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타깃 노리는 非물리적 전쟁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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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민족끼리'에 오른 북한정권 비방내용'DC인사이드'측은 자신들의 해킹 결과라고 주장했다. ⓒ 뉴스타운 이동훈^^^ | ||
받아들일 수 없는 대화 카드. 이것은 이미 하나의 '공격'이다. 그래서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한반도에 관한 '인식'을 선점하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연평도에 떨어진 포탄보다도 더 큰 관념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지도 모른다.
급기야 애기봉 등탑이 꺼지는 8일,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속수무책의 해킹 공격을 당하고 만다. 커뮤니티 사이트 'DC인사이드'는 자신들의 트위터 해킹에 의한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이들은 얼마 전 같은 사이트에다 이른바 '세로 드립'(문장 앞글자 따기) 형식의 비방글을 올렸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비(非) 물리적 전쟁. 전통적인 심리전이나 현대의 사이버전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환율이나 에너지를 목표로 하는 경제전쟁도 넓은 범주에서 여기에 속한다. 미국과 중국이 몰두하고 있는 무한경쟁도 결국은 대포만 쏘지 않을 뿐, 하나의 이 전쟁에 다름 아니다.
지금 남북한은 비 물리적 전쟁을 가열차게 시작하고 있다. 흑색선전이나 심리전이야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거지만, 지금의 그것은 벌어지는 양상이나 그것이 몰고 올 파장에서는 전혀 새로운 것이다. 특히 비 물리적 전쟁을 받아들이는 수용자인 북한 주민들의 태도 자체가 과거와 다르다. 우선 남북은 '연평도'를 통과하면서 확실히 무언가를 알게 되었다. 물리적 전쟁은 양측을 매우 비참하고 우스운 꼴로 만들 뿐이라는 사실이다.
뒤에 숨어서가 아니라 내놓고 요란스레 비 물리전을 한다는 데도 과거와 큰 차이가 있다. 이는 노출의 차이가 아니다. 과거엔 주 전선이 38선을 두고 벌어지는 물리적 차원에 있어 비 물리전은 하나의 보조수단에 머물렀으나, 지금은 이것이 바로 주된 전쟁이므로 내놓고 하는 것이다.
비 물리적 전쟁은 곧 '관념의 전쟁'이다. 과거 관념전은 곧 시시비비의 전쟁이었다. '네가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현대의 관념전은 상대를 흔들어 놓는 데 큰 목적이 있다. 그래서 상대가 가진 인식체계를 집요하게 공격함에 있어서 과거처럼 비판이나 비방을 하기보다는 부드러운 문화적 충격이나 호소력을 더 강조한다. 이를테면 수 천명에게 선전 삐라를 뿌리는 것보다 한 사람에게 '가을동화' CD를 보여주는 편이 훨씬 강력하다. 흔들림의 효과다.
그래서 북한이 새로 시작한 전쟁은 바로 대남 성명 발표에 의한 '흔들기'다. 대포 쏘고 대화하자는 이 말도 되지 않는 발상은 곧 남남갈등을 유발하면서 사회를 흔들어 놓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거기에 무슨 '진의'가 있겠는가. 우리측은 '어불성설'을 어불성설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선명한 대응논리를 잃은 채 애기봉 트리 마냥 껌뻑이고만 있었다.
애국심의 발로이건, 객기이건, 한 남측 사이버 세력이 저지른 8일의 해킹 반란은 그러한 우리 정부의 '멍'에 대한 대리보상의 결과물이다. 여기서 그 수법과 내용은 여하라도 중요치가 않다. 지금의 시기와 앞으로의 파장이 중요할 뿐이다. 그리고 주목해야 할 것은 해킹의 타깃이 바로 대남 인터넷 선전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였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이 아이러니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지금 북한은 CNC 기술이나 IT 등 정보산업에 엄청난 집착을 보이고 있다. 밑천이나 경력없이 두뇌만으로 일으킬 수 있는 산업이란 점에서 이해가 간다. 그래서 북한은 마침내 '우리민족끼리'를 열고 연일 대남 선전 메시지를 실어 날랐다. 그들이 가진 IT기술의 상당 부분은 우리가 햇볕정책 때 지원한 자금과 기술정보로 시작되었지 않은가. 그들은 그래서 축적한 기술로 평양과 단둥(丹東) 선양(瀋陽)지역을 거점에 사이버 부대들을 포진했고 심심찮게 우리측 사이트들을 '디-도스'로 공격했다.
북의 '우리민족끼리'는 아주 성공적인 작품이었다. 북한 정보에 목 말랐던 남측 언론매체들은 연일 이 사이트로부터 '조선중앙통신'이나 '로동일보' 등의 뉴스를 퍼담아 실시간 전파했다. 마치 '우리민족끼리' 뒤에 줄을 선 기분이기도 했었다. 과거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판단은 성숙한 국민들의 몫으로 남기고 매체들은 '대남 온라인 방송'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도 질 세라 '삐라 풍선'을 날리고, 국제 민간방송 단체와 함께 북녘을 향해 단파 라디오를 틀었다.
이제 또다른 '연평도'가 나타나기보다는 '뻐꾸기' 전쟁이 점차 첨예하게 전개될 공산이 아주 크다. 결국 북한은 또다른 온라인 방식과 심각한 목소리를 통해 무한정 열린 남쪽 사회를 향해 립-서비스를 계속할 것이다. 우리 역시 닫힌 저들의 마당에 햇볕보다는 충격파동을 던지는 것이 더 좋다는 데 확신하고 있다. 국가가 못하면 민간에서 나설 분위기다.
우리 말에 "뻐꾸기를 날린다"는 표현이 있다. 요즘은 속어로도 자주 쓰인다. 실은 이 말이 참 로맨틱한 의미다. 사랑하는 여자의 방 창문 아래 대고 "뻐꾹 뻐꾹" 하면 나와서 사랑을 나누자는 구애의 신호다. 뻐꾸기가 어떤 새인가? 일명 두견(杜鵑)새라고도 하여 우리 민족에겐 매우 낭만적인 기억을 주는 그런 새다. 그의 울음소리는 우아하면서 아주 깊은 울림을 지녀 멀리 있는 대상에게 더 큰 호소력을 가진 미디어이다.
일찌기 시인 김영랑은 '두견' 이라는 시에서 "울어 피를 뱉고 뱉은 피 도로 삼켜 / 평생을 원한과 슬픔에 지친 작은 새"라고 읊었다. 지금 남북이 서로에게 날리고 있는 이 울음소리들도 지나간 오랜 세월 동안 해묵은 이데올로기의 슬픔과 다 아물지 못한 전쟁의 상처에서 토해지는 피와 같은 어떤 절규인 지도 모른다.
새로운 형식의 '구애'(求愛)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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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 새로운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데 흘러간 물로 다시 물레방아나 돌리는 이 정권이 어찌보면 불쌍하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