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야 할 '10.27 법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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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야 할 '10.27 법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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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가짜 경찰들의 불법연행과 폭력시절-

나에게 대한민국 민주화가 절실히 느껴지는 순간이 왔다. 2015년 5월 18일 오후 2시, 나는 국무총리 소속의 소위 '10.27 불교법난 진상조사 위원회'의 주선으로 동국대 병원의 정신과에서 남자 의사와 여자 의사로부터 교대로 4시간 20분의 검진을 받았다. 그것은 나에게는 악연이 있는 사라진 보안사(保安司) 때문이었다.

동대 정신과의 교수이며 주임의사로 보이는 의사가 내게 말했다. "법원의 채포영장 없이 군인들이 강제로 연행하고, 정신과 육체에 고통을 준 것은 민주화 시대에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단히 잘못된 일입니다."를 전제하고 검진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 의사를 보면서 분명 이땅에 민주화는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잠시 후 나는 젊은 여의사에게 인도되어 또 검진을 받게 되었다. 그녀는 먼저 내게 12345 숫자를 말하고 내게 "그 숫자를 기억합니까?" 물었다. 대답하면 칭찬해주었다. 그러나 숫자가 길어지고, 길어진 숫자를 거꾸로 기억하여 말하라 했다. 나는 긴 숫자를 순행으로든 역행으로 든 기억하지 못한다고 실토했다. 여의사는 이번에는 소년소녀들이 즐기는 퍼즐을 맞춰보라고 시켰다. 그 퍼즐도 처음에는 제대로 하여 칭찬을 받았지만, 마지막에는 모두 틀려 버렸다. 나는 성이 나서 말했다. "이거 무슨 침펜치 훈련시키는 거요?"

그 여의사는 성을 낸 나를 보고 마주 화를 내지는 않았다. 지성미 넘치는 눈으로 나를 무표정히 관찰하면서 계속하여 질문했다. "지금 여기는 어딘 가요?"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동대병원 정신과지요." "오늘이 몇년, 몇월, 몇일이지요?" 나는 또 화를 내었다. "무슨 검진을 이상하게 합니까?" 나는 인내하지 못하여 하마터면 자리를 박차고 나올 뻔했다. 이상한 질문을 하던 그녀는 마침내 컴퓨터의 자판기에 손을 얹고서 엄숙히 말했다. "자, 이제부터 1980년, 10월 27일 아침 9시부터 일어난 조계종 10.27 법난을 격은 이야기를 해주세요. 당시 총무원에서의 직위는요?"

여의사의 서론은 내가 치매기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본론부터는 나에게 진실한 회상을 요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회상하면서, 그녀는 대한민국 어느 수사요원보다 더 놀라운 수법으로 나에게 진실을 토로하게 한다는 것을 절감하고, 이제는 망각의 강물에 흘려 보내야 할 고백적 회상을 하기 시작했다.

1970년에서 1980년 대의 한국불교의 총본산인 조계종 총무원은 5∼6개의 정보기관요원들이 매일 수시로 총무원에 출근하듯 했었다. 안기부(安企部), 치안본부(治安本部), 시경찰국(市警察局), 보안사(保安司), 종로경찰서, 무슨 대공(對共)의 정보요원들이 총무원 직원같이 출입했었다. 당시 우리는 종로서 정보요원은 박보살이라 불렀다. 성격이 좋은 분이었다.

당시 총무원에 근무하는 나같은 승려들은 그들을 정보원이라고 호칭하지 않고, 관선기자(官選記者)라고 호칭했다. 그들도 대체적으로 그 호칭에 만족했다. 그들은 총무원장실에 수시 출입했고, 총무원장과 독대하여 취재했다. 어떤 충무원장은 비자금을 주고 좋아하는 관선기자를 이용하여 정적(政敵)승려와 돈 나오는 사찰 주지직을 빼앗기 위해 절대 비밀의 국가기록을 통한 개인기록을 요구하기도 했다. 상상해보라. 두둑한 비자금을 받고 관선기자가 국가 전산망을 통해 절대엄금의 비밀기록을 복사해서 거액의 돈과 맞바꾸는 그 시절을…. 악어와 악어새의 협조가 아닌가.

당시 총무원장은 관선기자의 보고서에 명운이 걸린 듯 애써 아부조였다. 여타 승려들도 아부했고, 일부 승려는 밤이면 관선기자를 왕처럼 대접하고 두둑한 봉투를 내밀기도 했다. 관선기자들의 보고서가 마침내 소위 '10.27 법난 사태'를 일으킨 요인이기도 하다.

1980년 10월 27일, 오전 9시 30분경, 한국불교 사상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송월주 총무원장을 위시하여 총무원 간부 승려들이 몽땅 당시 실세인 보안사의 '서빙고(西氷庫) 분실(分室)'로 강제 연행된 것이다. 총무원장은 예우상 검은색 승용차로 연행해갔고, 각 부, 국장(部局長) 조계사 주지 등은 조계사에 진주한 군용버스에 모두 강제연행되었으나, 나혼자만은 연행되지 않고 총무원에 남았다. 불법연행된 총무원 승려들은 보안사에 강제 연행되어 짧으면 3일간, 길게는 일주일간 복날 깨패듯 맞고 석방되었다.

