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 건국대통령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 이사가 4.19 혁명이 있은 지 51년 만인 19일 오전 서울 수유리 4.19 묘역을 참배, 헌화하고 4.19 희생자와 유족에게 사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겠다고 알렸다.

그러자 이미 헌법전문에 명기할 정도로 역사적평가가 끝나고,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와 망명에 이어 망명지에서 서거, 이기붕 일가족자살, 최인규 이정재 등 사건관련자들에 대한 처벌, 4.19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명예 및 처우 등 이미 정리가 된 역사적 사건을 51년 만에 사죄 한다는 것이 새삼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던 차 18일 4.19 혁명공로자회(회장 이기택) 등 3개 4.19 관련단체가 수유리 4.19 국립묘지에서 "51년간 아무 말도 없던 이승만의 양자와 기념사업회가 교묘한 언설로 사과를 운운하면서 오히려 4.19 혁명을 욕되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승만 박사 유족의 희생자들에 대한 사죄를 거부한다는 성명을 발표 하였다.

이에 대하여, 이승만기념사업회의 지각사죄에는 '진정성이 인정된다.' 분위기도 있는 가운데, 김일주 이승만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이승만 대통령이 이미 돌아가신 상태라서 "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신 이인수 박사도 고령이라 '지금 아니면 사과할 기회가 없다'며 결단한 것" 이라고 4.19 단체 측의 사죄 거부를 아쉬워했다.

그런데 이승만기념사업회 측에서 이미 역사적 평가와 희생자 및 유족은 물론 유관단체에 대한 국가적 조치가 이루어진 사건을 가지고 '사죄성명'을 내겠다고 나선 것도 우습지만, 이를 거부한다고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선 4.19 유관단체의 태도 또한 그리 칭찬받을 만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 땅에 사는 70대 초중반 세대치고 경찰의 최루탄 가스를 맛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대부분의 70대들은 4.19 세대임을 애서 내세우거나 들먹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기택 씨를 비롯해서 소위 4.19 관련 단체 주요 인사들은 자신의 노력보다는 4.19 혁명의 공로를 앞세워 정치사회적으로 충분한 대접받고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이승만기념사업회 측 사죄의 진정성을 일방적으로 깎아 내리면서, 사전통고여부 등 절차문제나 따지고 사죄를 거부한다는 것은 아직도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든지, 아니면 4.19 혁명의 주역이라는 자부심이 넘쳐서인지, 혁명을 한 주역답지 못하게 이 시대에 관용과 포용이 왜 필요한지조차 모르는 속 좁은 처사를 하고 있다.

다시 생각해 볼 것은 1948년 정부수립 후 6.25 전쟁 3년을 빼면, 1960년 3.15 부정선거와 4.26 하야성명에 이르기까지 채 10년도 안 되는 <독재>에 그렇게 거품을 물고 목숨 걸고 저항하던 사람들이 38선 넘어 휴전선 저쪽에서 만 63년간 지속되고 있는 <김일성 일족 3대 세습독재> 타도를 위해서는 단 한 방울의 피라도 흘려 봤느냐는 점이다.

이미 역사적 평가까지 끝난 4.19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사죄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언뜻 공감이 안 됨은 물론이지만, 사죄의 진정성을 물고 늘어져 이를 물리력으로 저지해가면서까지 정면으로 거부하는 유관단체 태도 또한 박수를 받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과문한 탓으로 돌려야겠지만 이기택 씨 등 4.19 유관단체는 물론, 이인수 박사의 이승만기념사업회가 천안함피침과 연평도포격 등 북괴도발을 얼마나 우려하고 격(激)하게 반응했는지 알 수 없으며, 양측 다 북괴의 남침과 끊임없는 도발 및 김정일 핵 위협에 대해서 지금처럼 사생결단식 이었다면 하는 것이 나만의 바람만은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다.

사죄를 합네, 사죄를 거부합네, 사죄에 진정성이 있다 없다. 이런 논란이야 말로 백해무일이요 '4.19 혁명을 욕되게 하는 일' 이라고 생각한다. 민주투사든 애국열사든 역사와 정의를 독점해서는 아니 될 것이며, 이를 훈장처럼 뽐내며 입신양명과 출세의 도구로 삼아서도 아니 된다. 그런데 때 아닌 사죄소동이 일어난 배경과 의도가 무엇이며, 이 따위 소동이 향후 어떻게 변질될지 사뭇 의심이 든다.

이승만 초대대통령이 구한말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사건으로 투옥 당했다가 미주로 망명, 일제에 항거하여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친 애국투쟁역사와 공로를 부정해선 안 된다. 이를 부정한다는 것은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 청산리 전투에서 죽어간 열일곱 살 어린 독립군, 송악산 전투에서 산화 한 육탄 10용사의 독립정신과 애국투혼을 부정함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