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촌장, 최초의 일기예보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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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촌장, 최초의 일기예보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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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칭얼대면 비가 오고, 밥알이 식기에 붙으면 맑은 날이다

^^^▲ 비 온 뒤 맑게 갠 여의도 하늘
ⓒ 사진/뉴스타운 고병현 기자^^^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날씨를 보고 변덕이 죽 끓는다고 말한다. 요즘 날씨가 그렇다. 기상청이 기층 불안으로 일기예보를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어서인지 일기예보가 빗나가서 사람들이 못 믿겠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일기예보를 못 믿겠다는 말은 늘 있는 말이다. '로맨스 빠빠'라는 영화는 6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로 가정의 페이소스와 위트를 담은 사회풍자극이다. 주인공의 딸이 어는 날 신랑감을 데리고 온다.

직업이 무엇인지를 묻자 일기예보를 한다고 말한다. 그러자 맨 날 틀리는 일기예보를 하는 사람에게 딸을 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며, 자기가 하늘을 한번 처다 보면서 비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갑자기 소낙비가 내리는 장면이 나와서 관객을 웃겼었다. 그런데 지금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단순하게 코믹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고, 우리 조상들의 슬기를 이야기하려고 해서다.

부모님들이 나이가 지긋해 지면 자연환경의 여러 가지 현상을 보고 일기를 가늠했었다. 다시 말해서 농사나 고기를 잡기 위해서 일기예보를 처음으로 시작한 것은 농민과 어민이고 그 중에도 나이가 많은 촌장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러한 예측의 말들 중에는 너무 과학적인 것이 많아서 놀라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옛날에 할머니들이 흔하게 말한 말들로서, 무릎과 허리가 쑤시고 아프면 비가 오고, 마른하늘에 번개가 치면 비가 온다는 말들이다.

이러한 일기 예보의 적중률은 여러 가지로 말할 수가 있다. 기상변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만 비나 눈 강수 현상만을 놓고 적중률을 문제삼지만, 일기 예보가 단순히 그러한 점만을 맞추기 위해서 일하는 곳은 아니다.

거미가 집 지으면 맑은 날

일기예보가 정확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것이어서 의례 그러한 것쯤으로 치부하고, 맞춘 것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지 않으며, 못 맞춘 것만을 기억하고 말하게 된다. 하지만 비나 눈, 강수현상만을 놓고 보면, 오늘은 87%, 내일은 77% 같은 차이가 나는 사례가 되지만 대체로 비슷한 적중률을 나타낸다.

따라서 단순히 비가 온다 안 온다하는 이분법으로만 보고 기상 적중률의 높고 낮음을 말하는 것은 잘 알지 못하고 하는 말이 된다. 지구의 기상변화는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많은 변수가 있고 고도의 분석 기술이 요구된다.

기상예측이 계절별로 어렵고 쉽기도 하고, 기상변화가 더 빠르고 느린 시기가 있어서, 설령 정확한 분석예측을 한다해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서 맞지 않거나 변화하는 자료가 되기 때문에 100%의 적중률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된다.

그래서 좀더 세밀하고 과학적인 조사분석이 요구되지만 쉽지 않다. 그런 변수 때문에 우리의 조상들도 여러 가지 생활주변의 동태를 판단하고 일기를 예측해서 실익과 위험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했다.

밀물과 썰물 때를 알고, 사리와 조금을 알면서 고기를 잡았다. 농군들은 쌀값이 떨어지면 그 다음해에는 가뭄이 온다는 예측을 하고 그에 대비를 했다. 그 이유는 물이 늘 고여 있는 논농사를 줄이면 가뭄이 든다고 보아서다.

또한 번개가 잦으면 비가 많이 와서 풍년이 들고, 제비가 땅바닥 가까이 날아다니다가 하늘로 높이 오르는 것을 반복하면 비가 온다고 했다. 그 이유는 날씨가 흐려지면 날 것들이 습기로 인해서 높이 오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습도가 높아지면 비가 올 확률이 높아져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이다. 개미들이 비가 오려고 하면 일렬로 무엇을 입에 물고 움직인다. 그 이유도 비가 많이 올 것에 대비해서 알이나 먹이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한 행동이다.

