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과 교포, 동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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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과 교포, 동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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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 하나에서 관계가 결정된다

 
   
     
 

현재 중국이나 한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에 대한 호칭이 요즘 자주 이슈로 대두된다. 나는 현재 중국 심양에 살고 있는 한국 교민으로서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한국 내 조선족 체류자 36만 명, 재중국 한국인 교민 수가 90만 명에 도달한 현실에서 호칭 하나가 가지는 의미가 어떤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이다. 한국에서나 중국에서나 매일 마주쳐야 하는 같은 핏줄끼리 호칭의 어색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보통 일상대화에서 조선족이라 부르고 조선족들과 대화할 때는 동포나 교포로 부르는 습관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러한 호칭은 사전적으로나 예의상으로 볼 때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다. 다만 이 호칭들이 가진 문화적 뉘앙스나 편견, 또는 심지어 외교적인 문제까지 개입되면 문제는 단순하지가 않게 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양국 간의 인적 교류가 증가하면서 서로의 입장과 지위가 달라지고 있다는 데서 생긴다. 다시 말해 한국 내 조선족 체류자들의 양적 질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과거 멋모르고 달려간 조국이라는 나라에서 받았던 일종의 괴리감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는 분명 일부 지각없는 한국인들의 동포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큰 작용을 했음이 자명하다.

최종 결론을 말하자면 이들의 호칭은 ‘교포(僑胞)’로 통일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혹자는 지적할 것이다. ‘교(僑)’자의 의미는 타관살이를 의미하므로 안 맞지 않느냐고 말이다. 물론 약간의 해석 상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나는 이들이 현재 타관살이를 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므로 문제가 아니라고 여긴다. 이 점을 명확히 정의할 수 없어서 그들은 공식적으로 동포라는 호칭을 써달라고 요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그들은 마음속으로는 교포라 불러주기를 바란다. 조선족 교포들은 현재 엄연한 중국 국적의 공민이며 정치 이념적으로도 대다수가 중국의 체제에 의존하고 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그것은 민족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체제의 문제이며 누구든 한 나라에 소속된 개체로서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게 또한 나의 생각이다.

현재 한국에 거류하는 교포들이 단지 돈 때문에 조국을 찾았든, 아니면 돈과 친지와 조국을 함께 찾아온 것이든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어쨌든 그들의 마음속에 조국이 있고 그들이 늘 모국어로 말하고 사고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들을 교민이라 부르는 게 맞다. 간혹 인터넷에서 채팅을 하거나 민감한 뉴스에 대한 댓글을 보면서 양국에서 동포끼리 옥신각신하는 모습들을 접하면서 나 역시 과연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모국이라는 것이 어떤 모습일까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그들의 부모가 모국에 머물면서 심리적이든 육체적이든 가정적이든 많은 고민에 휩싸여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들 중 수많은 가정이 이혼의 아픔에 시달리고 있음을 남의 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이유로 자신의 모국을 미워하건 사랑하건 그것이 관심의 표현임에는 분명하다.

왜? 모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결론을 짓는다. 지리적 거리나 심리적 거리가 아주 먼 동포가 아닌 이상 교포라고 호칭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나는 모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는 것으로 그 기준을 삼을 수 있다는 견해다.

더 넓은 시각으로 보면 이들을 동포라 부르는 게 객관적이긴 하다. 그러나 동포라는 말은 단지 핏줄에 관한 개념이며 너무 포괄적이어서 현재 한국에 사는 한국인이나 재일교포나 모두가 동포이므로 그리 유효한 용어가 못 된다. 더욱이 현재 중국정부 역시 동포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민족주의적이라는 이유로 경계하기까지 한다.

중요한 것은 조선족이라는 우리의 오랜 호칭습관이 사전적으로는 적확하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상황에서 구분 없이 쓰이기에는 맞지 않다는 점이다. 조선족이란 말은 중국 내에서 통용되는 민족구분의 행정 용어이다. 묘족이나 장족이나 마찬가지다. 논문이나 뉴스에서는 그 용어를 따라 써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고 대화에서도 간혹 딱히 지적할 필요가 있다면 써도 무방하다. 그러나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경우 동포나 교포가 더 맞는 용어이다. 물론 고조선 시대로부터 우리 민족은 동이족, 예맥족, 조선족 등으로 불려 왔으나 현재 한민족이라는 호칭이 대표성을 가지는 상황에서 조선족이라는 용어는 전적으로 중국식 표현이라고 규정해야 옳다는 것이다. 같은 민족에게까지 민족 구분의 개념에 근거한 호칭을 쓰는 것은 그들도 바라지 않고 사리에도 맞지가 않다.

교포라는 말이 ‘떠돌이’라는 의미로 부정적인 어감을 가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반대로 말하여 마음의 정처가 따로 있다는 좋은 의미가 된다. 그리하여 230만 명에 이르는 우리의 중국교포들의 마음속에 모국이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어찌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불과 10년 안에 동북아시아의 패권시대, 한국, 일본, 북한, 만주, 몽골을 잇는 극동아 축의 중심에 서게 될 날을 기다리면서 호칭 하나에서부터 조금 더 넓은 사고와 포용력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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