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존재 자체가 자산이요,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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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날들을 위한 기도를 읽고

^^^▲ <살아갈 날...>의 표지
ⓒ 화니북스^^^
이 책은 목회자로, 교수로,스님으로 농부와 작가로,시인으로 살아온 11명의 삶의 단상들을 몇 꼭지씩 모아놓은 것이다. 애잔한 풀꽃 같은 감동으로,혹은 사랑방의 따뜻한 온기로, 혹은 땀과 눈물로 빚어낸 고통에의 승화로, 흙냄새의 숨결로, 조용하게 스며드는 글이다.

볼일이 있어서 밖에 잠시 나갔다가 두어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이 책을 읽었다. 비가 오다가 주춤거리다가 다시 오다 말다 하던 몇 일 전의 일이다. '하느님이 존재 자체로 선물이 되신 겇처럼 나도 이 세상에서 존재 자체로 작은 선물이 되어야지,시가 되어야지...'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이해인님의 <선물에 대한 단상>가운에 있는 글귀였다. 차 안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후덥지근하게 더워서 화단가에 앉아서 읽고 있던 나는 '내 존재 자체로 이 세상에 어떤 선물이 될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이슬처럼 마음 속에 잔잔히 스며드는 저자의 글이 마음을 밝게 했다.

김훈의 <아날로그적 삶의 기쁨>은 한마디로 아날로그적 삶의 예찬이다. 한평생 연필로만 글을 쓴다는 그는 연필로만 글을 쓸 때만 그의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나는 이 느낌이 없이는 한 줄도 쓰지 못한다'고 말한다.그는 그의 책 <자전거 여행>에서도 자전거를 타는 것은 아날로그적 삶의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악기를 연주하는 인간은 아름답다. 그는 선율과 박자위에 지금까지 없었던 세계를 빚어낸다. 그가 빚어내는 세계는 연약하고 정처 없는 것이어서 음들은 태어나는 순간에 시간 속에 소멸한다.<중략> 그리고 몸과 악기의 교감의 원리는 오직 아날로그의 방식으로만 가능하다'고 쓰고 있다. 악기를 연주하는 것 또한 아날로그적 삶의 방식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호승 시인의 글 가운데 <땅위의 직업>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저자가 잡지사 기자 시절에 단 한 번 취재를 위해 만났던 김장순 씨에 대해 싣고 있는데,농사를 짓다가 농협 빚 200만원을 갚지 못해 빚잔치를 하고 탄광촌으로 뛰어든 김씨를 따라서 지하 막장까지 따라갔다고 한다.

'먼저 탈의실에 들어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700미터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갱차를 타고 수평으로 1200미터 까지 가서 다시 갱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갔다'고 쓰고 있다.

'...갱 양편으로는 탄가루가 섞인 검은 지하수가 급히 흘러갔다. 갱바닥은 탄가루와 뒤범벅이 돼 장화신은 발이 푹푹 빠졌다...그렇게 한 30여분쯤 걸어 들어갔을까. 더 이상 갱도가 없는 곳이 나타나고 갱벽 한가운데를 비스듬히 뚫은 새로운 갱도가 하나 나왔다. 두세 사람이 겨우 드나들 수 있을 만큼 좁은 갱속을 제대로 고개도 들지 못하고 거의 기어가다시피 하면서 들어가보자 그곳이 바로 지하 막장이었다...'

취재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게 여겨졌다고 저자는 쓰고 있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그는 소원이 있다면 무엇이냐고 김장순 씨한테 물었다.

"물론,그건 땅 위의 직업을 갖는 거지예,땅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직업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잘 모르니더." 저자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땅 위의 직업" 갖기를 소원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쓰고 있다.

이후로, 그는 "땅위의 직업을 갖고싶다'는 김장순씨의 말을 단 한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세상살이가 힘들 때마다 그를 생각하며 '땅 위의 직업을 지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위로를 받는다'고 적고 있다.

장영희(수필가.교수)의 <다시 시작하기>에서는 6년동안의 긴 유학 생활를 끝내고 귀국할 기쁨에 젖어 있었는데,2년여 동안의 시간을 통해 거의 완성한 학위 논문을 몽땅 도둑맞은 얘기다.

너무도 큰 충격과 절망감에 5일동안 두문불출,식음을 전폐하고 있다가 다시 절망을 딛고 일어나 1년만에 새롭게 논문을 완성했던 뼈아픈 추억을 말하면서 그 고통스러운 가운데 <다시 시작하는 법>을 배웠노라고 적고 있다.

'지금 누군가,죽어라고 노력해도 자꾸 뒤통수를 내리치는 삶의 횡포에 쓰러져 다시 일어나기를 포기하고 앉아 있거나 좌절을 안고 슬퍼하는 사람이 있다면 도둑에게 헌정한 내 논문을 보여주면서 말해주고 싶다.

'다시 시작하세요.인생이 짧다지만 '다시 시작하는 법'을 배우는데 투자하는 1년,아니 그 보다 더 긴 시간도 아깝지 않습니다.'라고 적고 있다.

요즘, 모두들 살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어제 만났던 사람은'사는게 재미있는 것도 없고 너무 힘들다.억지로 사는게 즐겁다'고 내 자신한테 체면을 걸며 산다.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정말 못살것 같기 때문에' 라고 했다.

잠시,하던 일을 멈추고 내게 남아있는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소중한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을 것이다. 땅위의 직업을 갖는 것이 소원'이라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아직...죽지 않았다.'내 존재 자체만으로도 선물'이 될 수 있고 가장 큰 자산일 수도 있다. 표지가 예쁜 <살아갈 날들을 위한 기도>가운데 얻은 잔잔한 감동이 아직도 내 마음에 흐르고 있다. 두어 시간 동안 후덥지근한 오후 시간에 나의 벗이 되어 주었던 이 책의 감동이 모든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로, 감동으로 전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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