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다고 힘까지 없을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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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다고 힘까지 없을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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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50>호인수 "민들레"

키 작은 놈들이라 깔보지 마라
하늘을 향한 끝도 없는 허영보다
흙이 좋아 흙바닥에 주저앉은 모습
그러나 겨울을 밀치고 맨먼저 솟아나는 힘
그 힘으로 우리들은 일어서기로 했다
버려진 땅 척박한 땅 먼저 골라
거기 골고루 피어나기로 했다
"접근하면 쏜다" 푯말 붙은 철조망 아래
까마귀떼 몰려드는 쓰레기장 주변에
애초부터 이름도 없는 잡풀들 흔들어 깨워
온몸 부둥킨 그 힘으로 피어나기로 했다
키 작은 놈들끼리 모여
흙이 좋아 흙바닥에 사는 놈들끼리 모여
봄의 꽃밭을 만들기로 했다 
 

 
   
  ^^^▲ 철새들의 군무
ⓒ 강병국^^^
 
 

이 세상에는 해바라기처럼 키가 크고 훤칠하게 잘 생긴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와 더불어 민들레나 쇠비름처럼 아주 키가 작고 못 생긴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아마도 조물주가 이 세상을 만들 때 모두들 사이좋게 더불어 살아가라고 그렇게 만들어 놓았던 것 같습니다.

하긴, 작고 못 생긴 게 없으면 어찌 크고 잘 생겼다는 게 드러날 수가 있겠습니까. 또한 크고 작고 잘 생기고 못 생긴 것들에 대한 잣대도 사람 스스로의 일정한 기준에 의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대체 어떤 게 크고 잘 생긴 것이며 어떤 게 작고 못 생긴 것일까요.

시인의 지적처럼 키가 크고 잘 생긴 사람들의 "하늘 향한 끝도 없는 허영보다/흙이 좋아 흙바닥에 주저앉"아 "겨울을 밀치고 맨먼저 솟아나는 힘"을 가진, 그리하여 "버려진 땅 척박한 땅 먼저 골라/거기 골고루 피어나"는 민들레 같은 사람들이 정말 크고 잘 생긴 사람들이 아닐까요.

호인수 시인은 지금 인천 덕적성당 주임신부를 맡고 있는 분입니다. 성당 주변에는 철조망이 이데올로기의 상징물인 양 튼튼하게 둘러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철조망에는 "접근하면 쏜다" 라는 푯말이 붙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철조망 아래에도 민들레가 잡풀들을 흔들어 깨우고 있습니다. 쏠테면 쏘아보란 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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