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나무들이 산을 지키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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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나무들이 산을 지키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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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만능주의 사회를 한한다

여고 2학년인 딸아이가 오늘 아침에 등교하면서 "오는 대입 수능일에는 선배들을 격려해 주러 고사장에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올해의 대입 수능일도 불과 며칠 안 남았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새삼스레 지난 2년 전의 편린이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또 대입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구먼...

지난 여름에 입대하여 지금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아들이지만 지난 2년 전의 아들은 그 신분이 '고 3 수험생'이었지요. 그 해에 아들은 늘상 아침 일찍 등교하여 공부에 전념하고는 이튿날 새벽이 되어야만 귀가했습니다. 파김치처럼 그렇게 축 늘어진 채로 말입니다.

제가 어렸을 적 학교에 다닐 때는 이데올로기적인 반공교육이 많았었는데 그 중의 하나로 '새벽 별 보기 운동'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북한 주민들이 협동농장에 나가는 시간이 보통 별이 하늘에 걸려있는 새벽이고 또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시간 역시도 그처럼 새벽이라는 얘기였지요.

지금이야 제가 나이를 먹고 산전수전 다 겪은 약간은 노회한(?) 중년이다 보니 과거의 그러한 정부의 획일적인 일종의 우민화 정책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는 그러한 반공교육의 허구의 실체가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어렸을 적에 그러한 반공교육을 선생님으로부터 받을 당시엔 제 어린 소견으로도 '어이구! 북한 주민들은 참으로 불쌍쿠나! 내가 여기 남한에서 태어나길 천만 잘했지...'라는 두려움을 많이 느끼곤 했었습니다.

제가 이런 쓸데없는 말을 왜 꺼내느냐 하면 이 아비가 보기엔 제 아들이 당시에 겪고 있던, 그러한 오늘의 새벽 등교에 이튿날 새벽의 하교의 면학에의 고행은 마치 잠시 전에 제가 열거했던 '새벽 별 보기 운동'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기에 꺼낸 사족입니다.

물론 아들은 '대입 수능고사'라는 초미의 중대사를 앞둔 고3 수험생이었기에 그처럼 '새벽 별 보기 운동'을 어쩌면 당연히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기는 하였겠지요. 그렇지만 그해 봄부터 늦가을까지 벌써 몇 개월째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을 굶는 것이 일상화된 아들을 볼 때는 가슴이 먹먹하고 시려와서 이 아비의 마음은 아내와 마찬가지로 어느새 숯덩이처럼 까맣게 되곤 했었습니다.

숲에는 못생긴 나무가 더 많더만...

여하튼 그처럼 고생을 한 보람이 있어서 아들은 대입 수능고사를 잘 치렀고 이듬해엔 대학에도 진학했기에 아들의 그러한 '새벽 별 보기 운동'은 어쩌면 고진감래의 과정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못내 아쉬운 것은 왜 우리나라의 고교생들을 외국 학생들의 경우처럼 호연지기를 키우며 여유자적 공부를 해서는 대학에 가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아쉬움인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교육현장은 지독한 경쟁사회에 매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인문계 고 3이 되면 그때부터 촌음을 아끼는 공부와의 전투와, 아울러서 자신의 의지 역시도 시험해야만 하는 실로 험산준령의 협곡에 들어서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물론 학력사회가 고착화되었기에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사람 대접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학력 중시문화가 불러온 필연적인 귀결이기는 할 것입니다. 하지만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듯 꼭 대학을 나온 사람들만이 이 사회를 움직이는 건 아니기에 저의 불만은 적지 않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딸아이 역시도 대학에 가기 위해선 그러한 '새벽 별 보기 운동'에 동참하여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골고루 평등하게 다 잘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산에는 쭉 뻗고 늠름한 나무들만 있어서 홍수와 가뭄을 막아주는 게 아니듯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도 대학졸업자와 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두루 어울려서 '사회'라는 구성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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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 2003-10-31 17:37:04
대입이란 대게 그렇게 격렬하기 마련 아니던가요. 옜날 성균관에 들어가기는 이보다 쉬웠을 까요? 아니면 다른 나라의 대학은 그렇게 들어가기가 쉽다던가요?

대졸 졸업장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조금 덜 벌고 조금 덜 전문화된 직장 다니면 됩니다. 당연히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대졸자들이 가는 직장 필요 없다면 대학 안가도 됩니다.

전 21살 대학생입니다. 전... 대학 교육을 받고 싶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그 지식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입시를 거쳐서 대학에 다닙니다. 스스로 가엾게 여기지도 않습니다. 왜냐면 제게 필요한 것을 제가 한 것 뿐이니까요. 당연히 해야 할일이었던 것이지요.

당연한 것을 마치 이상한 것 처럼 몰고... 대학 평준화니 뭐니 하는 세태인지라 해본 말입니다. 학벌 만능주의가 아니더라도 대입의 경쟁은 아마 만만치 않을겁니다. 학벌 만능주의를 한탄하려면 고졸자들이 혹은 학벌이 조금 떨어지지만 실력과 성실성이 앞서는 사람들이 손해보는 경우에서야 하지 않을까요?

초인종 2003-10-31 17:43:14
험한 세상의 성공 괴담(?)

질문 : SUCCESS(성공)이란?

답 : "돈"이요

왜? : 자 보세요 SUCCESS는요 $U¢¢E$$ 이니까요.

즉 달라와 센트가 성공에 많이 들어가 있지 않나요?

달라, 센트, 센트, 달라, 달라, 즉 3달라 2센트이네요. 성공이.

결론 : 성공은 결국 3달라 2센트에 지나지 않으므로 역설적으로 성공은 곧 돈이 아니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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