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학계의 고질적 병폐와 아마추어의 난립(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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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의 위기, 이대로 둘 것인가? (2)

[2] 한국사학계의 고질적 병폐와 아마추어들의 난립 (1)

PD 사학은 메스컴을 통한 역사에 대한 쉬운 접근적 이해를 도왔다는 데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지나친 영상물의 범람, 그에 따른 의존은 과다한 흥미화를 이끌어 냈고, 결과적으로 이는 역사 교육 담당자들의 사기를 저하시켜 교육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말았다. 더 나아가 사극을 통하여 잘못된 사실 전달을 통한 그릇된 이해와 관행을 심어줌으로서 결과적으로 한국사의 위기를 가중시켰다.

PD 사학의 난립과 함께 한국사의 위기를 부채질 해 온 요인 가운데 두 번째로 필자는 한국사학계의 고질병적 병폐와 아마추어들의 난립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PD 사학에 의하여 메스컴에 의한 역사물의 방영이 활성화 됨에 따라 비사학 전공자들, 즉 아마추어들에 의해 집필된 대중서들이 봇물을 이루게 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에 의해 우리 역사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면에는 바로 우리 한국사학계의 무관심과 고질적 병폐가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즉, 한국사학계가 대중화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고질적인 병폐에만 휩쓸려 상대적으로 이들에 의해 대중화가 이루어졌고, 한국사학계는 오히려 이들에 의해 끌려가는 기현상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1. 대중서들의 홍수, 그리고 그 이면

그렇다면 한국사의 위기를 초래한 아마추어들의 난립이나 한국사학계의 무관심, 고질적인 병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국사학계의 문제점을 꼽기에 앞서 우선 아마추어들의 난립부터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듯 싶다.

1996년에 출간된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 실록' 시리즈는 출간된지 근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장기 베스트 셀러에 오르 내리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인기와 사랑을 한 고 있다. '한권으로 읽는... ' 시리즈가 인기를 모으게 된 데에는 각 시대별 역사를 체계적으로 쉽고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이해를 쉽게 했다는 점이며, 더구나 그 무렵에 방영된 조선시대 관련 사극이 많은 관심과 인기를 모았다는 점도 이 서적의 인기 몰이에 한 몫 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써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오른 이는 사학 관련 전공자가 아닌 비 사학 출신의 아마추어였다. 이전까지 그저 철학 관련 서적을 쓰다가 흥미를 가지고 역사서를 쓰게 된 것이 여러 분위기 속에 편승되어 결국 그로 하여금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을 씌워 준 것이다.

그는 서문에서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조선사와 왕들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바로 잡고 해방된 지 5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 조선왕조사 조차 제대로 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는 동시에 이 책을 통해 조선 사회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독자들이 발견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피력하고 있다.

그의 이런 주장을 되 짚어 보면 시사하는 의미가 있다. 우선 한국사의 대중화라는 시대적인 대세를 읽어내지 못한 채 한국사학계는 방관만 하고 있다가 결국 사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닌 일반 아마추어에 의해 대중화가 되어 버린 것이다. 서문에서 언급한 그의 이런 주장은 바로 한국사학계의 안일함과 무기력함을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다.

