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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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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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국의 <순교자>를 읽고

^^^▲ <순교자>의 표지
ⓒ 을유문화사^^^
김은국 씨의 <순교자>는 종교인이라면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말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배경은 우리 민족의 가장 아픈 상처인 한국전쟁입니다. 삼팔선을 넘어 평양을 점령한 국군 정보부는 인민군들에게 학살당한 목사들에 대한 사건을 맡게 되었습니다.

인민군들은 후퇴하기 전 평양 시내에 있는 목사들을 잡아들였고 14명 중에12명을 처형했습니다. 문제는 살아남은 2명의 목사입니다. 왜 2명만 살아남았을까? 생각해보면 단순해집니다. 12명은 끝까지 신앙을 지켰으니까 죽었을 것이고, 나머지 2명은 배교를 했으니까 살아 남았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후퇴하는 인민군들이 두 사람을 살려줄 이유가 없었습니다.그리고 이 사건을 맡은 담당자는 이 대위라고 전쟁 전에는 대학 강사까지 했던 지식인입니다.

그런데 정보국의 목적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있지는 않았습니다. 정보국이 원한 것은 목사들의 죽음을 아주 훌륭한 선전자료로 활용하는 데 있었습니다. 즉, 공산주의자들이 일으킨 아주 중대한 종교 탄압이라고 국제적으로 선전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죽은 12명의 목사들을 거룩한 순교자로 포장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건을 맡은 이 대위와 정보국장인 장 대령간에 갈등이 생긴 겁니다. 이 대위는 정확한 진상을 캐고 싶었습니다. 이 대위가 만나본 신 목사는 자기의 목숨을 위해서 배교할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장 대령은 이 사건을 빠른 시간 안에 종결 지은 다음에 순교자 합동 추도 예배를 드리고 싶어했습니다. "열두 명의 순교자들은 위대한 상징이야. 이 순교자들을 싸게 팔아넘겨선 안 돼. 빨갱이들에 대한 그들의 정신적 승리를 모든 사람이 목격하도록 해야 한단 말이야"라고 말하는 장 대령에게 기독교의 순교는 단지 군 작전을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신 목사에게 이 대위는 물었습니다. "목사님, 사람들은 이미 진상을 요구했습니다. 그들에게 진실을 얘기하십시요." 그러나 신 목사는 "젊은 친구, 그들이 진리를 원치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소?"라고 말입니다.

신 목사가 입을 열지 않는 한 사건은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포로로 잡힌 인민군 소좌의 증언은 지금까지 우리가 믿어 왔던 모든 것들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인민군들이 동료 목사들을 잡아가도록 밀고한 배신자 목사가 있었고,죽은 목사들은 순교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인민군 소좌는 "내가 당신네들의 그 위대한 영웅, 위대한 순교자들이 꼭 개처럼 죽어갔다는 얘길 들려 줄 수 있게 된 것은 큰 기쁨이오. 꼭 개새끼들처럼 훌쩍거리며, 낑낑거리며, 엉엉 물면서 죽어 갔어! 살려 달라 아우성을 치고, 자기네 신을 부정하고 동료들을 헐뜯는 꼬락서닌 과연 보기만 해도 즐거웠어. 그들은 개처럼 죽은 거야!" 하며 어이없는 진실을 쏟아냈습니다.

그러면 왜 두 명의 목사를 죽이지 않았을까요. 하나는 미쳐버렸기 때문입니다. 미쳐버린 한 목사는 자신이 가장 존경했던 박 목사님의 마지막 모습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대위의 친구인 박군의 아버지인 박 목사, 그는 철처한 신앙으로 무장한 사람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광적인 믿음을 지닌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박 목사가 마지막으로 내밷은 말은 "정의롭지 못한 하느님에겐 기도하고 싶지 않아!"였습니다. 박 목사는 자신의 믿음을 배신한 '신'에게 기도하지 않았습니다.인간들이 고통받고 있을 때 신은 어디에 틀어박혀 있는 겁니까? 박 목사의 고통은 자신이 믿어왔던 하나님과 실재하는 하나님 사이에 놓여있는 깊은 절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리고 절대적인 고독 속에서 죽어갔습니다. 그리고 신 목사는 인민군 소좌에게 대항했기 때문에 살아 남았습니다. "그는 내게 감히 대항해 온 유일한 친구였어. 난 당당하게 싸우는 걸 좋아해. 그 자는 용기가 있더군. 내 얼굴에 침을 밷을 만큼 배짱 있는 친구는 그 자 하나뿐이었어. 난 내게 침을 뱉을 수 있는 자를 존경해. 그래서 그 자만은 쏘지 않았던거야."

진실은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다른 모습으로 위장을 했습니다. 여전히 12명의 목사들은 위대한 순교자였고, 그들을 위한 추도예배가 거창하게 치러졌습니다. 그리고 신 목사는 배교자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야 했습니다. 교인들은 날마다 신 목사의 집으로 몰려가서 '가롯 유다'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쯤 되면 뒤바뀐 진실에 대한 분노가 일어납니다.

그러나 신 목사에게 있어서 가장 고통스러운 문제는 '배교자'라는 딱지가 아니었습니다. "평생 동안 난 신을 찾아 헤매었소. 그러나 내가 찾아낸 것은 괴로움과 죽음, 그리고 냉혹한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뿐이었소" 하며 고백하는 자기 자신의 갈등이 더 큰 아픔이었습니다. '죽음 이후'를 묻는 이 대위에게 신 목사는 "아무것도 없다"고 단언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절망과 무의미한 고통 속에서 허덕이는 인간들에게는 희망이라는 환상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신 목사는 그 후 평양에 남아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다가 인민군들에게 끌려갔고 결국 총살 당하고 말았습니다. 인간적이라는 말은 무엇입니까? 그건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신앙은 또 무엇인가요? 하나님을 찾는 간절함입니다.

여기 나오는 신 목사를 믿음 좋은 목사로 혹은 주님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고결한 순교자로 생각해야 할지 말지는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 목사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는 목사와 교인들이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줍니다.그리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 경험해 본 적 없는 죽은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우리가 뭘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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