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는 빼고 교통사고로 판결
^^^▲ 눈물로 참회하는 피의자 리치밍(李啓銘).(중국 CCTV 화면) ⓒ 뉴스타운 이동훈^^^ | ||
중국 허베이(河北)성 바오딩(保定)시 왕두(望都)현 인민법원은 30일, 지난해 10월 16일 오후 10시 께 술에 취한 채 폴크스바겐 중형 세단 승용차를 운전하다 대학캠퍼스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던 20대 대학생 2명을 치어 1명을 숨지게 하고 1명에게 중상을 입힌 리치밍(李啓銘,26세)에 대해 6년형을 선고했다고 펑황왕(鳳凰網)이 30일 보도했다.
이날 교통사고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중국 인터넷에서 이른바 '리강(李剛)사건'이라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게 된다. 교통사고를 낸 리치밍은 놀라는 기색도 없이 뺑소니를 쳐 여자친구를 만났으며 대학 경비원들에게 붙잡힌 후에는 "나의 아버지는 리강이야!(我?是李剛)"라고 큰소리를 쳤다. 이 말은 작년에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유행어가 됐다. 그의 아버지 리강은 바오딩시 베이스(北市)구 공안국 부국장이었다.
이번 사건 판결에서 왕두현 인민법원측은 "피의자 리치밍이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마친 상태라 6년 징역형을 선고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피해자 측은 리치밍 측으로부터 사망자 천샤오펑(陳曉鳳)이 46만위엔, 부상한 장징징(張晶晶)이 9만1천위엔을 각각 배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음주운전' 혐의와 '뺑소니' 혐의를 제외하고 일반 교통사고로 판결한 데 있다. 중국에서 일반 교통사고의 최고 형량은 7년이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많은 네티즌들이 "알겠어. 음주운전, 뺑소니는 죄가 안 된다는 거군!"이라며 어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건 여파가 컸던 만큼 네티즌들의 실망감도 크게 터져나오고 있다. 중국 포털들에는 "오, 주여!(天?!)"라거나, "농담이지?" 또는 "무슨 방귀소리야?"는 냉소적인 반응에다 "(아버지가 리강인데) 뭐 안 되는 것이 있겠나?"와 같은 체념적인 댓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뉴스포털 환추왕(環球網)의 한 네티즌은 "완전 허셰(민물 게,河蟹)이군!"이라며 중국 공산당이 강조하는 '허셰(和諧, 함께 조화롭게 살아감)'라는 정치이념을 패러디해 비웃기도 했다. 다른 네티즌도 "아버지가 리강이라 말했으니, 당연히 형량을 줄여줘야 겠지."라며 법정을 조롱했다.
포털 펑황왕(鳳凰網)에서 '5월꽃(五月花)'이란 아이디의 한 광시성의 네티즌은 "법정에서 태도가 안 좋았다면 몇 년이란 거야?"라며 법관의 선처 배경을 비난했다. 이에 많은 네티즌들이 "봐 주기 위한 재판"에 대해 거칠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충칭시에 산다는 'smr5595'라는 네티즌은 조직폭력배를 비호한 협의로 사형에 처해진 충칭(重慶)시 전 사법국장 원창(文强)에 빗대어서 "그래, 법정에서의 태도가 원창(文强)보다는 나았다는 얘기지?"라며 솜방망이 처벌을 비웃었다.
산시성의 한 네티즌은 "아주 간단한 이치야. 죽은 자는 버려지고, 산 자는 법의 보호를 받는군."이라 한탄했다. 또 산둥성의 한 네티즌은 이른바 '인육수색'으로 리강과 리치밍의 주소와 부동산 보유상황 등을 자세히 올리는 등 이번 판결에 대한 점차 거센 반발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비뚤어진 '권력 2대' 의식을 극명하게 보여준 '리강 사건'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면서 다시 한 번 중국 인민들의 분노가 들끓기 시작했다. 산둥성의 한 네티즌은 "전 중국인이 '리강' 이란 말 한 마디에 상심했는데, 이번엔 법관의 말 한 마디에 완전히 무너지는구나."라며 상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 인민들이 이번 사건을 통해 인터넷 상에서 표현하려는 것은 바로 '패배의식'인 것으로 해석된다. 베이징의 한 네티즌은 "결국 '인민전쟁'에서 리강이 이긴거야."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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