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출마 막으려는 협박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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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출마 막으려는 협박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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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양천수가 대선에 나올까?"

모티즌들의 분노는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많은 돈을 받는 줄도 몰랐고, 국회 운영비가 그렇게 많은 줄도 몰랐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모티즌에게 더욱 불을 지르는 사건이 생겼다.

이제 임기가 막 시작되는 새 국회에서 의원들이 제일 먼저 한 짓이 자기들 수당을 36%나 올린 것이었다. 정보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쉬쉬하면서 규정을 통과 시키려고 했는데, 국회 사무처 직원이 결재 서류를 책상 위에 두고 잠깐 나간 사이 SNS 기자가 들고 나가서 페이스북, 카톡, 트위터 등 모든 SNS 소스에 다 올려버린 것이었다.

- 국회의원 소환 운동을 벌이자.

- 국회 해산 국민 투표를 하자.

- 국회를 빨리 없애자.

이런 이야기가 하루에도 수천만 건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여당과 각 당의 대선 대책 본부에서는 신경이 곤두섰다.

남당에서도 가장 중요한 선거 아젠더가 국회 폐지론에 대한 대책이었다.

"국회를 없앤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우리 남당 의원들이 제 목이 달아나는데 대통령 득표 운동을 하겠습니까?"

공대성 후보가 대책 본부 간부들을 돌아보면서 연신 냉수를 들이마셨다.

"이게 모두 양천수란 엉터리 정치인의 꼼수가 빚어낸 재앙입니다. 정치가 무엇인지 정 자도 모르는 녀석의 헛소리를 가지고 큰일 난 것처럼 떠드는 우리 국민들도 문젭니다."

배덕신 사무총장이 정문오 위원을 슬슬 곁눈질하면서 말했다.

"사실 정치인들이 얼굴에 철판을 깔고 부끄러운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른 것은 사실 아닙니까? 그러나 국가의 기둥뿌리를 빼서는 안 되는 일이지요."

"거 양천수가 민주주의를 말살 시키려던 음모는 예전에도 있었어요. 연상의 여인 오 후보와 불결한 관계를 몰래 맺으면서 정당 제도를 망가뜨리려는 획책도 했고, 뇌물을 주고 모바일에 관한 자기 논문을 학술지에 싣기도 했다는 소문이 파다해요."

대세가 굳어지자 배덕신이 막말을 하기 시작했다.

"만약 양천수가 대선에 나오면 이런 걸 모두 이슈로 삼아야 해요."

"양천수가 대선에 나올까?"

"지금 하는 행보로 보아서는 출마한 거나 다름없지요. 나오기만 하면 여자 문제와 뇌물 문제로 박살낸다는 경고를 해야 해요."

"그러면 협박했다고 역공세를 취할 텐데?"

"그게 뭐 겁납니까?"

정문오가 공대성에게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남당은 모티즌의 아우성에 귀를 막자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여당의 대선 본부에서는 의견이 좀 달랐다.

"국회 폐지론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혀야 할 것 같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들끓는데 대통령 후보가 아무 정책도 제시하지 않으면 표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핵심 참모 회의에서 오혜빈 후보가 입을 열었다. 그 때 뒤늦게 회의에 참석한 문지수가 들어왔다. 문지수는 주경진과 함께 아버지 문 원장과 기원에서 바둑을 두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문지수의 아버지 문국당 원장은 아마추어 7단의 바둑 고수였다. 주경진은 문국당 원장이 고수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의 머리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독심술 달인이 상대가 다음 돌을 어디 놓을지 훤히 알 것 아닌가.

그러나 독심술을 익힌 주경진은 상대방의 머리 속을 들여다보아도 바둑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바둑은 상대가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작전을 세워야하기 때문에 상대의 다음수를 정확하게 읽을 수가 없었다.

문지수는 7단인 아버지 못지않게 바둑을 잘 두어 초등학교 때는 프로 기사로 나갈 생각까지 했었다. 문국당 원장을 따르는 바둑 동호인들은 수백 명이나 되어 문국당파로 불리는 세력으로 뭉쳐 있었다. 이 세력은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 단체로 성장하고 있었다.

