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잃어버린 5년, 이들을 망친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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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잃어버린 5년, 이들을 망친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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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철강업과 아무 관련 없는 원전, 발전소, 자원 회사들 인수하게 만들어

▲ 故 박태준 회장
1. 어제(1.16) 포스코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차기 포스코 회장에 권오준 포스코 기술부문장을 내정했다.

권 내정자는 서울대 금속학과, 피츠버그대 공학박사를 졸업하고 1986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으로 처음 포스코에 입사한 후 수십년간 철강 R&D 외길을 걸어온 전형적인 철인(鐵人)으로, 내부 인맥이나 파벌은 물론 외부 정치권과도 전혀 연이 없는 그가 포스코 회장으로 전격 내정된 것은 매우 의외의 일이라는 것이다.

고 박태준 회장 이후, 그리고 2000년 포철에서 포스코로 민영화가 완료된 이후, 지난 모든 정권들에서 사실상 정권의 하수인이 포스코를 좌지우지 했던 과거와 비교해 볼 때, 이번 의외의 사건이 얼마나 참신했으면 모 일간지는 이를 두고 『잃어버린 5년』을 되 찾을 시작점이라고 표현했다.

2. 그렇다면 과거 잃어버린 5년간 포스코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일단 포스코의 주요 재무 지표를 보면 대략적인 상황을 알 수 있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부채가 2008년 이전에 9조~11조원 규모이던 것이, 2010년대로 넘어오며 갑자기 30조원 이상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이 것은 당시 삼창, 성진지오텍, 대우인터네셔널 등 철강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원전, 플랜트, 자원 회사들을 무분별하게 인수합병하며 악화된 경영실적이다.

당시 포스코는 2007년에 23개이던 계열사가 2012년에 70개로 늘어가는 경이적인 M&A 기록을 세웠다. 이 것은 다른 5대 그룹의 계열사 증감과 비교해도 매우 비정상적인 현상이었다.

 
이렇게 계열사를 늘린 결과 당연히 매출은 2007년 31조에서 2013년 61조로 2배 가까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7조원 수준이던 것이 3조원대로 떨어지며 50% 이상의 영업실적 악화로 나타났다.

아마도 이러한 지표상의 악화 과정을 감추고 싶었는지, 당시 포스코 기록들을 죽 살펴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된다. 2007년 이전 까지는 포스코가 연결재무재표를 공개하다가 갑자기 2008년과 2009년엔 연결재무재표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2010년부터 연결재무재표가 나타난다. 연결재무재표는 계열사의 모든 매출과 부채와 이익이 하나로 연결 통합되어 표시된 재무재표를 말한다. 아마도 당시 수십개의 계열사를 늘려가며 덩달아 같이 늘어가는 부채 현황을 감추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2010년 다시 연결재무재표가 등장하자 이전에 10조원도 안됐던 부채는 어느새 30조원대로 뻥튀기 되어 있었던 것이다.

3. 이제 우리는 포스코를 이렇게 망가트려 놓은 자들에 대해 말을 해야 한다.

그들은 지난 5년간 국민 기업 포스코를 마치 자기들 사기업인양 손에 넣고 마구 주물렀던 자들이다. 그들은 자기 말을 잘 들을 사람을 포스코 회장에 앉혀 놓고, 포스코의 철강업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원전, 발전소, 자원 회사들을 인수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인수된 회사들 대부분이 부실 회사이며 그 인수 과정도 비정상적이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부패의 질이 안 좋은 경우를 꼽자면 "삼창기업"을 들 수 있다.

삼창기업은 1974년 설립된 발전소 관련 회사로, 2000년대에는 에너지 자원 분야에도 뛰어들며 2000년 매출 415억, 2005년 712억원 수준으로 꾸준히 성장해 가다, 지난 정권이 들어선 2008년, 원전의 핵심장비인 원전제어계측 분야를 거의 독점하며 갑자기 1600억대로 매출이 치솟았던 회사다. 다음 해인 2009년 역시 162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는 듯 했지만, 그 이듬해인 2010년도에 무려 531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삼창기업은 사실상 파산 상태에 놓이게 된다.

삼창이 5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적자를 본 것은 『UAE 원전 수출』 이슈로 한참 뜨겁던 2010년, 두바이 아파트와 발전소 건설 사업에 손을 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당시 국내 원전 핵심 장비를 제공하는 삼창이 무너진다하여 언론들이 꽤나 떠들석하며 원전 부품 공급에 차질이 있어선 안된다는 기사를 내 놓았었다. 그런 기사들로 며칠간 언론들이 떠들고 난 후, 갑자기 포스코가 등장하여 문제의 삼창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결국 포스코는 2012년 1천억원이나 주고 삼창기업을 인수했는데, 당시 원전 업계 예상 가격이던 200~300억원을 몇 배나 뛰어넘는 고가 인수에 포스코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고 해당 업계의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그 배경에 대해 의혹을 품었었다.

과연 다 망한 기업을 몇 배의 웃돈을 주고 1천억원이라는 거금으로 인수하게 한 뒷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1월 10일 삼창의 이두철 전 회장은 130억원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는데, 이 전 회장은 전 정권 실세와 매우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삼창기업 인수를 추진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선임될 때 역시 전 정권의 실세들이 개입했다는 설이 있었다. 아마도 이러한 관련성들이 포스코의 잃어버린 5년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이번에 포스코에서 아무도 예상 못한 참신한 인사가 이루어진 만큼, 지난 5년간 포스코를 거덜나게 만든 인수합병들과 그 것을 주도한 자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야 할 것이다. 죄에 대한 징계가 없으면 부패는 언제든 재현되려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미래경영연구소 연구원 함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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