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과 中 '80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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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과 中 '80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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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변화 물결이 북한을 바꿀 것

^^^▲ 중국포털 '소후'에 오른 김정은 패러디물.음주운전 중 사망사고를 내고도 "나의 아버지는 리강이야!(我?是李剛)" 라며 큰소리를 쳐 중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에 빗대어 "내 아버지는 김강이야!"라는 문구로 아버지 덕분에 권좌에 오른 김정은을 패러디했다.
ⓒ 뉴스타운 이동훈^^^
작년 5월, 중국 선양(瀋陽)의 베이링(北陵)공원 앞 대로 삼거리에는 교통이 전면 통제된 채 수 천 명의 시민들이 인도블럭 위에 운집해 있었다. 이들은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중국의 최고 영도자가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경찰들의 통제에 묵묵히 따르고 있었다. 그 때 한 시민이 "조선(북한)의 김정일이 오는가 보다,"라고 말하자, 뜬금없는 소리에 그제서야 군중들이 조금씩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사실은 중국 언론에 일체 보도되지 않았고, 그의 방문 루트 역시 극비 사항이었다.

잠시 후 20대 후반의 한 젊은 남자가 목청 톤을 높이며 짜증스러운 듯 말했다. "자기네 인민들은 다 굶어 죽을 판인데, 무슨 일로 우리 인민들 길까지 막는다는 거야?" 이 한마디에 사람들은 저마다 맞장구를 쳤고, 주위는 크게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나도 김정일 위원장의 차량은 나타나지 않은채 점점 더 행인들이 운집하고 웅성거림이 커지자 급기야 경찰들은 몇 차례에 걸쳐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통제선을 열어주기도 했다. 만약 이 '빠링후'(80後, 1980년도 이후에 태어난 중국인)의 외침이 없었다면 나머지 중국인들도 침묵을 지켰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빠링후 세대들이 가진 중국에 대한, 또는 북한에 대한 관점은 그 이전 세대와는 판이하다. 문화혁명이나 한국전쟁을 경험했거나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사고에 젖은 기성세대들이 주도하는 중국에서 빠링후들은 한마디로 '돌출' 그 자체다. 이들은 모든 현실인식에서 합리와 경제적 가치를 우선시한다. 배고픔이나 이념갈등을 경험해 보지 못한 탓이다.

설 연휴를 지나면 북한 김정은이 중국을 단독 방문할 거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금 북한의 정황 상 충분한 개연성을 띤다. 아마도 김정은은 두 나라의 전통적 우의의 기반 위에서 크게 환대받고 또 북한의 차세대 지도자로서의 국제적 명분을 얻어 돌아갈 것이다. 결국 김정은은 멀지 않은 미래에 북한의 실권을 장악할 것이며, 또 멀지 않은 미래에 중국에 대해 정치적, 경제적 원조를 요구할 것이다. 그것을 보는 중국인들의 관점 여하에 따라 김정은 체제가 대 중국 외교에서 어떤 난관에 처할 것이라는 예측은 자연스럽게 가능해 진다.

바로 그 관점의 중심에 있는 이들이 중국의 '빠링후'들이다. 아직 중국사회의 리더그룹이나 기득권층에 속하지 못하고 있는 젊은층들, 이들은 많아야 31세이거나 적으면 21세다. 그러나 이들이 장악하고 휘두르는 막강한 권력이 있다. 바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고 있는 중국 인터넷이다. 더욱이나 이들은 학습이건 쇼핑이건 여론이건 만사를 온라인에서 해결하려 한다. 김정은은 이번 방중에서 실질적인 협상이나 사업보다는 중국 지도부들과 눈도장을 찍는 의미를 크게 둘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 중국 빠링후들은 김정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는 계기를 맞을 것이다.

지금도 중국의 각 포털사이트에서 '김정은'을 검색하면 기발한 패러디를 통해 북한의 세습체제를 부정하는 수많은 그래픽물들과 평론들을 만날 수 있다. 중국이 1990년대 초반에 부분 개방사회에 들어섰으니, 북한이 지금 개방한다 하더라도 딱 30년이 앞서고, 이 시간은 바로 중국 '빠링후'들의 삶의 시간이기도 했다. 북중 두 나라가 혈맹이 된 것도 다 공통된 이데올로기 기반의 경험 때문인 것처럼 빠링후와 북한이 서로 다른 경험을 가졌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 낯설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중국 빠링후와 북한 사이에는 공감대 자체가 없다. 당연히 현 북한체제와 빠링후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이격공간이 존재한다. 마치 서로 다른 주파수의 무전기를 들고 있는 것과도 같다. 만약 북한 지도부가 빠른 시간 안에 중국과의 개방시차(開放時差)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그것은 혈맹이라는 이름으로 건널 수 없는 거친 장벽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김정은도 김정일 못지 않게 직접적인 표현으로 중국을 경계하고 비판할 정도의 반 중국파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징후들은 두 나라가 새로운 체제 하에서 겪어 나가야 할 복잡한 난관을 시사하고 있다. 개선되어야 할 절대절명의 빈곤과 기아상황이 김정은 체제의 본격 출범을 앞두고 더욱 심각해져만 가는 이 상황에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하나 씩 줄어들고 있다.

현재로서는 북한의 유일한 우방이자 협력자인 중국에 불어닥치고 있는 변화, 특히 빠링후들의 의식변화가 북한의 피동적 변화를 이끌어 갈 공산이 매우 크다. 개방 초기 시대에 어린시절을 보낸 빠링후들에 이어 본격 경제성장기에 태어나 부유한 성장과정을 거친 '주링후'(90後) 세대들이 다음 시대에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김정은도 북한의 덩샤오핑(鄧小平)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북한의 개방에는 중국의 과거 그것과는 다른 조건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중국은 개방 이전부터 일본, 유럽, 미국과 충분한 온도조절 과정을 거쳤고, '가난했지만 대국(大國)'이라는 자존심과 막대한 구매력을 앞세워 열강들을 자신들의 땅에 불러 들였다. 즉, 무조건 개방을 한다고 중국처럼 성공한다는 논리가 북한에도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악성 여론을 잠재울 만한 매력이 북한에는 있지 않고, 그것이 결코 쉽지도 않다.

따라서 향후 5년 이상의 시간 동안 김정은은 중국이라는 우방을 업고 개방경제를 꾸려나가야 할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된다. 거기에서 김정은이 상대해야 할 중국 내 진짜 파트너가 바로 '빠링후'이다. 1983년 1월 생으로 역시 같은 빠링후 세대인 김정은이 이번 중국 방문을 시작으로 대 중국 관계에서 어떤 행보로 거친 미래를 헤쳐 나아갈 지 자못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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