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문 앞에 설 날도 있다네
하늘 문 앞에 설 날도 있다네
  • 안봉규 논설위원
  • 승인 2014.01.07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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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셈이 쉬우면 뺄셈도 어렵지 않다

올해는 우리나라에 푸른 말띠 아기가 태어난다. 이들이 성장해서 남북통일을 이룩하고, 좌(左) 중국-우(右) 일본 거느리며 글로벌 평화를 주도할 시대가 올지 모른다. 이때를 놓치지 않으려면, 선조들이 감당할 수 있는 철학을 대비해놓아야 한다. 중국과 일본을 극복할만한 석학을 딱 세 분만 꼽는다면, 통불교의 원효(617-686)와 훈민정음 창제의 세종(1397-1450)과 신유학의 율곡(1536-1584)을 추천하고 싶다. 혹시 율곡을 폄하할 분이 있다면, 그가 열 살 꼬마 때 지었다는 서사시 경포대부(鏡浦臺賦)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여기에서 소동파가 지은 적벽부의 시구를 일부 인용했는데, 그것 말고도 율곡의 아득한 독서량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강릉 경포대는 특히 가을 달밤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누각에 앉아 달의 개수를 “덧셈”하는 모습이란, 의외로 썰렁하지 않고 오히려 감미롭게 객을 이끌어간다. 자, “경포대에 뜬 달은 모두 몇 개?”

1. 고독 – 4개. 하늘 위에 하나, 앞 바다에 하나, 호수 위에 하나, 내 술잔에 하나.

2. 낭만 – 5개. 임의 눈동자에 또 하나.

3. 열정 – 6개. 끓어 넘치는 내 가슴 속에 또 하나.

4. 가상(virtual) – 7개. 편액(扁額)된 “경포대부”에서 읊은 명월(明月)까지 합쳐. 

달이 있는 곳은 곧 하늘이다. 인간차원에서 제시된 하늘은 다층 구조를 가질는지 모른다. 스카이(sky)는 저 푸른 하늘, 스페이스(space)는 검은 우주, 헤븐(Heaven)은 우주를 초월한 금빛 천성(天城), 이런 식이다. 그밖에 스페이스를 우주론으로 좀더 파고들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4%에 불과한 밝은(측정 가능한) 물질의 우주 말고도, 과잉 인력이 작용하는 암흑물질의 우주, 팽창 척력이 작용하는 암흑에너지의 우주 등으로 나뉘어져 있을지 모른다. 또 평행우주가 따로 존재할 수 있고, 태초 이전의 빅뱅 터널링 우주까지 전제할 수도 있다. 

“신국(the Kingdom of God)”은 예수님이 비유로 설명한 용어로서 “하나님이 다스리는 나라”이다. 신약에서 천국(Heaven) 또는 낙원(Paradise)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개념이다. 시나이 산에서 모세가 “보이지 않는 그분”께 존함을 물었을 때, “여호와, 즉 스스로 있는 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야웨(Yahweh)”는 “되다(Becoming)”라는 동사로서, 끊임없이 자신을 계시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따라서 천국은 “지금도 바뀌는” 역동적인 나라이다. 마치 파동 같은 속성을 지닌다. 이웃으로 연결되는 사랑의 공동체, 자기에게 새겨진 말씀의 저장고, 웹으로 전파되는 정보망 등으로 일부 프로파일링(profiling) 된다. 

천국 관문은 “뺄셈” 시험에 합격한 사람만이 통과할 수 있다. 예수님은 12제자를 선택하고 첫 세미나에서 “가난한자, 애통한자, 핍박 받는 자가 복이 있다”라고 가르쳤다. 그분 자신은 객지에서, 외양간에서, 구유에서 출생했다. 어떤 이는 바로 그곳이 세상탐욕에서 가장 오염되지 않았던 “깨끗한 공간”이었다고 지적한다. 그의 사망은 더욱 드라마 같다. 민족의 지도자들에게 정치적 반역자로 몰려 적신으로 십자가에 매달렸다. 그 전날 밤의 회식에서 그는 제자들의 발을 씻겼다. 그의 메시지는 시종 한결같다. 즉 역(逆) 피라미드 구조의 섬김과 베풂이었다. 

