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척 없는 강가에 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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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척 없는 강가에 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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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15>이성복 '강'

저렇게 버리고도 남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는 어디서 죽을 것인가
저렇게 흐르고도 지치지 않는 것이 희망이라면
우리는 언제 절망할 것인가

해도 달도 숨은 흐린 날
인기척 없는 강가에 서면,
물결 위에 실려가는 조그만 마분지조각이
未知(미지)의 중심에 아픈 배를 비빈다

 

 
   
  ^^^▲ 강가에 서서 산 그림자를 바라보자
ⓒ 이종찬^^^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

인용한 글은 하늘의 기본 경전이라고 일컫는 <천부경>의 맨 첫 머리와 맨 마지막에 나오는 글입니다. 일부 학자들과 종교인들에 의하면 <천부경>은 하느님이신 환인께서 환웅을 통해 백두천산에 내려와 인간에게 우주만물의 이치를 직접 가르친 뒤, 하늘로 올라가면서 인간에게 내린 경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천부경>은 태백산에 있는 단군전비(檀君篆碑)에 새겨져 있던 글씨로, 최치원(崔致遠)이 처음으로 번역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접하는 <천부경>은 묘향산에서 10년간 수도한 계연수(桂延壽)란 사람이, 1916년에 암벽에 새겨진 내용을 발견, 이듬해 대종교에 전한 것이라고 합니다.

<천부경>은 모두 3장 81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 <천부경>의 연역이 360자로 이루어진 <삼일신고>이며, <삼일신고>의 귀납은 다시 이 경전이 된다고 합니다.

이 경전은 천지장, 지지장, 인지장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제1장 천지장(天之章)은 우주만물이 생성, 소멸되는 원리를 다루었고, 지지장(地之章)은 만물의 생성과 소멸을, 인지장(人之章)은 인간 궁극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즉, 1에서 10까지의 숫자가 지닌 원리를 통해 천(天), 지(地), 인(人)의 삼극(三極)이 태어난(生)다는 것입니다. 또 그리하여 자라다가(長), 늙고(老), 병들어(病) 죽는(死) 것이며, 그 현상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 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천(一), 지(二), 인(三)이 모두 하늘을 뜻하는 일(一)로 귀일(歸一) 또는 통일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즉 하나(一)는 우주의 근본이요, 우주만물이 생성, 소멸되는 숫자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一)보다 먼저 있는 것은 없으며, 하늘과 땅과 사람이 삼극(天地人 析三極)이지만 그 근본은 다함이 없다(無盡本)는 그런 뜻입니다. 하지만 이 경전도 출처가 정확치 않아, 누군가에 의해 적당히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아, 지금까지도 끝없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기도 합니다.

이 시를 읽다 보니, 갑자기 <천부경>이 생각납니다. 그렇습니다. 천부경에 나오는 순환의 법칙처럼 우리 인간과 우주만물의 생성과 소멸 또한 끝도 없고 시작도 없는 순환의 연속이 아닐까요.

그래서 시인은 "해도 달도 숨은 흐린 날/인기척 없는 강가에 서"서 "물결 위에 실려가는 조그만 마분지조각이" 되어 "미지의 중심"을 향해 "아픈 배를 비"비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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