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치킨게임'으로 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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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치킨게임'으로 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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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 난망하나 결국 경제문제로 풀어야

결국 미중(美中) 두 나라는 승부처가 필요한 새로운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양국 갈등이 달라이 라마의 방미를 정점으로 수그러들 거라는 예측은 다분히 드라마 이론에 근거한 기대치에 불과했으며 현실에서는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지난 연초, 중국 구글사태와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결정을 지켜보던 국제 전문가들은 '대결'보다는 '샅바싸움' 정도의 레벨로 양국 갈등을 인식했었다. 지난 달 18일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만남이 양국 갈등의 분수령이 되어 진정 국면으로 나아가지 않을까는 기대를 낳았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규정하기 위한 의회 안건 준비작업에 착수하자 중국 역시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중국은 자국 내 글로벌 기업들과 연대 움직임을 보이는 등 맞불을 놓고 있지만 이미 국제 금융기구들까지 위안화 절상 의견을 내놓고 있어 대응시기를 놓친 느낌이 든다.

이 시점에서 미국이 조금 더 시간여유를 가지고 위안화 절상 문제에 접근했었더라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도 가져 본다. 사실 중국은 인플레 압박과 자산 버블 문제로 큰 중압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금리인상이든 위안화 절상이든 은행 지준율 추가 인상이든 모종의 엑션 플랜을 세우려던 참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정적인 타이밍의 오류는 뜻밖의 곳에서 일어났다. 두 나라의 갈등이 정점에 다가가던 시점에 마침 베이징에서는 보름 간의 '양회'(兩會)가 열리게 되었다. 국제사회의 시각에서 보자면 이 양회는 모종의 '결정'을 하기보다는 양국 긴장상태를 공전시키는 일종의 시간낭비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긴 어려운 '실기'의 계기가 되고 말았다. 중국의 양회는 결산과 보고, 그리고 검토의 정치 행사이지 자유 민주체제에서처럼 합의와 결정의 기구는 아니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국가의 중대한 사안에 대해 최종 보고서가 결정하지만 중국에서는 몇 사람의 두뇌가 결정한다. 이것이 바로 양국 정치문화적 차이이다. 이 차이는 미국의 집요하고 체계적인 공격력과 중국의 굴기(堀起)하는 정신력으로 대별되는 대립양상을 보여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여전히 우리에게는 이 중국의 '일어서는 힘'의 정체가 불분명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논리적으로 분석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는 관념 또한 재고되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양회의 막바지에 나온 결론은 더 어두운 것들이었다. 원자바오 총리는 "현재 위안화 가치가 그리 낮은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덧붙여 "양자 갈등의 책임은 미국측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칙적인 중국의 입장을 정리한 것에 불과한 이 말이 더더욱 양회의 합의사항이 아니라는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양국 갈증의 해결점을 찾기에는 아직 난망하다는 어두운 전망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발언이었다.

양회를 마치자 다시 시작된 미국의 공세는 구체적이고 맹렬하였다. 의회와 국제기구를 앞세운 공세는 위안화 절상, 파룬궁 문제에 걸쳐 예민하고 중압감이 큰 사안들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역시 막대한 달러와 미국 채권, 그리고 북한 등 아시아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이라는 카드를 쥐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 외교갈등의 핵심 주제는 '패권'(hegemony)와 '돈'(money)이다. 그러나 그 두 가지 키워드가 이제 조금씩 갈등의 표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진정한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종의 '머니게임'(Hegemony & money game)이라 볼 수 있는 이번 갈등은 과거 미국 소련 간 냉전(Cold war)과 비교하면 심각성에서 그 레벨과 양상이 매우 낮아 보이고 소프트한 면까지 가지지만 '복잡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결코 해결이 만만치 않다.

