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성시의회 결산검사, 숫자를 넘어서 신뢰를 남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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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성시의회 결산검사, 숫자를 넘어서 신뢰를 남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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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한마디 "결산은 지나간 숫자를 닫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의 책임을 여는 일이다"
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안성시의회의 2025회계연도 결산검사가 지난 22일 마무리됐다. 20일간 이어진 이번 결산검사는 단순한 연례 행정 절차가 아니다.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한 집행부, 이를 감시하고 점검한 의회가 함께 시민 앞에 재정 운영의 결과를 설명하는 지방자치의 공동 책임 과정이다. 시민의 세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왜 그렇게 집행됐는지, 그리고 그 예산이 실제로 시민 삶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현실적인 행정 검증의 자리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결산검사는 제8대 안성시의회의 마지막 결산검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4년 임기의 끝에서 의회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집행부는 지난 행정의 성과와 한계를 함께 점검받는다. 예산은 숫자로 남지만 그 숫자 안에는 선택과 책임, 그리고 시민의 평가가 함께 담긴다. 결산은 단순한 회계 정리가 아니라 지방자치의 신뢰를 확인하는 마지막 보고서다.

안정열 의장은 “이번 결산검사는 제8대 안성시의회의 마지막 결산검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며 “시민의 소중한 혈세가 적재적소에 가치 있게 쓰였는지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살펴 다음 대 의회로 이어질 건전한 재정 기반을 마련해달라”고 밝혔다.

황윤희 대표위원 역시 “4년간 예산서를 들여다보며 키운 안목으로 전체 흐름을 통해 안성시 재정집행의 방향을 보겠다”며 “예산 집행의 적정성과 사업의 실효성을 꼼꼼히 살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명확히 짚어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발언에는 공통된 메시지가 있다. 결산은 지나간 숫자를 정리하는 절차가 아니라 다음을 준비하는 책임의 시간이라는 점이다. 시민이 기대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의지의 표현이 아니라 실제 변화다. 결산은 다짐으로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라 기록과 결과로 검증받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감시하는 기관이다.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따지고, 행정의 비효율을 지적하며, 시민의 입장에서 끝까지 질문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다. 그러나 동시에 지방의회 역시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의원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 정책지원관 운영비, 연구용역비, 의정홍보비, 국내외 연수비, 의회사무국 운영비까지 모두 시민의 부담으로 집행된다.

그래서 결산은 집행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의회는 자신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는다. 집행부를 향해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기관이라면 스스로의 예산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민은 이제 의회에도 묻는다. 당신들은 정말 그 기준을 자신에게도 적용하고 있는가.

이번 안성시의회 결산검사가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형식적 통과 절차가 아니라 지난 4년 전체를 돌아보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황윤희 대표위원이 언급한 “전체 흐름”이라는 표현은 그래서 중요하다. 결산은 한 해의 숫자만 확인하는 작업이 아니다. 반복된 문제는 없었는지, 개선은 실제로 이뤄졌는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있었는지를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봐야 한다.

특히 예산의 본질은 많고 적음이 아니다. 왜 필요한지, 어떤 기준으로 집행됐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시민에게 어떻게 돌아왔는지가 핵심이다. 시민이 납득할 수 있다면 예산은 살아 있는 정책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숫자는 곧 불신이 된다. 결국 지방재정의 핵심은 금액이 아니라 신뢰다.

안성시의회 역시 최근 몇 년간 의정홍보비와 광고비 문제로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아왔다. 의정활동을 시민에게 알리는 일은 분명 필요하다. 지방의회가 무엇을 논의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시민에게 설명하는 것은 의회의 중요한 책무다. 시민과 가장 가까운 정치가 지방정치인 만큼 소통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다.

하지만 홍보는 어디까지나 수단이어야 한다. 시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예산이어야지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 관리로 비쳐서는 안 된다. 홍보비가 늘어날수록 설명은 더 투명해야 하고 집행 기준은 더 공정해야 하며 효과는 더 분명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결산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논란의 크기가 아니라 개선의 실질이다. 예산이 늘었다면 그만큼 더 명확한 기준이 마련됐는지,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가 있었는지를 봐야 한다. 필요한 예산이었다면 왜 필요했고 어떤 효과를 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결산은 “필요했다”는 주장으로 끝나는 자리가 아니라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증명하는 자리다.