날씨엔 경험방이 최고

바다의 해파리는 폭풍우가 오는 것을 점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해파리가 연안의 안전한 쪽으로 이동하면 폭풍우가 온다고 한다. 메기와 미꾸리는 흙 속에서 주로 사는데 폭풍이 다가오면 수면으로 올라온다고 한다.

미꾸리는 맑은 날씨에는 물밑에서 조용히 지내지만, 날이 흐려지면 꼬리를 흔들며 돌아다니는 것으로 비가 올 것을 예고하고, 거머리 역시 빠르게 수영하거나 지렁이가 몸을 들어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렁이는 건조하기 쉬운 피부를 가졌는데, 자기 스스로 맨 땅으로 기어 나오면 바로 죽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것은 큰비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한다. 종달새가 낮게 날면 비가 오고, 높게 날면 맑은 날이 된다는 것으로 일기를 점지했다.

거미가 집을 지면 맑은 날이 되고, 해 무리나 달무리가 나타나면 비가 올 징조가 된다. 겨울밤이 아주 맑으면 눈 또는 비가 내리고, 아침 무지개는 비가 오며, 저녁 무지개는 말은 날씨가 된다. 별빛이 유난히 깜빡거리면 큰바람이 분다고 한다.

비가 내리고 있는데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서 서풍이 불면 비가 그친다. 새벽에 물 위에 김이 오르면 가뭄이 들고, 여름에 바람이 적으면 가뭄이 들 징조가 된다. 변소나 하수구에서 평상시보다 냄새가 심하면 비가 온다.

아침에 이슬이 맺혀 있거나 연기가 수직으로 올라가면 맑은 날이 되고, 연기가 굴뚝으로 잘 안 빠져나가면 비가 온다. 연기가 동쪽으로 흐르면 맑은 날씨가 되고, 밖에서 사는 고양이가 설치면 큰비가 온다.

아이가 칭얼대고 먼 산이 가깝게 보이면 비가 오며, 밤하늘이 유난히 맑으면 큰 서리가 내리고, 이른 아침이 따듯하면 비가 내린다. 아침 천둥은 큰비가 올 징조고, 동쪽의 번개는 비를 내리지 않는다.

저녁 노을이 며칠 간 심하게 계속되면 한발이 찾아온다. 여름에는 남쪽이 밝아야 맑고 가을에는 서쪽이 밝아야 맑다. 연못이나 저수지에 거품이 많으면 비가 오고, 서리가 많은 아침은 맑다.

비늘구름이 나타나면 비가 내리고, 물독에 눈물이 맺히면 비가 온다. 낙엽이 일찍 떨어지면 눈이 일찍 온다. 청개구리가 낮은 곳에 있으면 맑고, 아침에 새매가 뜨면 비가 온다. 철새가 빨리 오면 추위가 심하다.

봄꽃이 가을에 다시 피면 그 해는 추위가 늦게 온다. 이러한 것말고도 무수히 많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의 의견이 종합되면 확실성이 더 높아진다. 아무튼 우리 조상들은 매우 슬기롭게 일기를 점지하고 살았다.

경험이 많은 마을의 촌장은 더 잘 알아서 그것을 동네에 미리 알리기도 하고 이웃이 물어오면 그에 맞는 이야기를 해 주어서 공동선을 이루는 역할을 했다. 동네를 한 바퀴 아침 일찍 돌아보고 그 날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려주면 마을 사람들이 그를 믿고 그 의견에 따랐다. 그래서 맞으면 고마운 말이 되고, 안 맞아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보다 정확한 일기예보를 해서 모두가 편한 생활을 하면서도 조금만 틀려도 비난을 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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