요? 투표장에 못 나갈 것이라고 하던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아주 황당한 소리를 하더군요."

"황당?"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김마리 의원의 입을 쳐다보았다.

"우리 여당 후보가 결정되기 전, 그러니까 당내 경선이 한창일 때 제가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을 물고 늘어지더군요."

"무슨 말이었지요?"

오 후보가 다시 귀를 바짝 세웠다.

"오혜빈 후보가 여당의 후보로 뽑힐 것이고 대통령으로도 당선될 것이 틀림없다. 내 예언이 안 맞으면 손바닥에 장을 지지겠다고 한 말을 가지고..."

"기억나요."

정문오가 몹시 궁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따위 예언을 잘못한 6백 년 전의 드라곤 아이가 어떻게 된 줄 아느냐? 네가 그년과 같이 될 것이다 하고 으름장을 놓더라고요. 그리고 자기는 메두사라고 하던데요."

"뭐요? 6백 년 전의 드라곤 아이라고요? 그리고 메두사? 그년처럼 된다고 했다니, 드라곤 아이가 여자란 말 아닌가?"

정문오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어느 미친놈의 장난이군요."

허연나 사무총장도 따라 웃었다. 그러나 오 후보는 웃지 않았다.

"6백 년 전의 드라곤 아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미친놈의 말에 뭐 그렇게 신경을 쓰십니까? 자, 오늘 발표할 정책 요지를 다시 검토합시다."

정문오 위원이 노트북을 열심히 두드리며 재촉했다.

정각 10시.

국회 여당 회의실에서 오 후보의 중요 정책 회견이 열렸다. 2백 명도 훨씬 넘는 정치부 기자와 카메라맨이 운집했다.

오 후보는 오렌지 색 정장에 흰 스카프와 검은 하이힐 차림이었다. 웃옷 왼쪽 가슴에 단 은색 브로치가 옷과 잘 어울려 우아하고 단아한 여인으로 돋보이게 했다.

기조연설 중 가장 하이라이트는 역시 국회 폐지론과 정부 부처의 개편안이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를 통째로 바꾸어 놓겠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조항을 빼고는 헌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겠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주권, 즉 권리는 어디서 나옵니까? 국회의원이 가장 많은 권력을 휘두르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되면 권력을 쥐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사법권을 쥐락펴락하면서 국민을 마음대로 가두고,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국민의 재산을 마음대로 거두어 마음대로 쓰고, 경제 민주화라는 미명 아래 소수 재벌에게 특혜를 주어 이들이 상속해 가면서 대대로 부를 누리게 하고,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이름의 공무원들이 쥐꼬리만 한 권한을 사자 아가리처럼 벌리고 돈을 긁어모으는 일이 어디 한두 군데서 이루어지는 일입니까?"

사방에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카메라 프래쉬가 처졌다.

"국회를 없애서 국민이 직접 모바일로 국정을 결정하게 할 것입니다. 아침밥 먹다가 잠깐, 점심 먹고 차 한잔하는 시간에 1~2분이면 자기 모바일을 열어 국정에 투표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국민의 모바일을 누가 관리하느냐하는 문제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모바일은 모바일 앱이 관리합니다. 국회 기능을 완벽하게 하기위한 국민 애플리케이션 센터를 설치할 것입니다. 정부 부처도 이러한 혁명적 직접 민주주의에 맞게 개편할 것입니다. 모든 지방 행정기구는 폐지할 것입니다. 각자가 가진 모바일에 주민증, 의료보험증, 은행통장, 여권, 운전 면허증, 인감 등이 다 내장되어 있는데 구청, 동사무소가 왜 필요합니까? 국민이 즐겁게 살기 위한 엔터테인먼트부, 관광여행부, 영양을 관리할 트레이닝부나 힐링부 같은 것을 만들 것입니다. 모든 국민이 관공서에 드나들 일이 없게 될 것입니다."

그 때였다.

"긴급 질문 있습니다."

여러 기자가 손을 들었다.

"저기 넥타이 맨 방송 기자 말씀 하세요."

오 후보가 잠시 말을 끊고 한 기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정부 기구를 다 없애면 그 많은 공무원이 다 실업자가 되는데, 대책이 있습니까?"

"물론 있습니다. 국민들이 직접 관공서 드나드는 일은 없겠지만 공무원들은 모두 연구원이 되어 국민이 어떻게 하면 편리하게 잘 살게 될까 하는 연구를 해야 합니다. 고스톱이나 경마 말고 더 즐거운 오락은 없는가? 밤낮 여행 다니는 타이나 필리핀 말고 더 싸고 좋은 관광지는 없는가, 그런 연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오 후보의 새 정책 제안은 거센 폭풍을 일으켰다.

"일단 문제 제기는 잘된 것 같아요."

문지수가 회견이 끝나고 함께 오는 차 속에서 오 후보에게 말을 걸었다.

"문제 제기 정도로는 안 되지. 두고 봐. 이제 모두 표가 되어 구름처럼 몰려올테니."

오 후보는 일단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SNS에서는 반응이 어때?"

"공자왈 연대와 삼강오륜 지킴이 같은 데서는 오후보가 마침내 정신이 나갔다고 악평을 했고요..."

"그리고?"

오혜빈은 별로 놀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멘붕연대는 10분 사이에 5만여 개의 댓글이 날아들었습니다."

"어떻게?"

"진짜로 그렇게 한다면 나라가 바뀔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대도 좀 있었습니다만 대찬성이지요."

"내 예상대로군요."

오혜빈은 혼잣말처럼 하고는 엉뚱한 질문을 했다.

"6백 년 전 드라곤 아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제 생각으로는... 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인데요..."

문지수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