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의 초상 쉽게 공개하는 언론, 과연 문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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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의 초상 쉽게 공개하는 언론, 과연 문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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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기자클럽 '방송보도의 형사 피의자 초상권 공개 이대로 좋은가' 세미나 개최

▲ 한국방송기자클럽 '방송보도의 형사 피의자 초상권 공개 이대로 좋은가' 세미나 개최 ⓒ뉴스타운

한국방송기자클럽(회장 양영철)이 지난 21~22일 이틀간 전주 르윈호텔에서 '방송 보도의 형사 피의자 초상권 공개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방송 보도에 있어 형사 피의자 초상권 공개를 둘러싼 논란과 문제점 등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MBC 국장 출신 류종현 한국외대 겸임교수가 '실무관점에서 본 형사 피의자의 초상 공개'란 주제로 발제했다.

또 다른 발제자 언론중재위원회 교육팀장 양재규 변호사는 '공익의 관점으로 본 피의자의 초상 공개 보도'를 발제했다. 류 교수와 양 변호사는 지난 2010년 '기자와 변호사가 함께 쓴 초상권 이야기'를 함께 펴낸 바 있다.

류종현 교수 "피의자 초상 공개 실익 없이 '가해자 영웅 만들기' '피해자 분노 키우기' 뿐"

류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시대에는 '카메라가 펜보다 강하다'(The camera is mightier than the pen)"라는 관점에서 논의를 풀어갔다.

그는 "카메라가 본래 향해야 할 부패권력이나 환경오염 등이 아니고 아무 방어수단도 없는 무고한 소시민 형사 피의자에게 잘못 향할 때, 카메라가 흉기로 변해 인격 살인을 저지르게 됨으로써 때로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까지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특히 범죄사건 보도에서 언론이 피의자의 반사회성이나 비윤리성 때문에 정확한 보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심각한 인권침해와 초상권 침해가 일어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형사 피의자의 초상권 공개에 있어 언론이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강력범죄 피의자들의 얼굴이 언론을 통해 속속 공개되는 추세와 관련해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확정 판결 이전에 피의자의 초상을 공개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법 논리에 정면 배치될 뿐만 아니라 피의자 가족에 대한 또 다른 보복범행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 가족과 피의자로서는 '알려지지 않을 권리'를 고수하기 마련"이라며 "더 나아가 피의자 초상공개가 신문판매부수나 시청률 제고라는 선정언론의 속내 때문이 아니냐는 비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난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좌제가 폐지된 현실에서 피의자 가족이나 자녀도 국민의 일원이고, 언론이나 국가가 국민에게 2차적 테러를 유도하거나 부추기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논리적 숙고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가해자의 초상공개가 분노와 상처를 돋우는 것 외에 실익이 없다는 측면을 지적했다.

류 교수는 피의자 초상공개가 선입견을 갖게 하고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한 예로 1970년대 미국에서 여성 35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 사례를 들었다. 잘생긴 외모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대중 동정심을 유발해 살인까지 정당화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기현상을 낳게 한 사건이었다.

류 교수는 "인상으로 잘잘못을 단정하려 들거나 여론을 조성하여 죄 값이 가감되는 현상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취재·편집·보도 과정에서 방송 뉴스가 저지르는 오류들

류 교수는 특히 취재·편집·보도 과정에서 방송 뉴스 보도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카메라샷은 희생자나 범죄자가 아닌 객관적 관찰자로 위치 ▲ 슬로모션 등 현란한 영상제작기술 금지 등을 강조했다.

또한 류 교수는 범죄보도에서 누적보도 효과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BBC를 포함한 대부분의 해외 방송사들은 밤사이에 사건 진전이 없다면, 그 내용을 다시 보도 할 것인지 고려해야 하며, 범인의 초상의 경우도 다시 재방 할지를 숙고해야 한다고 방송내규를 정하고 있다."며 "왜냐하면 그 범인의 초상은 24시간 방송한 것만으로도 일반시청자의 가치 있는 호기심정도는 충족되었다고 판단하고, 자칫 반복 누적방송이 범인을 영웅시하는 역효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거녀를 살해한 후 시체를 유기한 중국동포 박춘풍 사건보도에서도 우리 방송은 과잉 보도함으로써 영웅시 하거나 피해자 유족에게 칼을 꽂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청자에 대한 정보전달서비스측면보다 방송사의 뉴스시간 때우기에 더 급급한 처사로서 방송이 인터넷처럼 온디멘드(on demand)에 의한 쌍방향이 아니라, 일방적인 매체라는 점을 간과한 사려 깊지 못한 횡포이자 위선언론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또한 사실과 다른 편집이 범죄사실의 왜곡을 부추길 수 있다며 사회적 논란을 낳았던 인천 보육원 교사의 폭행 사례를 들었다. 실제 사건은 교사가 어린 아이의 뺨을 한 차례 가격한 것이었지만, 모 케이블 방송사가 같은 장면을 연속 반복해 보여주는 편집 방식으로 일부 시청자는 아이를 수차례 가격한 것으로 오인했던 실례를 들었다.

그는 아울러 ▲ 기사작성에 존재하지 않는 경향을 제시하려고 추측하거나 기정사실화하는 것을 피할 것 ▲ 현재 피의자 체포시 대대적인 보도 경향에서 기소나 선고를 집중보도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 등이 정보 내용면에서나 인권보호에 더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국민 알권리는 사건의 본질 내용에 있지, 피의자 초상에 있지 않다"

류 교수는 이처럼 형사 피의자의 초상 공개 문제와 관련, 언론의 문제점을 짚으며 "수사과정은 피의자의 죄가 있고 없고를 조사하는 단계 이므로, 검찰의 기소단계로 초상공개를 전환시키는 방안도 논의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또 '흉악범'이나 '반인륜 강력범죄자'와 같은 용어의 개념에도 모호성을 제거하여 좀 더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알권리는 어떤 사건의 본질적 내용에 있지, 피의자의 초상에 있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초상공개가 자칫 피의자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까지 침해받게 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최근 주민등록번호도 개인정보로서 수집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입법되고 있는 마당에, 하물며 아직 죄가 확정되지 않은 국민의 얼굴을 언론에 공개하는 초상권 문제가 소홀히 다루어지는 것은 선진언론과 법치선도국가로서의 대한민국과도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한편, 또 다른 발제자 양재규 변호사는 '공익의 관점으로 본 피의자의 초상 공개 보도' 발제문을 통해 피의자 초상 공개의 문제점으로 ▲ 공익성의 결여 ▲ '알권리'의 남용 ▲ 인격적 가치에 대한 존중 결여 등을 꼽으며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

이날 '방송 보도의 형사피의자 초상권 공개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세미나에는 이형근 SBS 특임부장의 사회로 이승환 KBS 보도전략팀장, 도인태 MBC 문화레저부장, 김주명 CBS 해설위원장, 오점곤 YTN 사회문화 선임데스크, 정창원 MBN 산업부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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