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웬 강남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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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웬 강남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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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사랑은 남녀가 하는 짓 아닌가요."

양천수의 화폐 폐지론은 상당한 호응을 받았다. 트위터에 50만건 이상의 멘트가 올라왔다. 그 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모든 채널과 카톡에도 수십만 건의 찬반 코멘트가 올라왔다.

"화폐 제도는 인류가 발명한 가장 편리한 경제 제도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지요. 물물 교환 시대를 청산한 강력한 경제체제이고 인류의 가장 오래된 생활 습관입니다. 오늘날 화폐가 없는 사회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화폐 제도는 두되 모바일에서만 존재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실제로 주고받는 동전이나 지폐, 수표, 각종 채권 등은 없애자는 것입니다. 전자상으로 모든 지불과 수입, 가격 지불이 이루어지고 있는 세상 아닙니까?"

양천수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와 같았다.

"그러면 어린이들한테 세뱃돈은 무엇으로 지불 할 것이오? 세배 받고 나서 '얘. 네 핸드폰 좀 다오. 세뱃돈 넣어줄게' 이렇게 하자는 것입니까? 어린이에게 부모가 주는 설날의 추억을 말살하지 맙시다."

"백 원짜리, 5백 원짜리 동전으로 작동되는 오락 기구는 어떻게 합니까?"

"행운을 달라고 명승지 연못에 던지는 동전은 무엇으로 대신합니까?"

별의별 반대가 다 나오는가 하면 기발한 찬성안도 많았다.

"5만 원 권을 쇼핑백에 넣어서 국회의원 공천 받을 때 주던 범죄는 없어지겠는데..."

"더러워진 화폐를 신권으로 바꿔주기 위해 쓰는 국고도 몇 천억 원이 될 텐 데 국가 재정에 큰 보탬이 될 것이오."

"그뿐인가요? 조폐공사도 없어지고 은행도 없어질 테니 엄청남 혁명이 일어나지요."

"은행이 왜 없어집니까?"

"돈이 없어지는데 은행이 무슨 소용이오?"

그러나 실물 화폐가 없어진다고 해서 은행이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화폐 거래는 하지 않지만 개인이나 법인이 가지는 계좌는 없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전자상의 거래를 위한 전자 계좌와 전자 통장을 관리할 은행은 물론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 문턱을 드나드는 거래 고객은 없어질 것이다.

"그뿐인가요. 현금 계산하는 은행원, 현금 헤아리는 각종 기계, 위조 화폐를 검색하는 기계, 수표를 보관하는 거래소 등이 다 없어져서 엄청난 경비 절약이 이루어지지요."

그렇지 않아도 전자 계좌를 악용한 보이스 피싱이나 파밍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이 폐단을 어떻게 막겠다는 것인가?

의문을 제기하는 댓글도 만만치 않았다.

양천수의 인기가 갑자기 치솟기 시작했다. 양천수가 대선 후보로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고개를 들었다.

"우리 동당에서는 양천수를 모셔오고 싶습니다."

오혜빈 후보의 저격수인 동성애당 강로리가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우리는 양천수를 영입하기 위해 장영실 당을 만들었다."

장영실 당은 세종 때의 발명가인 노비출신 과학자 장영실의 이름을 따 온 것이다. 양천수가 물리학자이고 새로운 과학 이론에 밝기 때문에 그를 장영실에 비유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현실성이 없었다. 이미 남당, 여당에서 대통령 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에 돌입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불가능했다. 그 뿐 아니라 지금 헌법이 남당과 여당, 양당 제도만 용납하기 때문에 다시 헌법을 바꾸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양천수가 유권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자 여당과 남당에서는 부쩍 신경을 썼다.

"주경진 실장, 양천수를 완전히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방법은 없나?"

홍보자료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주경진을 정문오가 불러서 부탁을 했다.

"양천수야 오혜빈 후보와 사귀는 사이라는 소문이 파다한데 우리 쪽으로 오겠습니까?"