연구용역과 정책개발비 역시 같은 기준에서 봐야 한다. 지방의회가 정책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를 추진하는 것은 중요하다. 복잡해지는 행정 환경 속에서 정책 역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러나 시민이 궁금한 것은 보고서의 두께가 아니라 실제 변화다.

연구 결과가 조례로 이어졌는지, 예산 조정으로 연결됐는지, 시민 삶에 어떤 영향을 만들었는지가 핵심이다. 보고서가 제출되는 순간 끝나는 연구가 아니라 실제 정책을 움직이는 연구가 되어야 한다. 좋은 용역은 책장에 꽂히는 것이 아니라 행정의 방향을 바꾸는 데 있다.

국내외 연수 역시 마찬가지다. 연수는 필요하다. 다른 지역의 우수사례를 배우고 선진 정책을 현장에 접목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시민은 어디를 다녀왔는가보다 무엇을 바꿨는가를 본다. 장소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연수의 목적이 분명하고 그 결과가 정책 변화로 이어진다면 시민은 충분히 공감한다. 반대로 보여주기식 출장으로 비친다면 아무리 좋은 명분도 설득력을 잃는다. 결국 모든 예산은 결과로 말해야 한다.

안정열 의장이 강조한 “다음 대 의회로 이어질 건전한 재정 기반” 역시 여기에서 출발한다. 건전한 재정은 단순히 숫자를 맞추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집행부의 책임 있는 예산 운용, 의회의 균형 있는 감시, 그리고 시민에게 열린 설명이 함께 맞물릴 때 가능하다.

이번 결산의 진짜 가치는 누가 더 많이 지적했는가에 있지 않다. 의회가 확인한 문제를 집행부가 얼마나 행정 개선으로 연결하느냐에 있고, 집행부가 설명한 성과를 의회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검증하느냐에 있다. 결산은 서로를 겨누는 시간이 아니라 시민을 향해 함께 책임을 다지는 시간이어야 한다.

정치는 늘 미래를 이야기한다. 더 큰 사업, 더 많은 지원, 더 나은 도시를 약속한다. 그러나 결산은 과거를 묻는다. 그래서 가장 불편하고 동시에 가장 중요하다. 화려한 계획보다 냉정한 점검이 먼저다. 시민은 약속보다 책임을 기억한다.

의회의 존재 이유는 본회의장의 큰 목소리에 있지 않다. 예산서 한 줄을 끝까지 들여다보는 집요함에 있다. 집행부의 설명을 끝까지 확인하고 시민의 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자세에 있다. 결산은 바로 그 책임의 최종 확인서다.

20일간의 결산검사는 끝났다. 숫자는 정리됐고 보고서는 남았다. 그러나 결산의 진짜 의미는 서류가 아니라 그 이후의 변화에 있다. 의회는 무엇을 바로잡았는지, 집행부는 무엇을 개선할 것인지, 시민은 그 결과를 어떻게 체감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예산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시민의 삶과 직결된 약속이며 행정의 방향을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인 기준이다. 그래서 결산은 과거를 정리하는 절차가 아니라 미래의 신뢰를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잘못은 반복되지 않아야 하고 부족했던 부분은 반드시 보완되어야 한다. 그것이 결산이 존재하는 이유다.

안성시의회의 이번 결산검사는 제8대 의회의 마지막 점검이자 다음 의회를 위한 출발선이다. 의회는 집행부를 향해 책임을 묻고 집행부는 시민 앞에 결과로 답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결국 시민의 신뢰로 완성된다.

좋은 결산은 숫자를 많이 남기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남기는 것이다. 보여주기 위한 행정보다 설명할 수 있는 행정, 형식적인 점검보다 실질적인 개선이 이어질 때 지방자치는 더 단단해진다.

결산은 끝났지만 책임은 끝나지 않았다. 시민은 여전히 묻고 있다. 그 돈은 정말 필요한 곳에 쓰였는가. 그 정책은 실제로 삶을 바꾸었는가. 그리고 의회와 집행부는 그 질문 앞에 당당할 수 있는가. 이제 남은 것은 설명이 아니라 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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