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벌> 아, 참 거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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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벌> 아, 참 거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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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산벌>의 포스터^^^
[1] 아, 그랑께. 거시기가 살았단 말이여? 자세히 좀 얘기해 보랑께. 어, 거시기? 아, 거시기했단 말이지. 아하, 그러니까, 거시기가 거시기해서? 응. 거시기했지? 음..또 거시기했어? 으, 저런 거시기한 것 같으니라구. 뭐라꼬? 거시기가 거시기하니까? 거시기해서, 어 살았단 말이제? 아, 거시기하다.

황산벌을 한마다리로 표현하자면 거시기한 영화다. 때는 고구려, 신라, 백제 3국의 분쟁이 끊이질 않았던 660년, 딸의 원수인 백제 의자왕에게 앙심을 품은 김춘추(태종 무열왕)는 당나라와 나.당 연합군을 결성하여 김유신 장군에게 당나라의 사령관인 소정방과의 협상을 명령한다.

그러나 결국 김유신은 군대를 돌려 돌아가겠다는 소정방의 위협에 밀리고, 7월 10일까지 조공을 조달해야 한다. 덕물도 앞바다까지 조공을 운반하기 위해선 백제군을 뚫어야 하는데, 백제에는 김유신의 영원한 숙적 계백 장군이 버티고 있다.

계백 : 거시기할 때까지 머시기하는 거다! (신라군에서 첩보를 입수한다)
김유신 : 거시기를 알 때까지는 전면공격을 하지 않는다! (그때부터 암호전문해독가의 앓음이 시작된다)

영화는 곳곳에 위와 같은 코믹적인 요소를 적절히 곁들여서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다. 또, 영화의 중반부를 넘어서면 비장미까지 느껴져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그것은 슬퍼서가 아니라, 전쟁에 대한 참혹함이 가슴 절절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를 딱히 잘 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영화에서 가미된 코믹적인 요소를 제외한다면 거의 드라마 '왕건'과 별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유신과 계백이 서로에 대해 느껴야 했던 장군으로서의 연민이라든가, 존경심은 왕건에 비해 스쳐가는 에피소드에 불과하며 그들이 벌였던 전투신은 왕건에서 보여줬던 그것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퓨전 장르를 표방한 만큼 에피소드를 다양하게 보여주었던 것은 아니다. 재치는 있지만, 드라마의 구조는 허약하다고 할까.

[2]전쟁은 어느 시대이든지, 희생자를 낳게 마련이다. 660년대나 2003년이나 별로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우리가 숙연해지는 순간은 전쟁 그 자체가 아니라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가 우리 눈앞에 보일 때이다. <황산벌>의 전투에서 수많은 희생자들이 눈앞으로 들어왔을 때, 드라마의 구성이 어떻든지 그 순간, 웃음은 사라지고 숙연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눈물은 나지 않는데 그냥 슬프다. 그 슬픔이 느껴지는 순간, 이 영화는 더 이상 코미디가 아니다. 그러나, 그 무게에 비해 영화는 감동을 제대로 살려내지는 못한 듯한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앞서 얘기한 김유신과 계백의 갈등관계가 스쳐가는 에피소드에 불과해서,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이 영화의 엔딩도 그 무게를 뒷받침할 만한 효과를 주지는 못한다.

이 영화 거시기한 영화다. 거시기만한 웃음을 주고, 거시기만한 슬픔을 주고. 여기에서의 거시기 역시, 거시기하다. 그러니까, 이 영화 암호 투성이다. '거시기'라는 암호를 푸는 재미로 이 영화를 보라. 생각보다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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