옛날 등산모임을 핑계로 정치 외곽 단체를 만들던 모양과 비슷했다. 뒤늦게 참여한 주경진도 주요 멤버였다. 이날은 문국당파의 중요 유단자들의 정규 승단 대회가 있는 날이라 문지수가 늦게까지 관여하고 있었다.

"문지수는 어떻게 생각해?"

늦게 들어오는 문지수에게 오혜빈이 물었다. 문지수가 머뭇거리며 얼른 대답을 못하자 허연나가 말을 받았다.

"문 비서도 물론 국회 해산이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겠지요."

문지수는 얼른 알아차리고 대답했다.

"국회를 해산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생각해 봐야 합니다."

허연나는 기껏 도와주었더니 엉뚱한 말을 하는 문지수를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생각해 봐야 한다고?"

"예. 국회를 폐지하면 현직 국회의원들이 모두 격렬히 반발할 것입니다. 반발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 후보님을 자기들 목을 자른 원수로 생각하여 어떻게든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못하게 자기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반대 운동에 나설 것입니다."

문지수의 목소리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정치 불신과 국회를 향한 분노를 막을 방법이 있습니까?"

김마리의 말에 허연나도 불만스럽게 말했다.

"국회의원이 너무 챙긴 건 사실이잖아요. 여당 대통령 후보 공약 제1번으로 국회폐지를 넣어야 합니다."

"국회 대신 국민들의 의견수렴 기구로 국민회의 총무원 같은 것을 설치해야 합니다. 거기서 모바일을 통한 의견 수집과 국민 찬반 표결 등 입법부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야 합니다."

허연나가 양천수와 박소진에게서 들은 이야기의 용어만 조금 바꾸어 설명했다.

"총무원이 뭐야? 그게 국가 최고 의결 총괄 기구인데 기껏 총무원으로 해서야..."

"총무원장을 격하하지 마세요. 종교 단체에도 총무원장이 짱이예요."

당의 총무원장격인 허연나 총장이 열을 올렸다.

한참 동안 갑론을박으로 의견이 분분했다.

"자자, 모두 조용히 하세요. 제가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오헤빈 후보가 목청껏 큰소리로 말했다. 목청을 높이기는 했으나 연일 과도한 선거 연설로 목이 쉬어서 크게 들리지는 않았다.

"국회 폐지를 우리 여당 공약 제1호로 채택합니다. 허 총장은 내일 오전 10시 기자회견 준비하세요."

오혜빈 후보의 처연하리만큼 굳은 표정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오 후보가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튿날. 여당 대통령 후보 오혜빈의 국회 폐지 공약 발표는 전국을 들끓게 만들었다.

- 이제 나라가 제대로 되려나 보다.

- 나라가 망하려면 무슨 변괴가 일어나지 않겠어. 암탉이 우는거야, 암탉이.

- 역시 오혜빈이야. 누가 허벅지 스캔들 같은 졸렬한 스캔들을 터뜨렸어?

- 여걸 중의 여걸이야.

- 현역 국회의원들이 떨어뜨리고 말거야. 3백 명이 이를 갈고 나설 텐데.

정치인과 일반 국민의 의견이 확연히 달라졌다. 그러나 오혜빈은 국회 폐지 공약이 엄청난 표로 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 후보가 흐뭇한 기분으로 집에 들어가 막 침대에 누우려는데 스마트폰이 울렸다. 중요 참모들만 아는 비밀 폰이었다.

오혜빈이 얼른 스마트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오혜빈 여당 대통령 후보. 잘 들으시오. 당신은 선거 투표하러 갈 수 없을 것이오."

굵직한 남자 목소리였다.

"당신은 누구요?"

"곧 알게 될 것이오, 투표장에만 못가는 것이 아닐 것이오. 어쩜 평생 정치를 못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리고 스마트폰이 끊겼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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