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좀 다르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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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좀 다르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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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에서 다시 생각하는 '민족'

 
   
     
 

어제 뉴스 한 토막을 읽다가 놀랐다. 강원도 평창에서 일하는 한 조선족 동포가 직장 동료를 살해했다는 소식이었다. 천안함 사건을 보도한 TV를 보다가 의견이 충돌해 저지른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었다.

물론 그 사건의 내막을 깊이 알 길은 없다. 평소 무슨 쌓인 감정이 있었는지,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는. 그러나 듣고 보면 '참,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서는 건 무슨 이유일까. 가끔 우리를 섬칫하게 만드는 그 감정속으로 조금 깊이 들어가 보자.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특별하지 않은 한국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만일 그날 사건의 당사자 두 사람이 천안함 처럼 북한의 일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의 축구경기를 보고 있었다고 치자. 그 조선족 동포가 어쩌다 중국팀을 응원했다면 아마도 한국인 동료들은 엄청난 상처를 받았을 게 뻔하다.

한국인들은 매일같이 TV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는 중국의 '식품 농약 파동'이나 범죄소식에 조선족 동포들이 상처 받으리란 생각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같은 민족이니까' 이렇게 치부할 것이 분명하다. 가끔은 직장 동료인 조선족의 '국적'이 대한민국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국가와 민족이 하나'인 한국인들의 관성적 사고에서 오는 착각이다.

우리는 참 민족애가 강한 사람들이다. 가끔은 '국가고 뭐고 민족이 첫째'라는 생각을 서슴없이 가진다. 연변 사람들은 연변팀이 축구경기에 나가면, 이건 축구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남이가?' 하면 다 통하는 게 우리 민족 아닌가. 보다 보다 세상에 이런 민족은 없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북한이 뭐라면 '속고도 퍼 주고, 욕먹고 또 퍼 주고, 뒤통수 맞고도' 끙끙대기만 한다.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다. 아니었으면 벌써 치고박고 둘 중 하나는 나가 떨어졌지 않겠는가. 그 호전적인 성질에 말이지.

그 얘기 계속할 건 없다. 다만 지금 우리 앞에 부서진 천안함이 어쩌면 오래 굳어진 민족 내부의 응어리가 터진 아픔과 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우리는 이 아픔을 오래 인내하면서 민족 내부에 잠재된 뇌관들을 되돌아 보아야 한다.

지나친 민족애가 잦은 상처를 낸다는 사실을 이제는 직시해야 한다. 그 상처엔 묘약이 따로 없다. 국가든 영토든, 아니면 생각이든 하나로 합쳐지면 다 아물 상처지만 그러기엔 현실의 벽보다 더 높은 마음의 벽이 가로놓여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세 집단, 또는 더 많은 집단으로 나뉘어져 그렇게 당분간 살아야 한다.

자, 그럼, 따로 사는 건 좋은데, 상처를 덜 받고 그런대로 잘 지내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서로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쉽지 않더라도 꼭 그렇게 해야 한다. 이것은 국적이나 체제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왜 달라야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당연히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나는 아버지와 생각이 조금 다르고, 옆집 아저씨는 나와는 아주 다르다. 그런데 한 집 건너 저 아주머니는 도저히 침기 어려울 만큼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다. 그 아저씨가 조선족 동포이거나 북한 사람들일 수 있고, 한국사람일 수도 있다.

조금 다르고 많이 다른 차이가 국적이나 체제에서 반드시 기인한다는 우리의 고정관념이 지금 이 고된 상황을 연출하는 갈등의 뿌리일 수 있다. 북한의 보통 주민들에 비해 더 공산주의 사상이 짙은 사람이 서울 어디에 살고 있을 수 있다. 부인할 사람이 있는가?

입으로는 ‘민족 민족’ 찾지만 그게 다 민족이 아닌 걸 누가 모르는가. 축구중계 앞에서는 중국 선수 응원하지만 그 동포의 가슴 깊은 곳에 수 백 배 진한 민족애와 설움이 있다면 또 어쩌겠는가. 민족이란, 생물학적 DNA와 문화적 유전자를 공유하는 집단체이지 생각을 공유하는 집단이 아니다. 더더욱 말로 떼울 수 있는 것이겠는가?

유사 이래로 가장 처참한 전쟁들은 모두 동족이나 근친관계의 이민족들 사이에서 일어났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우리 민족이 바로 그 동족상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우리는 일제의 인식잔재에 의해 그것은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픈’ 이치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가 남이가?’와 같은 민족주의가 내포한 ‘맹목적 아이덴티티’의 발로임을 깨달아야 한다.

세상에 ‘맹목’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남도 아닌데, 다르면 죽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식의 장님'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남북한의 정치문제도 마찬가지다. 통일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분별력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무슨 통일을 바라는가.

우리는 피가 같고 문화가 같은, 남이다. 얼마든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고, 그래도 서로 다른 영역에서 사이좋게 공존할 수 있다. 우리는 분명히 남이다. 거기에서 다시 출발해서 비슷한 생각이 있는 동족은 친구로 삼고, 같은 생각이라면 형제라도 좋다. 그러나 생각이 다르다면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

문화와 유전자를 공유하는 우리들이 고작 다른 생각 하나 때문에 동족을 짓밟고 해친다면 그 또한 민족에 대한 반란이며 모독이다.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에 의해 또다른 '천안함'과 '평창 살인사건'이 다시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들을 더이상 용인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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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 2010-06-23 22:23:37
    너란넘이기자냐?개뿔도모르면서 그따위글올리지마천안함이우리나라랑중국이냐?북한이쟎어?왜 니놈이중국이랑축구경기니뭐니비교하냐 니형이나니절친칭구가그런일당했다면그런글올릴수있냐?모지란넘아 글삭재해라 주둥이두닥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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