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벌레에 얽힌 첫사랑의 추억
사슴벌레에 얽힌 첫사랑의 추억
  • 이종찬 기자
  • 승인 2003.08.26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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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재민 성장소설 <사슴벌레 소년의 사랑> 펴내

 
   
  ^^^▲ <사슴벌레 소년의 사랑>의 표지
ⓒ 사계절^^^
 
 

"순희 누나, 내년 여름에 꼭 만나요. 그 쪼다랑 같이 와도 좋아요. 건강하기만 하면 돼요."

첫사랑! 단어만 떠올려도 왠지 가슴 설렌다. 또한 아득한 기억 저 편에서 금세 하얀 뭉게구름이 하트 모양을 그리며 뭉실뭉실 피어오를 것만 같다. 근데 첫사랑의 상대가 누구였지? 내가 태어나 맨 처음으로 사랑한, 아니 짝사랑한 그것도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문부호? 그래. 첫사랑은 바로 그 의문부호 같은 것일 게다.

1961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나 공장 노동자에서부터 점원, 세차원, 웨이터, 고물장수, 미군부대 종업원, 굴뚝 청소부, 경비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다가, 한국소설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작가의 길로 접어든 이재민(42)이 성장소설 <사슴벌레의 사랑>을 펴냈다.

이 책은 이성에의 새로운 눈을 떠가는 중학교 1학년생 은수가 피부병을 고치기 위해 약수터에 갔다가 서울에서 내려온 어여쁜 누나를 만나게 되면서 단박에 좋아하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다. 하지만 그 누나는 은수의 첫사랑의 대상이기보다는, 은수가 이성에 눈을 떠가는 과정에서 으레 겪는 일종의 짝사랑의 대상이다.

왜냐하면 은수는 폐가 안 좋아 늘 얼굴이 창백한 그 누나에게서 달맞이꽃처럼 청순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하고, 여지껏 은수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에 당혹스러워 혼란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사랑의 감정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정(情)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이재민의 <사슴벌레 소년의 사랑>은…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투명할 만큼 맑은 서정성을 이루어 낸 점이 돋보이며, 30년이라는 세월의 저편에서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순수한 감동을 길어 올리고 있다. 이런 점은 컴퓨터 게임과 같은 사이버 공간에 쉽게 빠져드는 우리 시대의 청소년들에게 자연에 맞닿아 있는 신선한 감각을 환기시켜 주는 힘을 지니고 있다." (현기영, 오정희, 황광수)

제1회 사계절 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은수와 자연, 은수와 이성이 모두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슴벌레는, 은수에게 있어서 자연의 한 부분이기도 하고, 은수가 짝사랑하는 폐병 걸린 누나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또한 은수는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나무타기며 열매 따먹기며, 온갖 곤충과 꽃들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은수에게는 서울에서 내려온 누나처럼 자연을 보호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따위의 강박관념이 전혀 없다. 왜냐하면 은수에게 있어서 자연은 그저 평범한 것이고 지극히 일상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폐병에 걸려 얼굴이 하얗게 변한 누나 또한 마찬가지다. 은수는 늘상 자기 옆에서 잠을 자는 누나로 인해 가슴 설레는 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은수가 평소 자연을 바라보며 느끼는 그런 감정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수는 사슴벌레를 통해 누나에 대한 짝사랑의 감정을 자연스레 드러내는 것이다.

"나는 사슴벌레처럼 강한 사나이가 될 거야."
"사슴벌레는 절대로 남을 해치지 않아. 하지만 얕잡아 보게끔 하지도 않지."


<사슴벌레 소년의 사랑>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1318문고다. 다시 말해 13세부터 18세까지가 이 책의 독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심사할 때에도 심사위원들끼리 사이버 공간에 빠져 있는 요즘의 청소년들에게 과연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결국 자연에 대해 잘 모르는 요즈음의 청소년들에게 오히려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일깨워 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지었다고 한다. 작가 또한 수상소감에서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우리가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순수한 자연과 인간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소설은 중학교 1학년생인 주인공 은수가 가려움증으로 애를 먹다가 약수가 효험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엄마와 함께 보름간 미송리 약수터에 머물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송리 약수터는 제법 깊은 산골에 자리잡고 있다. 또한 이 약수터에는 온갖 병들을 고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엄마와 함께 약수터에 간 은수는 돈이 없어 마당에 있는 아름드리 벚나무 아래에서 멍석을 깔고 잠을 잔다. 그런데, 사흘 뒤에 서울에서 어여쁜 누나가 자기 어머니와 함께 이 약수터를 찾는다. 그리고 그 일행도 은수네의 멍석에서 같이 잠을 잔다.

은수보다 아홉 살이나 많은 그 누나의 잠자리는 은수 바로 옆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은수는 지금까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때부터 은수는 그 누나와 함께 산에 나무를 하러 가기도 하고, 그 누나가 목욕을 하는 것을 지켜주기도 하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날, 그 누나에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은수는 여러 가지 갈등에 시달리게 된다. 게다가 서울에서 온 동갑내기 기영이가 늘 눈엣가시처럼 거슬린다. 고민에 빠진 은수는 문득 누나에게 자신의 남자다운 면을 유감없이 보여주면서도, 기영이를 제압하는 기발한 방법을 찾아낸다. 그리고 마침내 기영이와 누나가 보는 앞에서 사슴벌레의 커다란 집게 발가락 사이에 손가락을 집어넣는데...

<사슴벌레 소년의 사랑>은 은수가 자신보다 아홉 살이나 많은 누나를 통해 첫사랑에 눈을 떠가는 과정에 대한 자잘한 감정과 평소 은수가 거리낌없이 대하던 자연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조화를 이룬, 근래 보기 드문 깔끔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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