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의 기여입학제 강행과 관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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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의 기여입학제 강행과 관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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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목적을 내세워 문제점이 많은 수단을 정당화해서는 안된다

지난 나날에서, 재외국민 특별전형이나, 예체능 계열 및 편입학 입시부정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킬 때, 비리를 일으킨 대학의 명단에 자주 포함되었던, 연세대가 교육부의 반대 방침에도 불구하고 기여입학제를 내년부터 강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일단 비물질적 기여자의 후손을 우대한다고 하지만, 궁극적 목표는, 물질적 기여자의 후손을 우대 입학시키는 것입니다.

이회창 후보는 기여입학제와 관련하여, 헌법상의 평등권 침해, 재산에 의한 차등대우라는 이유를 들어서 기여입학제를 분명히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반면, 노무현 후보는, 공부를 잘하는 능력을 물려받은 것이나, 돈을 물려받은 것이나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논리로 기여입학제의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저는, 기여입학제를 반대하는 입장이기에, 이회창 후보는 법과 원칙에 충실한 주관을 확고하게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여 긍정적인데, 노무현 후보의 견해에는 강한 의문이 듭니다. 돈을 물려받는 것을 누가 말립니까? 그런데, 그 돈으로, 학벌까지 구매하게 되는 것은 문제 있는 것 아닙니까? 서민의 사정을 안다면서, 기부금으로 장학금을 받는 소수의 가난한 학생을 제외한 대다수의 서민들에게 좌절감을 줄 수 있는 일을 어떻게 긍정할 수 있는 것입니까? 나는 소신이 있노라, 하며 큰소리치는 노후보의 주관이 무엇인지 시원하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철없는 20대 초반처럼 말을 함부로 하여 즉흥적이고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노 후보는,기여입학제에 호감이 있다고 말하면서, "기여입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도입을 위해서는 별도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사족을 붙임으로써, 애초의 자신의 주장을 애매 모호하게 만들면서, 발생할 수 있는 구설수를 피할 수 있는 어법을 구사했습니다.

기여입학제가 한창 논란이 되었을 때, TV토론회를 한 적이 있는데, 연세대에서 나온 어느 보직 교수는, 500여 억 원 들어오면,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했습니다. 기여입학제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용하면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었죠.

연세대는 고려대와 쌍벽을 이루어 사학의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대학입니다. 대학들은 재정난을 덜기 위해 졸업생들에게 학교 발전 기금을 모금하는 안내서를 보내고, 수많은 졸업생들이 모교를 위해 후원금을 기꺼이 보내곤 합니다. 그런데, 연희전문학교부터 치면, 연세대는 설립된 지 85년이 넘었고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500억이 더 필요해서, 기여입학제를 강행하겠다는 것입니다.

연세대를 졸업하여, 이 사회 각계 각층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는 지도자의 위치에 올라, 개인적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숱하게 있을 터인데,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자신이 졸업한 학교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재산을 기부하는 자들이 있어 500억을 더 모으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까?

기여입학제가 시행되면, 안 그래도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막강한 힘을 지닌 '돈'의 위력이 더욱 강력해질 것입니다. 여태까지는 돈으로 되지 않던 일 한 가지가, 이제 돈으로 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돈이 있는 자는 '역시 돈이 좋긴 좋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머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기부금을 내서라도 자녀를 대학에 보낼 돈이 없는 학부모들은 '그 놈의 돈이 원수다'며 삶의 힘겨움을 한 번 더 느끼게 되겠지요. 계층간 위화감이 심화되는 것입니다.

TV토론에 나왔던 연대 교수는, 20억 운운했는데, 연세대 합격증이 20억에 판매되면, 이름 없는 지방대의 합격증은 얼마가 되겠습니까? 1억? 아니면 5,000만 원? 기여입학제가 도입된다면, 아마도, 연세대가 최대의 혜택을 입게 될 것입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했는데, 지금까지 있어온, 입시부정과 학생들의 등록금 전용, 교수임용 등에서 사학의 비리들은 공정성과 투명성이 없어서 발생된 것입니까?

아무리 엄격한 제도를 만들어 놓는다고 할지라도, 돈독이 오른 대학 운영자들은 얼마든지 교활한 방법으로 돈을 빼돌릴 수 있습니다. 물론, 연세대는 기여입학제도를 악용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틀림없이,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합격증을 팔아, 학교발전이 아니라, 사적인 재산증식 수단으로 악용하는 부패 재단이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기여입학제가 공식화되면, 이제, 누가 대학에 순수한 기부를 할 수 있겠습니까? 잊을 만 하면, 누군가가 평생 모은 재산, 몇 억 혹은 몇 십 억, 몇 백 억을 조건 없이 아무 연고도 없는 대학교에 기부하여, 이 삭막한 세상에서, 한줄기 밝은 빛이며 시원한 샘물과도 같은 감동을 주는 분들이 신문에 나곤 합니다. 그것이 그처럼 감동을 주는 이유는, 지극히 순수한 기부이기 때문이지요. 만약 그 분이, 자신의 손자와 후손이 그 대학에서 어떤 특혜를 입을 것을 기대하고 기부했다면, 신문에 날 이유가 없으며, 존경의 대상도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기여입학제가 도입되면, 순수한 기부가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학교발전을 위해 졸업생들이 5만 원, 혹은 10만 원이라도 기금을 보내는 일들이 중단되고 말 것입니다. 연세대는 그 제도가 도입되면, 틀림없이 가장 큰 이익을 보겠지만, 대학 발전을 위한 순수한 기부는 이 땅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게다가, 기여입학제는, 근원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어느 돈 많은 학부모가 있는데, 정당한 실력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대학에, 자녀를 돈의 힘을 활용하여 옆문으로 입학하게 해 준다? 과연, 그것이 제대로 된 부모가 할 짓이겠습니까?

공부만큼은, 오직 학업에서의 정당한 실력으로, 돈의 힘에 기대지 말고, 분수에 맞는 대학의 정문으로 들어가서 공부하라고 해야지요. 정도를 걸으면서, 노력에 합당한 성취를 경험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자녀의 인성이 건전하게 성숙하기를 소망하는 부모의 합당한 도리일 것입니다. 그런데, 대학이 앞장서서 편법으로 인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겠다는 것입니까?

연세대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하여 설립된 학교라는데, 이 사회에서 빛과 소금이 되는 일에 좀 앞장 서 주기를 바랍니다. 돈이 그토록 필요하면, 차라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까지 기여입학제를 강행하려는 열정을, 순수한 기부 운동에 쏟으십시오. 성경의 가르침대로 누군가가 한 알의 썩어지는 밀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총장을 비롯하여, 기여입학제가 필요하다고 믿는 보직 교수들이앞장서서 전 재산을 조건 없이 학교 발전에 기부해보십시오. 그것이 파문을 일으키게 되면, 졸업생들의 순수한 기부가 파도처럼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일체의 부정적인 후유증이 없을 것이며, 아름다움만 충만해질 것입니다. 연세대는 확실히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대학이 될 것이며, 수험생들이 더욱 들어가고 싶어하는 대학이 될 것입니다.

감동이 없는 일을 열렬하게 추진하는 것, 좋은 목적을 내세우면서 문제점이 많은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은, 진정한 교육자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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