주경진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양천수는 남자잖아. 남자가 왜 여자 정당을 기웃거려?"

"사랑은 남녀가 하는 짓 아닌가요."

주경진도 지지 않았다.

"나하고 말싸움하자는 건가?"

"싸움 상대가 아니지 않습니까?"

"뭐야!"

정문오가 갑자기 화를 벌컥 냈다. 주경진이 돌아서서 정문오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독심술을 이용해 그의 생각을 훔치려는 것이었다.

정문오의 머릿속은 불길이 활활 일고 있었다. 생각대로 한다면 주경진의 뺨을 한 대 갈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주경진은 버럭정의 약을 너무 올렸다고 생각했다.

"제가 양천수를 한번 몰아 보겠습니다."

주경진이 갑자기 양 주먹을 모아 쥐고 말 탄 자세로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지금 뭐하는 짓이야?"

"강남 스타일 추는 중입니다. 말을 몰고 가서 양천수 박사 잡아 오겠습니다."

주경진은 말 춤을 추면서 문밖으로 나가버렸다. 정문오는 어이가 없어 주경진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5년 전 싸이가 추던 춤을 지금 추다니...".

주경진은 그 길로 사무실을 나와 집으로 갔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양천수가 오혜빈과 가까워진 것이 꼭 문지수 때문인 것 같은 터무니없는 생각을 했다.

주경진은 집으로 들어가 혼자 종일 방안을 지키고 있을 애견 홈즈를 데리고 재래시장에 산책이라도 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집에는 뜻밖에도 문지수가 와 있었다. 옷을 훌렁 벗고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고 앉아서 홈즈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팬티 바람으로 쪼그려 앉은 문지수의 펑퍼짐한 엉덩이가 공포스럽게 커 보였다. 덜컥 겁이 났다.

"오빠, 일찍 들어왔네. 핸드폰이라도 좀 하지. 옷도 제대로 못 입었는데..."

문지수가 일어서서 배시시 웃었다. 문지수의 눈웃음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욕정이 춤추는 코브라의 머리처럼 솟아올랐다.

'어찌 된 여자가 나만 보면 저 모양으로 변할까? 변태야, 변태.'

주경진은 또 홈즈가 멀거니 지켜보는 가운데 마음에도 없는 정사 신을 연출해야 하는 것이 정말 싫었다.

"지수야. 빨리 옷 입어."

주경진이 꾀를 냈다.

"왜, 오빠, 여기가 좋은데..."

"아냐, 지금 이 시간에 옥상에 올라가면 기막힌 도시의 노을을 감상할 수 있어. 우리 학창 시절의 불타는 꿈같은 낭만을 느낄 수 있어."

주경진은 자신이 생각해도 여자를 유혹하는 멋있는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요. 옥상에서 바람 좀 쐬고 기분 돋구어 침실로 가는 것도 괜찮겠네."

문지수가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주경진을 따라 나섰다. 홈즈와 함께 옥상에 올라간 두 사람은 붉게 타오르는 서쪽 빌딩위의 노을을 보았다. 정말 눈이 부셨다.

"와, 저녁 노을이 이렇게 감동을 줄 수가 있을까?"

문지수는 홈즈를 껴안고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넋을 잃었다.

"양천수 말인데..."

주경진이 문지수를 현실로 불러냈다.

"응? 양천수? 양천수는 왜?"

"양천수가 말하는 화폐 폐지론이 실현되면 외국과의 거래는 어떻게 되는 거야? 모든 나라는 외환보유고라는 게 있어서 다른 나라 지폐를 모아 두었다가 해외 나가는 국민에게 바꿔 주기도하고 무역 결제도 하는데, 화폐가 없다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주경진이 일부러 시비를 걸었다.

"양천수는 거기 대해서도 대책이 있어."

문지수가 홈즈를 내려놓고 슬그머니 주경진의 가슴을 만지며 말했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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