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당하는 비 피해지만 이번 피해 또한 너무 막대했다. 자주 겪어서 그런지 아니면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수재민을 두 번 울리는 행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가 있는 곳이 정치권이다. 바지를 둥둥 걷고 수해현장에서 복구 작업에 혼신을 다하던 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과는 너무 다르다. 그저 상대방 꼬투리 잡기에 혈안이 돼 있을 뿐 여전히 볼 상 사나운 모습만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여당과 야당을 다 해본 정당이다. 이번 수해 원인에 대해 상대방에게 손가락질 할 처지가 아니다.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 자체도 꼴불견이다. 그럴 시간에 현장에 나가 삽을 들고 진흙더미 한 삽이라도 덜어주는 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인상이다.

수해 원인에 대한 책임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의 책임이다. 환경문제는 고무풍선과 같아서 한쪽에서 문제를 만들면 반대편에서 그 피해를 보게 돼 있다. 즉 선진국들이 무분별하게 환경을 파괴하면 그 피해는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는 미개발 국가에서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수해원인의 책임을 지구 전체를 놓고 봐야지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했으니 “인재다” “아니다 천재다”를 놓고 공방을 한다면 근시안적인 눈높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왜 이렇게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지 또 다른 피해예상지역은 없는지를 고민해야할 때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입씨름만 하는 것은 보기에 안 좋다.

지구는 자연 그대로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현대문명과 과학의 발전은 자연의 파괴와 훼손의 대가로 주거와 교통의 혜택을 받고 있다. 조화를 깨버린 그 피해는 어디에서라도 나타나게 돼 있는 것이 자연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나는 박정희 대통령의 체계적인 경제개발 5계년 계획을 지지한다. 그 이유는 상당히 치밀한 것은 물론이고 항상 자연의 순리를 따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60-70년대 연료 때문에 온 산이 벌거숭이가 되고 있을 때 연탄을 보급하며 부엌 아궁이를 없앤 지 20년 만에 우리네 주변 산들은 밀림이 됐다.

그러나 이런 밀림의 숲들은 또 다시 주택이다, 공장이다, 관공서다, 공원이다, 신도시 조성이다, 운동시설이다 뭐다 해서 무계획적으로 모조리 파헤쳐졌다.

편리해지고 일시적인 문화혜택을 누리고 있는 만큼 우리는 얼마동안은 또 이 같은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것은 자연을 파괴시킨 만큼 자연이 우리에게 돌려주는 대가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비 피해와 관련 “어떤 도시도 이런 폭우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은 물론이고 피해주민들이 난리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런 핑계 아닌 핑계로 피해주민들의 원성을 사는 말은 자제했어야 옳다. 이것이 시발점이 돼 지금 정치권이 서로 잘났다고 도토리 키 재기 식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매년 피할 수 없는 천재라고만 생각한다면 이는 지도자다운 발상이 아니다. 전 국민이 캠페인을 통해서라도 비 피해 막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

우리는 이번 피해를 거울삼아 앞으로라도 환경을 보호하며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

한반도에서 수많은 생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사람들의 먹거리가 되거나 환경오염 때문에 사라지고 있다. 지구의 자원이 무한하지 않고 자원을 낭비하면 재앙이 닥친다는 것을 생물들에게서 찾아야 할 것이다.

꿀벌이 사라지는 것은 농약 천국이 됐다는 증거고, 빙하가 녹아내리는 것은 지구가 뜨겁기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를 알고도 “나 아니래도 누군가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사는 것이 우리 인간들이다.

그 추한 모습을 지금 정치인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수해를 내년 총선 및 대선에 순풍으로만 작용할지 아니면 예상 못한 역풍으로 작용할 지 주판알을 튕기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금당장 자연재해에 대한 방비와 철저한 수방대책을 수립하는데 모든 정치인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으르렁 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제안해 정부로부터 이를 실행하도록 좋은 머리를 그런데 사용해야 한다.

아직도 태풍은 남아 있다. 비 피해 못지않은 바람 피해도 걱정이다. 그 때가서 또 “인재다” “아니다”를 놓고 싸울 터인가.

선진 정치라면 정치 현안을 놓고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국가 전체에 준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초당적 행동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