역사에 대한 대중화 노력은 당연히 역사를 배우고 익혀온 한국사학계에서 주도해야 하는 일이고, 마땅히 한국사학계에서부터 앞장서서 했어야 할 일이지만, 한국사학계는 아마추어들의 대중화 노력이 활발해 지고 있는 와중에서도 각성 보다는 고질적인 병폐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대다 결국 아마추어에게 끌려다니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물론 아마추어의 대중 역사서 바람 속에서도 일선에서 악전고투하며 노력해 온 몇 몇 한국사학 전공분자들도 계시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한국사학계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부진했고, 또 소흘히 해왔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사람은 누구나 관심거리에 대한 흥미와 애정을 가질 수 있고 또 그런 애정과 관심을 책을 통하여 정리할 수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역사도 누구에게나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또 흥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누구라도 역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있는 것이기에 어찌보면 아무 연고 없는 사람들에 의해 쓰여지는 역사서들의 등장 역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필자는 굳이 비사학 전공자들에 의한 한국사 대중화 주도를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그들의 노력을 지켜 보면서 역사를 배우고 익혀온 사학 전공자의 한 사람으로 매우 부끄럽고 자성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 따름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역사에 대한 확실한 체계를 배우지 않은 사람들의 손에 쓰여진 이 책들이 널리 보급화 되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쉽게 이해시킬 목적으로 쓰는 대중용 역사서도 저자의 지나친 주관적 주장이 개입될 소지와 함께 과다할 만큼의 흥미위주로 쓰이게 된다면 그 이득보다 해악이 더 많기 때문이다. 객관적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할 역사가 저자의 입장만 생각한 주장 앞서 필자가 지적했던 이른바 PD 사학의 그것보다도 더 심각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모 출판에서 기획된 조선 왕들의 리더십이라는 책을 지은 작가 모 를 들어보겠다. 모 작가 역시 비사학 전공으로 조선의 역대 임금들을 단순히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조명하여 올바른 리더십과 처세술에 대한 교훈적인 내용들을 그리겠다는 취지에서 책을 펴 내었다고 한다. 처세술, 리더십을 다룬 책으로 얼핏 역사와는 상관 없다고 보여질 수도 있겠으나 필자가 보기에는 이 책도 엄밀히 따지면 대중용 역사서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야 겠다.

여하간 처음 취지와는 무관하게 이 책을 낸 그의 생각은 책을 내면 낼수록 퇴색되어 오히려 조선 왕들에 대한 정치기술, 혹은 정치 처세술과 같은 단순한 흥밋거리만을 소개하는 책으로 전락하고 만다. 곧 역사적 사실등을 통한 리더십 강조와 올바른 처세술에 대한 교훈을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일깨우겠다던 그의 좋은 취지가 어느새 퇴색되어 역사를 단순한 흥밋거리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이러한 그의 잘못된 생각은 최근 출간한 책 제목에서도 금방 드러난다. 최근 출간한 "임금 노릇 못해먹겠네" 라는 제목의 책은 기존의 내용들과 비슷한 주제들로 이루어 진 책이다. 책 제목에서 보듯 역사를 흥밋거리로 삼겠다는 잘못된 의도가 드러난 책이다.

물론 저자의 본래 의도와는 상관없는 출판사의 의도일 수도 있겠으나 이 책 내용 또한 새로운 내용, 참신한 주제 보다는 단순한 흥밋거리로 재탕, 삼탕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있는 사실마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곡해할 여지가 높은 부분도 몇 군데 발견 된다. 거기에다 대통령이 무심코 내뱉은 말로 화제가 된 " ~ 못해먹겠더라 " 라는 말투를 써서 흥미를 끌어 보려 하고는 있지만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큰 호응은 받지 못하고 있다.

여하간 잘못된 대중용 역사서의 예는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예는 비록 위의 책 한 가지를 들었으나 출간된 대중용 역사서들 가운데에는 이보다 더 심한 경우에 속하는 예도 비일비재 할 것으로 짐작된다. 결국 아마추어들에 의해 출간된 대중용 역사서의 홍수처럼 쏟아지는 잇단 출간은 역사 대중화에 나름대로 기여한 것에 의미를 둘 수 있겠지만, 위의 예에서 보듯 지나친 흥밋거리로 전락시키는 바람에 본래의 취지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역사적 사실마저 곡해할 여지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아마추어들의 대중화 역사서 출간 홍수의 이면에는 우리 한국사학계의 잘못과 책임또한 적지 않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불행중 다행인 것은 한국사학계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대중화에 나섰다는 점이다. 근자들어 전공학자들에 의한 대중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용 사서가 아마추어 못지 않게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아마추어에 의해 주도된 지 이미 오래인 대중화 바람에 한국사학계의 이런 움직임들은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나마 그것도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잭트 속의 역사 왜곡이라는 거센 바람이 불어 오게 되자 부랴부랴 대응에 나선 것이기에 과연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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