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제3정당 동당(동성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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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제3정당 동당(동성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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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갑자기 입은둥만둥한 핫팬츠를 훌러덩 벗어던졌다"

오혜빈의 파격적인 기자회견은 온 국민의 정서를 공황 상태로 몰아넣었다. 멘탈 붕괴를 훨씬 넘어서는 충격이었다. 오혜빈의 이야기는 모든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메뉴로 등장했다. 시장바구니를 들고 마트 계산대에서 만난 주부들도 가랑이 찢기 이야기로 파안대소했다. 야구장에 모인 연인들도 일단은 오혜빈의 허벅지와 공중제비를 화두로 삼았다. 초등학생, 중고등 학생들도 만나자 인사로 다리찢기 흉내를 내며 웃음보를 터뜨렸다.

온 나라가 오혜빈의 수영복 몸매로 화제가 통일되었다.

"이거 뭐야. 멘붕연대가 오혜빈 선거 운동 해준 꼴이 되었잖아."

정치 9단을 자처하는 남당의 공대성 후보는 주먹으로 밥상을 내리쳤다.

"누가 아니래요? 오혜빈은 때리면 때릴수록 커지는 여자라니까."

정문오도 화를 내는 척 했으나 속으로 고소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후보가 되지 못한데 대한 분풀이를 은근히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혜빈을 향한 유권자들의 감정이 모두 좋은 쪽으로만 번지지는 않았다. 우선 멘붕 연대가 그들의 대표적 미디어인 스마트폰 동영상을 통해 새로운 공격을 시작했다. 꽁지머리 방용환 간사가 독설을 퍼부었다.

"오혜빈 후보는 아직도 해명해야 할 스캔들이 많이 남았다. 숨겨둔 연하의 애인 양천수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곧 터뜨리겠다."

몇 시간 뒤에 방용환이 다시 스마트폰에 나타났다. 꽁지머리 방용환은 스마트 동영상인 sns티비에서 주로 '황당 토론회' 사회를 맡았다. 말이 토론회지 엉뚱한 정치적 제안이나, 정치인, 재벌 회장 등에 대한 폭로가 주된 내용이었다. 더러는 연예인의 깜짝 스캔들을 내놓기도 했다.

워낙 유언비어 수준의 폭로를 많이 하기 때문에 고소나 고발도 수없이 당했다. 고소를 겁내지 않아 연예계에서는 '용감한 녀석들', 약칭 '용녀'라고 했다.

"오늘 특별한 우리 동지 한 사람을 소개합니다. 이 동지가 이번에는 오혜빈 후보가 꼼짝 못할 폭로를 할 것입니다."

이어 동영상에 탤런트 강로리가 나타났다.

"저는 만천하가 다 아는 레즈비언, 자유 연애주의자 강로립니다."

"여당의 오혜빈 후보와 사귄다느니, 허벅지에 서로 사랑의 문신을 새겼다느니 하고 뻥을 친 바로 그분이군요."

방용환이 빈정대기 시작했다. 그는 사람을 초대해 놓고 빈정거려 약을 올려서 입을 열게 했다.

"뻥이라니오? 둘이서 같이 새긴 타투, 아니 문신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 있어요."

강로리가 갑자기 입은둥만둥한 핫팬츠를 훌러덩 벗어던졌다.

"엇! 이러면 외설로 고발당할 텐데."

"고발이라고요? 나도 용녀의 한 사람이어요. 그런 것 겁났으면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어요."

꽃무늬가 요란한 짧은 팬티가 강로리의 하반신의 중요 부분만 힘겹게 가리고 있었다.

"그렇게 용감하다면 다 보여 주시지요."

방용환이 재촉했다.

"물론이죠."

강로리가 팬티 끝을 말아 올렸다. 새하얀 허벅지에 푸른 윤곽이 선명한 하트 문신이 나타났다.

"와! 정말이네요."

"잘 보세요. 한글로 ㅎ과 ㄹ 글자가 보이지요?"

하트 옆에 눈에 보일듯 말듯 하게 한글 자음 2자가 새겨져 있었다.

"혜빈과 로리의 이니셜인가 보군요."

"그렇습니다. 오혜빈 여당 대통령 후보의 중요한 부분에도 이와 꼭 같은 문신이 있습니다."

