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니 그 끝도 쿨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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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니 그 끝도 쿨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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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사>

^^^▲ <정사>의 포스터^^^
솔직히 말해 이 영화 지루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이라고는 포르노 버금가는 섹스씬이니. 그것도 좀 볼거리라도 있으면 모를까, 볼거리 없는 씬들의 반복이란.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들은 그냥 쿨하다는 생각이 든다.

쿨하니 생각나는데, 우리나라 영화에서도 쿨한 영화 많다. <싱글즈> <바람난 가족> 등 이른바,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그러니까, 페미니즘적인 영화들은 대부분 쿨한 영화들도 분류된다. <정사>도 예외적이지는 않다. 역시, '매주 수요일 단 하루 그녀를 만난다'는 광고카피와 같이 그녀는 쿨하게 한번 격렬하게 섹스하고 사라지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 남자. 그녀의 정체가 궁금했는지 어느 날 섹스가 끝난를 그녀를 미행한다. 아마도, 그녀한테 관심이 가기 시작했나 보다. 그의 이름은 제이다. 아, 그런데 여자의 이름은?그는 여자가 사라진 극장 안으로 이끌리듯 들어선다.

조용히 객석에 앉은 제이의 눈을 사로 잡은 것은 연극 무대에 선 여자, 바로 그녀다. 그리고 옆 자리에 앉은 그녀의 남편으로부터 그녀의 이름이 '클레어'라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아, 그녀의 이름은 클레이군. 그녀 몰래 연극을 보며 제이는 클레어 남편과 가까워지고, 남편은 자신의 부인인 줄 모른 채 제이로부터 수요일의 여자 얘기를 듣게 된다.

영화는 쿨한 섹스로부터 인간적 관계로까지 사고의 폭을 넓혀 나간다. 클레어와 제이의 첫 관계는 섹스 이상은 아니었다. 제이가 클레어의 남편을 만나면서 그들의 관계는 질투도 되고, 사랑도 되고 때로는 모종의 '음모'까지도 포함된다. 비록, 작은 부분이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관계를 제이와 클레어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서 보여주기까지 한다.

그들이 인간적 관계를 맺게 되는 순간, 클레어와 제이와의 관계를 흔들리고 갈등을 겪기 시작한다. 또한, 클레어와 남편과의 관계도 흔들린다. 그러나, 영화는 순간적 흔들림의 관계를 깊은 갈등관계로까지 발전시키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 보고 나면 찝찝할 구석이 전혀 없는 너무도 노멀하게 쿨한 영화다.

아, 사랑도 이처럼 쿨하면 얼만 좋으랴마는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섹스만 할 상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 그것도 유부남 유부녀가 - 윤리적 잣대에서 보면 볼륜인 거고, 비난받아야만 마땅한 일인 것임을. 그런데도 이 영화 전혀 클레어와 제이에 대해 비난을 퍼붓지 않는다.

실제 정사씬으로 화제가 되었다는 영화라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 어떤 비윤리적 행위도 (적어도 섹스의 관계에 있어서는)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이 영화 스스로 말하고 있으니. 그러고 보니 <바람난 가족>의 호정도 현실의 윤리적 잣대를 들여다 놓고 보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지 않는가?

이제는 슬슬 현실의 윤리적 기준도 무너져내리는 듯하다. 그것을 좋다 나쁘다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싱글즈>의 그녀도 어이없게 임신을 하긴 했지만, 그녀들은 오히려 당당하지 않은가. 스스로 떳떳하다고 생각하면 떳떳한 것이다. 보수적인 사회 윤리가 우리를 가둬둘 순 없는 노릇이다.

아, 어느 날엔 거리를 가는데 20대 초반의 여성이 떳떳하게 담배를 피워 물더라. 이 역시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겠다. 보수적인 사회윤리를 따지고 들자면, 어른들 앞에서는 담배를 피지 말라 하였거늘. 남녀를 불문하고 거리에서 담배를 피워서는 안되고,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하거늘.

그러니까,<정사>의 클레어와 제이는 적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느냐는 항변을 할 수도 있겠다. 남편만 그들을 이해해 준다면 말이다. 그것이 좀 어려운 일이긴 하다. 허수아비 남편이 아닌 이상, 가만히 있다면 오히려 바보취급 당할 테니까.

때로는 쿨한 만남이 그립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쿨하게 끝나는 관계. 아니아니, 쿨하게 시작되는 사랑. 아, 오늘도 클레어와 제이는 쿨한 섹스를 즐기고 있을지 모른다. 현실의 어딘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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