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용감한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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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용감한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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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오혜빈의 허벅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남당(男黨)의 대선 본부. 공대성 후보를 비롯한 선대 위원들이 커다란 스크린 앞에 모여 앉았다. 앞줄에 공대성 후보를 비롯해 정문오 등 당 요직 인사들이 나란히 앉았다.

주경진은 중간쯤 옆 자리에 사무국 다른 간부들과 함께 앉았다. 6시 정각이 되자 정면 대형 스크린에 텔레비전 화면이 나타났다. 모든 방송이 육삼 빌딩의 오혜빈 기자회견을 중계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방송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기자 회견장 정면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 돌연 출렁거리는 파도가 힘차게 앞으로 몰려왔다. 성난 파도가 혀를 널름거리며 회견장을 덮칠듯이 앞으로 다가왔다. 회견장 기자들은 갑자기 덮치는 파도에 윽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성난 파도가 지나자 스크린에는 오렌지 빛 수영복을 입은 여자가 멋지게 자유형 수영을 하면서 앞으로 다가왔다. 바다에서 파도를 헤치고 해변 모래 사장으로 들어오는 장면이었다.

오혜빈이었다. 오혜빈이 모래사장에 발을 딛자 멋지게 농익은 여체가 모래위에 파르테논 신전의 돌기둥 같이 곱게 다듬어진 다리를 세우고 우뚝 섰다.

“와! 짱이다.”

공대성 캠프에서 중계를 보고 있던 대선 위원 한 사람이 감탄했다. 공대성은 못들은 척했으나 기분이 좋은 것 같지는 않았다.

스크린에서는 모래 위를 맨발로 천천히 걸으며 바다에서 걸어 나오는 오혜빈의 모습을 한참 동안 보여 주었다. 며칠 전에 보도 자료로 돌린 수영복 동영상은 이 장면에서 한 컷을 따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모두 완벽하게 드러난 오혜빈의 허벅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우윳빛 허벅지가 바닷물을 머금어 한층 더 육감적으로 보였다. 위로는 결코 비만이라고는 할 수 없는 적당히 살이 오른 허리와 그리 크지 않은 유방이 알맞게 자리하고 있었다. 30대 후반의 나무랄 데 없는 여체였다.

주경진은 공대성 후보의 얼굴을 스치듯 훑어보았다. 눈동자에서 그의 마음을 읽으려는 것이었다. 주경진이 배운 독심술은 눈동자를 통해 상대의 생각을 읽는 특별한 기술이었다.

- 흠, 내 그럴 줄 알았어.

공대성의 마음을 읽은 주경진은 소리 내지 않고 웃었다.

공대성은 아무 표정 없이 멍청하게 오혜빈의 수영복 몸매를 바라보고 있는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주경진은 표정과는 너무도 다른 공대성의 머릿속을 읽었다.

공대성은 침대 위에 누워있는 아내의 벗은 모습을 떠올리고 오혜빈의 몸매와 비교를 하고 있었다.

- 응큼한 정치인 같으니.

주경진은 이번에는 정문오 위원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정문오 위원은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입을 반쯤 벌리고 오혜빈의 몸매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있었다. 주경진은 정문오의 눈동자를 통해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 ㅋㅋㅋ, 이럴 줄 알았어.

정문오는 오혜빈의 수영복을 모두 벗기고 있었다. 완전 나체가 된 오혜빈의 몸매를 상상하며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

특히 오혜빈의 허벅지에 초점을 맞추고 뚫어지게 보다가 초점이 차차 위로 올라가면서 양쪽 허벅지가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아예 수영복을 걷어낸 상상을 하고 있었다.

주경진은 여자라면 눈 한 번 깜빡이지도 않는 냉혈 동물 같은 사무총장 배덕신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나 보기와는 아주 달랐다. 그는 가장 친한 친구의 부인인 조미영과 오혜빈이 발가벗고 엉겨있는 동성애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다. 배덕신은 조미영을 짝사랑해서 볼 때마다 음흉한 상상을 하지만, 자기 마음을 들킬까봐 엄하게 표정관리를 하는 사람이었다.

주경진은 대통령 후보가 된 사람이나,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나 머릿속은 모두 건달이 할 수 있는 생각을 다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육삼 빌딩 회견장의 단상이 바뀌었다. 스크린 위를 누비던 수영복의 오혜빈 영상이 사라지고 단상에 오혜빈 후보가 나타났다.

“와, 오 후보다.”

“오혜빈! 오혜빈!”

갑자기 여기저기서 함성과 박수와 연호가 터져 나왔다.

오혜빈은 연두색 롱 코트를 입고 나왔다. 희게 반짝이는 굽 낮은 구두와 목에 두른 하얀 스카프가 오혜빈을 청초하고 단아하게 보이게 했다. 주경진은 문지수가 의상 코디를 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당의 대통령 후보 오혜빈입니다.”

오혜진을 모르는 사람이 여기 있을까? 그러나 오혜빈은 겸손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허리를 깊숙이 굽혀 절을 했다.

“모든 유권자가 저한테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여당 유권자보다 남당 유권자가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나라 국민이 장차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사는가 하는 정치공약이나, 앞으로 5년 동안 경제 성장률을 얼마로 달성할 것인가 하는 공약 같은 것보다는, 오혜빈의 허벅지에 무슨 타투를 새겼느냐 하는 것에 훨씬 더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오혜빈, 정말 민심 읽는 천재다!”

누군가가 소리치자 모두 한마디씩 했다.

“오혜빈, 빨리 벗어라!”

“벗어라!”

“벗어라!”

회견장이 갑자기 열기를 띠었다. 모두 박수를 치고 리듬까지 타면서 합창을 했다.

모두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예전에 나훈아라는 가수가 기자회견장에 나와 바지 허리끈을 풀고 거시기를 보여주겠다고 제스추어를 쓰던 일을 모두 생각했다. 설마 오혜빈이 옷을 벗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은 빗나갔다.

오혜빈 후보가 갑자기 입고 있던 연두색 가운 앞자락을 열고 가운을 활짝 벗어던졌다.

“와!”

하얀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오혜빈의 몸매가 드러났다. 젖가슴과 사타구니만 겨우 가린 노처녀의 빛나는 육체가 회견장을 꽉 메운 사람들의 눈을 부시게 했다. 잘 여문 과일 같은 단단한 유방과 알맞게 벌어진 엉덩이가 40에 가까운 여자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균형 잡힌 몸매였다. 조금 전에 영상으로 보여준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걷는 모습과는 비교도 안되게 아름다웠다. 회견장은 오혜빈의 나신 앞에 모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더 충격적인 장면은 그 뒤였다. 오혜빈이 갑자기 가볍게 단상 마루를 살짝 차고는 공중으로 휙 솟아올랐다. 다음에 머리를 허공에 둔 채 공중잡이로 한바퀴 돈 뒤에 제자리에 오똑 섰다. 그리고 동작을 이어 가랑이 찢기로 두 다리를 쫙 벌려 바닥에 붙이는 다리 찢기를 완벽하게 해보였다. 비보이를 무색하게 하는 완벽한 동작이었다. 오혜빈이 초등학교시절 비보이에 반해 춤을 배웠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우와!”

이번에는 탄성과 함께 장내가 떠나갈 듯 박수가 쏟아졌다.

오혜빈의 이날 회견은 뒷날 표를 얻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혜빈의 허벅지에는 아무런 스캔들도 없었다.

남당 회견장의 분위기는 감탄이라기보다는 멘탈붕괴의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 멘붕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더 많은 용감한 녀석들이 쏟아졌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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