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여성, 자전거 탄다? 못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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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여성, 자전거 탄다? 못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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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바퀴살 너머로 본 북한 사회學

^^^▲ 자전거를 타는 북한 여성들실제 북한에서는 여성의 자전거 타기가 불법행위다.
ⓒ 뉴스타운 이동훈^^^
지난 2009년 11월,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북한에서 남성들의 장마당 장사가 금지되면서 장마당에서 무거운 짐을 나르는 작업을 도맡게 된 북한 여성들을 위해 40억원 물량의 자전거를 지원해 주자."고 발의한 적이 있었다.

만약 실제 자전거를 지원해 주게 된다면 북한 여성들은 그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과연 북한에서 여성들의 자전거 타기는 불법인가, 아닌가.

2월 1일 자 '자유북한방송'의 '북한 여성들 자전거 타지 못하는 이유?'라는 제하의 보도는 "현재 북한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하고 있는 오극렬의 외동딸 오혜영이가 90년대 말 자전거를 타고 평양 시가로 다니다가 조선인민군 7총국 10톤급 차에 깔려죽으면서 김정일이 "여자가 자전거는 무슨 자전거냐. 여자들 자전거를 타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하였는데 그 지시가 곧 법으로 된 것이었다."라고 전한다.

또다른 소식에 의하면 김정일 위원장이 승용차를 타고 가던 중 치마를 입은 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한 여성을 보고 "보기 안 좋다."고 한 말이 법이 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밖에도 수많은 북한 관련 뉴스들에서 북한은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지 못하도록 법률로 규정한다고 밝힌다. 그러나 이미 공개된 몇몇 북한 사진들에서 북한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무슨 모순일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는 점은 자전거 타기와 같은 규정이 북한 안에서 어느 정도의 실효성과 구속력을 가지느냐에 있다.

실제 북한에서는 여성들의 자전거 타기를 단속한다는 보고가 있다. 한 탈북자는 그것이 '미풍양속'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탈북자 김춘애 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실제 그러한 규정이 있었으며, 북한 여성들의 불만이 매우 컸다."고 증언한다.

또 김춘애 씨는 "점차 북한의 생존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교통수단이자 물류수단인 자전거를 여성들도 탈 수 밖에 없었고, 당국에서도 규제를 암암리에 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현재 북한에서는 금지규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데 모아진다. 즉, 그 금지규정은 법이라기보다는 권유사항 정도의 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의 재산목록 1호에 해당한다는 자전거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우선 북한에서 자전거는 일반 노동자들이 10년치 월급을 모아야 살 수 있는 비싼 물건이다. 1995년경 노동자 월급이 100원 가량이었는데 당시 '제비'라는 상표의 북한산 자전거가 보통 3,000~5,000원이었고 '갈매기'는 10,000원이었다. 평양의 시민들은 이보다는 속도가 빠르고 깔끔한 일제(日製) 자전거를 선호한다. 2003년 경 일제 자전거는 중고품이 3만원에서 5만원을 호가했다.

이처럼 귀한 물건이다 보니 북한에서는 자전거 도둑이 극성이다. 밤에 잘 때 아예 자전거를 방안에 들여놓고 자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 북한에서 자전거는 아직도 매우 귀한 물건이다. 새 자전거 1대 가격이 북한 돈으로 약 40만원(약 300달러)정도다. 노동자(월급 3000원)가 자전거 1대를 사려면 거의 11년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여기서 북한에 자전거 번호판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 북한 자전거들의 번호판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자전거 보관소에서 촬영됐다.
ⓒ 뉴스타운 이동훈^^^
개성공단에 출근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주차(?)시켜 놓은 자전거들에서 예외없이 '개성-###' 같은 번호판이 발견되어 언론에 화제를 모은 적이 있었다. 북한의 자전거는 우리의 승용차와 같은 격이며 면허증이 있어야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어느 나라나 자신들의 주력 교통수단엔 번호판과 면허증을 따라붙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다.

자전거 면허증은 1996년 평양에서만 적용하다 98년부터 전역으로 확대했는데, 인민보안부에서 시행하는 자전거 운전 및 교통안전 시험에 합격해야 딸 수 있다. 무면허 운행자나 면허증 미 소지자는 대부분 단속현장에서 벌금을 내야 한다. 북한에서는 자전거 운행규칙이 매우 까다롭다. 도시에서는 도로 표시에 따라 정해진 길(전용도로)로만 다녀야 하고, 5살 이상의 어린이는 뒤에 태우지 못한다. 또한 제동장치와 조명, 종(鐘)이 없는 자전거는 타지 못하며,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면 안 된다.

이처럼 엄중한 규칙이 적용되는 고가품인 만큼 누구 집에서 자전거를 한 대 샀다 하면 보안서와 인민반에서 자금 출처를 조사하러 찾아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전거는 중요한 재산에 속한다. 따라서 자전거에는 모두 등록증이 있긴 하지만 전산시스템이 미비하다 보니 본인 소유 여부를 즉시 확인하기 어렵다. 도둑이 훔친 자전거라고 해도 단속이 어렵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점도 있다. 북한에서 귀중품인 만큼 자전거 만드는 정성이 대단하여 품질이 좋다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북한산 자전거는 아주 튼튼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거기다 2005년 10월에는 자전거 왕국인 중국의 텐진디지털자전거공장이 65만 달러를 투자해 북한에 '평진 자전거 합작공장'을 설립했다. 그렇지만 아직 품질이나 선호도에서 일본산 자전거를 따라 오기는 어렵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들이다.

북한 여성들의 자전거 타기는 북한 영도자의 기분에 따라 좌우지된다는 말이 있었다. 요즘엔 평양 시내에서 치마 입고 자전거를 타는 여성들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여성들에게 바지를 입지 못하게 하는 규칙도 있으니, 그도 그럴 밖에다. 북한도 사람 사는 사회다 보니 북한도 예전 같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이 비싼 물건 때문에 밤길의 자전거는 살인 강도의 표적이 된다고 하니, 이것도 북한에서는 부유층들이 감수해야 하는 일종의 패널티라고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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