강로리는 벌거벗다시피 한 아랫도리를 카메라에 무방비로 노출시킨 채 열을 올렸다.

"그런데 어제 생중계를 전 국민이 보았는데, 오혜빈 후보의 섹시한 허벅지에는 그런 게 없었지 않습니까?"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꽁지머리님은 혹시 최현우 쇼를 보셨습니까?"

"마술하는 그..."

"빙고. 허벅지 문신 안 보이게 하는 속임수쯤이야 기본 마술 아닙니까?"

"아니, 그럼 오혜빈씨가 마술도 하십니까? 가랑이 찢는 비보이 춤만 추는 줄 알았는데..."

방용환이 일부러 놀라는 척 크게 헐리웃 액션을 보였다.

"그건 더 알아보세요. 꽁지님께 숙제로 드릴게요."

강로리는 깔깔 웃고 말을 이었다.

"오혜빈 언니의 입장은 이해합니다. 정치 초년병 시절의 일이니까요."

"아니, 문신을 한 것은 작년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방용환이 눈을 크게 뜨고 며칠 전 보도된 내용을 강조했다.

"보도된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면 오혜빈 후보와 처음 사귄 것이 언제부터입니까?"

"오혜빈 후보가 정치에 막 발을 들여놓았을 무렵이니까 10년도 훨씬 넘었군요. 우리는 비밀 퀸 클럽에서 만났습니다."

"퀸 클럽이라고요?"

"퀸이란 동성애자의 슬랭입니다. 그렇죠. 비밀 동성애 애호가 클럽에서 만났습니다. 거기서 우리는 첫눈에 반했지요. 오혜빈은 나보다 한 살 위이고 머리 회전이 빨랐어요. 지적수준, 특히 여성학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어요. 두 사람 다 추리 소설가 엘러리 퀸의 애독자라는 점도 닮았지요. 말하자면 저하고 수준이 맞았어요."

"엘러리 퀸도 동성애자입니까?"

방용환이 물었다.

"퀸이면 다 동성애인 줄 아시나요? 아닙니다. 엘러리 퀸은 탐정 이름이며 작가의 필명이죠, 사촌간인 데니와 리라는 형제가 공동 집필로 소설을 썼습니다. 우리는 특히 그의 작품 중에 '로마모자의 비밀'을 좋아했죠."

"4촌 형제간이었습니까? 그럼 데니와 리는 호모였나요?"

"무식한 꽁지머리님, 아니라니깐요."

강로리가 답답하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어, 동성애자는 아니고 소설만 함께 썼단 말이군요. 그건 남의 나라 이야기고, 강로리 씨가 오혜빈 씨를 처음 만난 것은 언제 어디서였습니까?"

"그러니까 정확히 16년 전입니다. 내가 스물두 살로 영화계에 처음 데뷔하던 해였으니까요."

"영화 제목이 뭐였어요?"

"'야한 여자가 출세한다'라는 영화였지요. 흥행에 실패했어요. 제목이 너무 노골적이라서 안 되었대요."

"예, 그 해 어디서 어떻게 만났습니까?"

"재벌 2세들이 모인다는 파티에 초청을 받아서 갔지요. 제가 출연한 영화의 감독이 쫑파티 하러 간다고 해서 갔더니 재벌 2세들, ST아일랜드 클럽인가 seven treasure 클럽인가 뭔가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대한민국 VIP의 자제들이 다 모였어요. 거기서 오혜빈 후보를 처음 만났어요. 우리는 첫눈에 반해 따로 나와 다른 곳으로 갔지요. 그곳이 퀸 클럽이었습니다."

"그래서 첫날부터 스킨쉽이라고 하는..."

"그건 이다음 이야기로 남겨두어요."

"문제의 문신은 언제 했나요?"

"그건 만난 지 1,000일 되던 날에 태국으로 여행을 가서였지요. 우리는 술이 엉망으로 취해서 유명한 타투 집을 찾아갔어요."

"거기서 술김에 했군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해요? 술김이라뇨?"

"죄송합니다. 그럼 그때..."

"오혜빈은 장차 정치판에 뛰어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정치판을 뒤엎고 동성애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옛? 오혜빈 여당 후보가 동성애 당을 주장했다고요?"

방용환은 이번에는 정말 놀란 것 같았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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