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바닷가에서
스크롤 이동 상태바
철 지난 바닷가에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로 보는 세상 123>조재훈 '뿌리의 섬'

끓는 바다의
저 아득한 아랫도리
낭자한 꽃밭에
매달린 점 하나
지우려 지우려 해도
암처럼 돋아나는
울음 하나
끼루룩 끼루룩
시간을 떨어뜨리며
시간은 날아가고
날아간 허공에
걸린 눈썹 하나
잡으려 잡으려 해도
도마뱀처럼 달아나는
하얀 그림자 하나

 

 
   
  ^^^▲ 산비장이
ⓒ 우리꽃 자생화 ^^^
 
 

철 지난 바닷가. 그 바닷가에도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14호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상처가 너무나 깊고 큽니다. 바닷가 곳곳에는 나뭇잎과 나뭇토막, 찢긴 비닐, 쓰레기, 양식장에서 떠내려온 스치로풀 등이 가득 모여, 마치 쑥대밭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파도는 언제나 제자리 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저만치 파도에 온몸을 씻기우고 있는 작은 섬들도 떠밀릴 듯 떠밀릴 듯하면서도 늘 제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새파란 하늘에 섬처럼 떠다니고 있는 갈매기., 그 갈매기가 내는 울음소리도 오늘따라 더욱 힘차게 들립니다.

넋이 나간 채 땅을 치고 하늘을 바라보며 파도처럼 엉엉 울던 어민들도 이제는 더 이상 울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제 찢기운 그물을 깁고, 무너진 담장을 새롭게 세우고 있습니다. 그들의 구리빛 얼굴에서 떨어지는 굵은 땀방울 속에는 더욱 더 강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빛을 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상처가 아무리 크고 깊다 하여도, 저 파도보다 더 거세게 살아온 저들의 희망을 결코 꺽지는 못할 것입니다. 왜냐구요? 우리들의 어민들은 파도가 아니라 바다와 싸워서 이긴 사람들이며, 바다를 다스릴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들이니까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칼럼/수첩/발언대/인터뷰
방송뉴스 포토뉴스
오피니언  
연재코너  
지역뉴스
공지사항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뉴스타운TV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