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참맛을 알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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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참맛을 알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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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읽어주는 남자'를 읽고 배운 오페라

^^^▲ <오페라...>의 표지
ⓒ 명진출판^^^
“음악은 밝은 곳에서 들어야 한다.”

한때 부지런히 음악 감상실을 찾아다니던 나에게, 음악을 좋아하던 선배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 선배는 또 “음악의 꽃은 역시 오페라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밝은 곳’ 즉 연주회 장에 갈 시간도 경제적 여유도 없었던 나에게, 그 선배의 말은 그저 박식한 사람이나 내뱉을 수 있는 들어두면 좋은 그런 이야기로만 생각되었다.

지금도 나는 여간해서는 연주회장에 잘 가지 않는다. 아직도 연주회의 비용은 나에게 만만치 않은 부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루의 고된 일과를 끝낸 후의 피곤한 시간들을 먼 그곳에 다녀오는 것에 고스란히 빼앗기기 싫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나에게도 음악은 밝은 곳으로 나왔다.

어지간한 컴퓨터엔 다 달려있는 DVD플레이어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집에 달린 케이블 TV를 통해서 음악방송을 편하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젠 나에게도 음악은 밝은 곳으로 나온 셈이다. 그래서 나도 은근히 호기심이 있었지만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무용과 오페라 음악에 특히 관심을 가지게 된다.

나는 특히 무용이 좋다. 발레뿐 아니라 한국고전무용이나 난삽한 현대무용에 이르기까지, 꼭 누가 설명을 해주지 않아도 나름대로 가슴에 와 닫는 것이 있다. 원래 작가가 표현하려 했던 것이 내가 느끼는 것과 조금 다르다고 하여도 뭐가 그리 큰 문제가 되겠는가. 그러나 오페라는 다르다. 그 내용을 사전에 알지 않으면 도통 이해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때로 부지런을 떨어 오페라의 배경과 전후 스토리를 미리 알고서 오페라를 보아도 잘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말로 하는 오페라도 소리를 알아듣기 어렵기는 마찬가지고, 유명오페라의 알 수 없는 가사들은 미리 내용을 알고 보아도 도무지 졸리기만 하다.^

오페라는 종합무대 예술이라고 한다. 장엄한 무대와 의상의 화려함도 중요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음악이 가슴에 와 닫아야 하는데, 도무지 그렇지가 못하다.

한 편의 오페라가 끝나는 긴 시간 동안 아름다운 몇 개의 아리아와 귀에 익은 합창들을 뺀 나머지 시간들은 그저 졸리기만 할 뿐이었다. ‘도대체 오페라에 무슨 재미가 있기에 오페라를 음악의 꽃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나는, 아직도 그 선배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궁금증으로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얼마 전에 읽은 김학민씨의 <오페라를 읽어주는 남자>가 바로 나의 이런 궁금증을 깨끗하게 풀어주었다. 그는 그 책에서 고리타분하게 오페라란 어떤 것이며, 오페라를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에 대해 적어놓지 않았다. 그는 그저 책의 제목대로 할머니가 옛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몇 개의 오페라를 예로 들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을 해 줄 뿐이다.

제법 두툼한 그 책에 담긴 오페라는 고작 7편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각각의 오페라에 대해 복잡한 설명을 한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오페라들인 사랑을 주제로 한 오페라들을 예로 들면서, 어떤 식으로 오페라에 대한 음악적 이해를 해 가는가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설명은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태도와, 주인공과 주변인물 들 간의 상호관계에 대해서 자세하게 할애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음악적으로 어떻게 표현되어지는 가를 재미있는 사랑이야기의 테두리 내에서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그냥 오페라를 감상할 때 의미 없는 음악의 반복처럼 느껴지던 음악들이 무슨 역할을 가지고 있는지, 이중창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뉘앙스에서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를 비로소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을 무렵이면 아쉬움이 남게 된다. ‘오페라의 다양한 주제 중에서 사랑을 대상으로 한 것 외에, 다른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 책에서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것들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이 책은 단지 7가지 사랑의 주제에 관해서 오페라가 어떤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렇게 한 문제에 대한 다양한 형식의 오페라들을 경험해보고, 각각의 오페라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해석적 접근을 경험해 보면 아마도 다른 유형의 오페라에 대해서도 스스로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얼마 후에 그의 또 다른 후속작품이 나와서 보다 자세하게 또 다른 양식의 오페라에 대해 설명해 줄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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