경제적 주도권을 상징하는 기축통화로서의 '화폐'를 의미하는 'Money'나 '상태와 동작'을 의미하는 접미사 '-mony' 나 모두가 지금 양국이 우열을 가리고 싶어하는 두 가지 문제이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금 달러와 충돌하는 위안화, 그리고 글로벌 지배력의 '혼돈상태'에서 두 나라의 다양한 '동작'들이 야기하는 불편한 '상태'를 빨리 정리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패권과 돈. 돈이 현실적인 목표라면 패권은 궁극적인 목표이다. 이 두 가지가 양국의 대결구도에서 보면 상충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돈의 문제에서 중국이 고삐를 잡고 있다면 패권의 문제에서는 미국이 덜미를 잡고 있다.

미국이 대만이 첨단 무기들을 팔겠다고 결정하자 중국은 마침내 미국 채권을 처분해 나가기 시작했다. 여전이 양국은 막대한 '무기와 채권' 그리고 추가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위안화 절상 문제와 인권문제, 그리고 무역적자와 환경문제 등이 양국 갈등의 외연에 포진하고 있다.

여전히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며, 미국은 냉전의 종말로 쓸모가 줄어든 막강한 군사 무기들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아직도 세계는 더 많은 달러를 필요로 하고 더 많은 무기를 원한다는 데 문제의 복잡성이 존재한다.

이 갈등은 어떤 협상이나 조정을 통해서는 궁극적으로 합의나 해결단계에 이르지 못한 거라는 점이 자명한 일이다. 그래서 양국은 '싸우지 않고 공동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고 만남도 가졌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노력은 패권과 돈이 지니는 '제로-섬'의 속성과는 처음부터 영 맞지 않는 시도였음을 두 나라는 인식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시점에서 오바마의 베이징 방문은 성과없이 불쾌하게 끝났었다.

아마도 지금 두 나라의 수뇌부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이렇게 될 거라면 한 3년 전에 시작했어야 할 싸움이야." 이건 워싱턴 팀들의 생각이다. "아, 조금 빠른 느낌이야." 베이징 수뇌부에서는 이런 소리가 나올 시점이다.

이 갈등은 두 나라 모두에게 결코 이롭지 않다. 왜냐하면 이 싸움의 승부는 나지 않을 것이며 다만 양자 중 한쪽이 다른 쪽에 비해 약간의 우위를 확인하는 선에서 갈등 이전의 원점으로 회귀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나라가 결코 '치킨게임'에 나설 수는 없다. 과연 두 나라 중 어느 쪽이 지금 점점 가까워지는 상대방을 향해 자신있게 엑셀레이터를 밟을 수 있는가? 그러기엔 서로의 약점이 너무 많고 내적인 문제가 복잡하기만 하다.

원점으로 되돌아 왔을 때 누구의 어깨가 좀 더 높고 누가 누구의 어깨를 감싸느냐를 결정하기 위해서 하는 싸움이라면 시작하지 않는 게 더 현명했을 것이다. 다만 두 나라 모두가 아무런 전조도 없이 돌연적인 것처럼 보이게 다가온 갈등에 신중하게 대처할 여유조차 없이 '설전'과 '준비동작'을 취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은 여러 번 지적되어 온 것처럼 이 갈등이 동아시아의 외교판도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에 있다. 우리는 아직 필요하다면 미국의 첨단 전투기를 더 사 와야 하고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심각한 전쟁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 지금의 상태이지만 필요에 의해 신무기 사재기 경쟁이 다시 재연된다면 그 자체로서 위기는 고조되고 경제는 후퇴하게 된다.

한중일 세 나라가 공동 번영의 기치를 내세우고 있고 중국 양안이 화해 협력의 길로 나서며 북한까지도 경제개방의 길에 접어든 이 시점에서 점점 격화해 가는 미중 간 갈등을 우려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두 강대국이 치킨게임의 장으로 나설 수 없다면 조만간 몇 가지 사안별 협상의 장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다음 달 중순 워싱턴에서 열리게 될 핵 안보 정상회의에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어떤 모습으로 참석할 지, 아니면 대리 참석자를 보낼 지에 국제적 관심이 주목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로선 타협을 기대하기 어려우나 양국이 처한 내외 현실에 대입한다면 중국의 위안화 절상과 미국의 대중 무역제재 완화가 협상을 통해 조율되는 것만이 남겨진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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