당시 보안사는 법원, 검찰, 경찰의 상위에서 영장도 없이 마음대로 데려가 복날 개패듯 하고서 내보내주는 최고의 권부였다. 당시 보안사령관은 독실한 불교신자라는 노태우(盧泰愚)였다. 팔공산 파계사(把溪寺)에서 소년시절 신세를 진 노태우가 무슨 억하심정(臆何心情)으로 소년기에 받은 불은(佛恩)을 군인들에 명령하여 군화발로 법당을 짓밟고, 승려들을 복날 개패듯 하게 한 것인지 아직도 나는 화두이다.

내가 80년 '10.27 불교법난' 때는 보안사에 연행되지 않은 것은 첫째, 10.27 이전에 서빙고에 먼저 강제 연행되어 복날 개패듯 당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보안사에서 배려해준 것이다. 그러나 나는 혼자 총무원에 남아서 보안사 요원들에게 공갈협박과 구타 속에 진술을 해야 했고, 결론은 죽을 때까지 비밀엄수의 '보안각서'를 제출하고 강제 해직 당해 길거리로 내쫓겼다. 그들은 향후 3개월간 위치보고를 요구해왔다. 당시 보안사 요원들은 "죽을 때 까지 보안사에서 조사받은 사실을 보안하라고 협박했다. 만약 위반시는 긴급히 재소환 한다"는 공갈이었다.

내가 처음 보안사에 연행된 것은 첫째, 내가 순진바보여서 순순히 따라갔다는 것이고, 둘째, 어느 못난 승려의 음모의 진정서 탓인지 모른다. 나는 당시 어느 날 밤, 길거리에서 낮선 사내 둘이 정중히 인사를 하면서 경찰 신분증을 슬쩍 보여주고 재빨리 호주머니에 넣고는 침울하게 이렇게 말했다. "진정서가 들어와서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잠시만 경찰서에 가셔야 하겠습니다." 그 사내는 시계를 보는 척 하면서, "짧으면 15분, 길면 30분이면 됩니다." 라는 것이었다.

나는 순진 바보였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확인하고, 가까운 파출소나 경찰서로 가자고 주장하고 완강히 버티어야 하는 데, 진짜 경찰인줄 믿고 협조 한다는 차원에서 그들의 차에 승차해버린 것이다. 목적지에 닿으니 경찰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졸지에 사납게 굴며 계급장 없는 군복을 강제로 입혔다. 그들은 내게 복날 개패듯 했다. 군의관이 와서 친절히 진찰까지 했다. 군의관은 그곳이 보안사의 "서빙고 호텔" 이라고 알려 주었다. 나는 서빙고 호텔에서 3일째 되는 날 풀려났다.

그들은 진짜 경찰들로부터 경찰신분증을 빌려다 쓰는 것인지, 가짜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경찰신분증을 보여주고, 조폭의 납치와 폭력과 별차이가 없는 사형(私刑)을 가하고 비밀엄수를 협박하며 보안각서를 받았다. 그들은 나를 정부 방위산업의 비밀서류를 빼내려는 스파이로 몰았다. 그들은 3일만에 석방하면서 웃으며 말했다. "몇 대 맞았다고 시키는 대로 불면 안되지. 스파이는 무슨 스파이…" 그들은 힘있는 자의 돈과 청탁을 받고 사법부를 농락하며 사형(私刑)을 가하는 밤의 가짜 경찰들이었다.

끝으로, 이제 대한민국의 군정보기관은 완전히 민주화로 바뀌었다. 밤에 가짜 경찰 신분증을 슬쩍 보여주고 납치하는 보안사 요원은 민주화의 구호와 실천에 사라진지 오래라고 본다. 보안사에 불법으로 강제 연행되거나 강제 수사와 구타를 당하고, 강제 해직을 명령하던 자들에 피해를 입은 나를 포함한 부지기수(不知其數)의 승려들이 정부에서 명예회복과 보상을 받는 시대가 열렸다. 나는 동대 정신과에서 회상하면서 눈물로 노안을 적셨다. 차제에 나는 거듭 '10.27 법난', 즉 보안사에 불법연행되어 고통을 받은 승려들에 명예회복과 보상을 해주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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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기 2015-05-23 08:52:52
관선기자.악어와 악어새 이런것이 문제가 아니엇다 1980년 당시 천주교 신부님들도 연행 햐려햇지만 이태리 교황청에서 여하히 미리 알고는 ...우리 아이들은 건들지 말아주세요 정중한 공문형식 부탁 세게적인 정치력 발휘 ...기독교는?그들은 정치권력과 나눠먹기식의 힘을 잦췃고 ...가장 단결력 없고 힘없는 불교만 승려들만...복날에 개패듯 맞은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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