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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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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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석 본부장은 비정규직 문제가 결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님을 절실히 알려내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토록 처절하게 자신을 불태운 정신을 기려 매일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결합할 수 있도록 조직을 최대한 결집해 나가야 합니다."

갑자기 몰아닥친 한겨울 추위가 퇴근길 시민들의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하던 28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앞마당.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차도에까지 들어찰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여 "비정규직 차별 철폐",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구호를 연신 외치고 있었다.

이들은 노동자가 앞장서서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바로 그 근로복지공단에서 일하는 전혀 행복할 수 없는 공단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 지난 26일 종묘공원에서 열린 '비정규 노동자 대회' 도중 분신한 이용석 광주본부장의 뜻하지 않은 소식을 듣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 곳으로 달려온 이들에게 때마침 찾아온 강추위는 오히려 새로운 투쟁을 약속하는 조그만 시험대에 불과했다.

이들이 비정규직 노조를 설립한 것은 지난 3월. '비정규직이기에 차별을 감수하라'거나 '비정규직이 차별받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공단측의 멸시와 환대에도 단지 인간답게 살겠다는 작은 희망 하나로 하루하루를 버텨왔던 이들이었기에 갑자기 날아든 한 동료의 분신 소식은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날벼락일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월 취임하면서 노동정책의 가장 큰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해소였습니다. 그런데 노동부 최대 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에서조차 차별 대우가 판을 치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광주에서 올라온 조합원 이상준 씨(가명)는 "비정규직이 제대로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번 싸움은 결코 중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27일부터 노조의 전면파업을 이끌고 있는 정종우 위원장도 "부산·광주·대구 등 전국에서 500여 대오가 상경했고, 많은 노동자들과 학생 연대단위들이 함께 힘을 모으고 투쟁하는 지금, 더 이상 주저앉을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며 "중단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만이 이용석 광주본부장의 고귀한 뜻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정규직 대비 60% 정도. 그마저 임금이 사업비의 일용잡급으로 편성돼 있어 정기적 인건비 상승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수당 및 복리후생에서 차별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매번 중식비가 제공됩니다. 하지만 우리 같은 비정규직에게는 점심도 자기 돈 내고 사 먹어야 하지요."

집회 내내 줄담배만 피워 물던 강 모씨(44)는 "정규직이니, 비정규직이니 하며 노동자들을 갈라놓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너무나도 서럽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하지만 강 씨는 곧바로 꽃다지의 노래공연과 촛불 점화에 이은 비정규직 철폐의 염원을 기리는 순서가 이어지자 이내 웃음을 되찾았다.

"우리는 오늘도 이 곳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서 밤을 지새울 것입니다. 하지만 함께 하는 동지들이 있어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결코 춥지 않을 것입니다."

집회가 끝난 바로 그 자리에서 잠자리를 준비하는 강 씨의 모습에서 어느새 '정규직 쟁취'라는 새로운 희망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근로자가 행복한 나라, 근로복지공단이 열어갑니다.' 근로복지공단 정문에 걸려 있는 이 문구가 오늘따라 유난히 초라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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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추워 2003-10-29 12:57:06
2003년 10월 ! 추위는 다가오고....

서민은 먹거리에 서글프게 숨죽이고.....

차가운 한국 사회의 공기는 서민들의 가슴을 꽁꽁 얼어 붙게하고....

세종로 1번지, 여의도 국회의사당 발 한국형 추위가 온 천지를 휩쓰네...

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여의도 금배지 국민의 대변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정부 고관 대작들 그대들은 혈세만 축 내고 있는가

무엇이 어떻게 어디서 왜 그렇게 돼가는지 눈이 없어 못보나

귀가 없어 못 듣나

입은 있되 말하지 못하고 코는 있되 느끼지 못하는 지도층의 얼굴들

국민은 아니 서민들의 사전에 내일이 정녕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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