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는 어른이 되면 좋은 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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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는 어른이 되면 좋은 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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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아카시아>

^^^▲ <아카시아>의 포스터^^^
1. 진입 - 아카시아향기가 독소를 뿜어낸다.

(아카시아나무가 자라는 곳에선 다른 나무들이 기를 못편다. 그래서 어른들이 묘자리를 쓴다거나 특별히 산에 나무를 심을 때는 아카시아 나무를 죽이곤 한다. 아카시아의 번식력은 매우 놀랍다. 야트막한 민둥산에 아카시아를 심으면 다른 나무보다 빨리 자라나 10-20년 동안 무성한 숲을 이룬다.

그렇지만 아카시아는 300m 이상의 고지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게다가 아카시아가 빽빽하게 숲을 이룰 경우, 병충해로 인해 죽는 비율이 높아져 성장이 자연적으로 늦춰진다. 10-20년 후에는 성장이 감퇴되어 지력을 높임으로써 다른 나무들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아카시아는 사람의 간섭으로 황폐해진 토질이 척박한 곳에서 숲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쓰레기 매립장이나 내버려진 땅 등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아카시아 나무는 생태학적으로 무척이나 번식력이 빨라 다른 나무들에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다 자라고 난 후에는 오히려 다른 나무나 생태계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 나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여느 집과는 달리, <아카시아>에 나오는 집은 음산하지 않다. 외딴집이어서 어딘가 모르게, 공포스런 분위기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들이 사는 집은 음산하기보다는 오히려 세련되고 아름답기만 하다.

그리고 거기엔 잎이 열리지 않는 아카시아나무가 있다. 미숙은 도일부자의 결정에 못미더워하면서도, 할 수 없이 아이를 입양하기를 결정한다. 이 영화의 갈등은 여기서 시작되지만, 아카시아나무는 이미 많은 것을 연상시켜 준다.

그러나 이 영화의 전개과정은 결코 '당위적'이거나 논리적이지 않다. 그것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진성)는 입양되었지만, 그를 키우는 것은 양부모가 아니라 아카시아나무다. 진성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듣고, 독소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가 처음에 뿜어낸 독소는 가족에 진입하는 것이었다.

"누구야?"
"엄마랑, 아빠요."
"진성인 어딨어?"
"김진성은 이거 그리고 있지."

이진성이라 고집하던 아이의 마음을 바꾼 건, 제 3자의 입에서 뿜어나온 독소였다.

2. 방관 - 아카시아를 나무에 매달다

"학교 안가?"
"안 가"
"왜?"
"피가 모질라서"

진성은 민지를 만난다. 결핍된 그들의 세계를 영화는 "피가 모질란"다는 단 한마디로 일축해 버린다. 순간적으로, 민지가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가 아니었던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민지는 아픈 소녀일 뿐이다. 진성이 민지를 만나면서, 그의 외로움은 줄어든다.

하지만, 미숙의 임신은 진성에게 큰 상처를 안겨준다. 아직은 덜 성숙된 자아. 그리고, 입양아라는 사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뿌리깊이 박힌 말 한마디. 드디어, 진성의 독소는 극에 달한다.

영화에서 미숙은 방관자다. 그녀는 진성에게 늘 애정을 베풀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제적으로 그녀가 노력한 것은 무엇일까? 진성과 아주 먼 거리를 두지도 않지만, 하지만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방관자적인 애정이 그녀에게는 존재한다.

도일의 경우에 있어서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피는 물보다 진"하기 때문일까. 아카시아는 자라는 동안은 늘 외롭다. 그가 자라는 곳에선 다른 나무들이 기를 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카시아가 다 자란 10-20년 후에는 오히려 그는 좋은 나무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진성이에게서 뿜어져나오는 독소는 무시할 수 없다.

아카시아가 좀처럼 피지 않는 오래된 아카시아 나무. 그가 외로울까봐, 아카시아를 매달지만 그래도 외로움은 가시지 않는다. 가족에게 속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이방인도 아닌 방관자. 진성은 닫혀진 세계에서 끊임없이 열려진 세계로의 진입을 갈망하면서 갈팡질팡하지만, 진성의 독소에 촛점을 잃어버린 양부모는 진성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갈등은 심화되기만 한다.

민지는 이 모든 것을 묵묵히 지켜본다. 어른들의 부조리한 세계가 소녀의 눈을 통해 보여진다는 것, 그것은 이미 우리의 현실이 많이 상처받고 있음을 암시한다. <아카시아>는 논리적인 당위성을 가지고 전개되지는 않지만, 공포영화가 담고 있는 부조리한 측면을 음산하지 않고 덤덤하게 그려낸다.

3. 퇴실 - 아카시아는 어른이 되면, 좋은 나무가 된다

"애정을 가지고 보면 늘 새롭고 즐겁지,
문제는 얼마나 애정을 주는 데에 있는 거 같애.
사람이든, 작품이든."

이 영화는 가족애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애정을 가지고 보면 늘 새롭고 즐거워야 하는데, 미숙은 그다지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애정을 쏟고자 했지만, 그녀도 그녀가 임신한 아이 앞에서는 별 수 없다. 그것은 애정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어떻게 아이를 다루어야 할지 몰랐다고나 해야 할까.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현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녀가 겪는 과정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들 겪는 집안 문제가 아니던가. 영화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바로 이것이 가족의 문제라면서, 그 문제점들을 진성을 통해서 짚어내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에게 애정을 갖고 대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그 애정이 진실한 것이 아니어서는 그 또는 그녀가 감동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애정은 학습이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또 다듬어야 할 공부.

<아카시아>의 주인공들이 애정이 결핍된 상태가 아니다. 다만, 그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들은 '학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해야만 <아카시아>는 어른이 되어서 좋은 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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