이집트 가자 지역의 거대한 피라미드는 그 반듯한 외양에서 한 점 불안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지만, 역설적으로 체제불안을 표명한 유물이다. 이 네모뿔 건축물은 파라오의 사체를 천상으로 전송하는 캠프였다고 일부 주장하지만, 불변하는 통치력을 천하에 시위하는 표지로서 사용됐음 직하다. 그 까닭은, 나일 강 하류가 홍수로 범람했던 시대에 피라미드는 그 길목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피라미드의 신비한 안정감은 “군주-지도 세력-기반 주민” 하향식 지배체제로 포장된 왕권을 일정기간 존속시켰을 것이다. 이와 같은 권력은 오늘날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주종(Server-Client)의 고리처럼 연결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형성된 질서는 이해(利害) 관계가 “덧셈”으로 상납되는 다단계 구조이다. 따라서 불이익은 하위 계층으로 내려갈수록 가중되는 까닭에 결국 “암웨이(Amway)의 마케팅”처럼 쇠락해지는 운명을 맞이한다. 

세상은 “+/-” 피라미드가 쌍으로 겹쳐있다. 이런 상태를 학술용어로 중첩(superposition)이라 부르는데, 자연계의 기본원리로 추정되고 있다. 양자(量子, quantum)는 지금까지 물리현상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도구이다. 이 명칭은 “어떤 크기를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라는 “양(量)”과 “티끌과 같은 작은 개체다”라는 “자(子)”로 구성된다. 가령 수소 원자 외각의 전자 하나를 양자로 설명해 보자. 이때 전자는 에너지, 운동량, 자기장, 스핀 등의 상태가 각각 두 개 이상의 값으로 양자화 되어 있다. 그리고 하나의 값으로 측정되기 전까지는 이 모든 상태가 확률적으로 분산되어 있으며, 파동상태로 중첩되어 있다. 또한 다른 두 상태의 차이 역시 양자화 되어 있으며, 이것이 광자(光子, photon)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서양철학사를 흩어보면, 17세기 초반 신구교 30년 전쟁을 치룬 후 계몽(Enlightening) 운동이 일어났다가, 이어서 낭만파(Romanticism) 사조가 나타난다. 칸트(1724-1804)는 여기서 계몽주의의 종점으로 평가된다. 물계(物界)에 대비하여 영계(靈界)는, 만약 있다면, 빛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스웨덴보리(Swedenborg 1688-1772)는 물계와 영계가 중첩된 삶을 살았다. 그는 자연과학으로 학위를 받았지만, 56세 때 신접하고 영매가 되었다. 그후 그는 천국과 지옥에 관한 탐방기를 30권이 넘도록 남겼다. 칸트의 대표작 “순수이성비판”이 스웨덴보리의 신앙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전한다. 또 괴테(1749-1832)의 주저 “파우스트”의 모델이 바로 스웨덴보리였다는 설도 있다. 그리고 “빛의 천사”로 추앙받는 헬렌 켈러(1880-1968)는 그가 일으킨 “새 예루살렘 교파”의 추종자였다. 

전자(電子) 하나를 놓고 생각해봐도, 사실 필자가 전공한 분야지만, 여전히 그 정체를 모른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얼뜨기” 같다. 전자를 입자(particle)로 보면 지극히 작은 먼지 같고, 장(field)으로 보면 온 우주를 덮는 것 같다. 거의 무한에 가까운 전자의 양자 상태까지 고려해보면, “나” 하나의 개체는 실로 엄청난 수혜를 받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선악 간에 무한대의 가능성과 함께 상상을 초월하는 변신을 꿈꿀 수 있다. 그것은 단지 자기 마음의 상태를 바꾸는 것에 불과할지 모른다. 믿음으로 가는 길이다. 설 날, 복 받은 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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