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일 위원장

5일자 평양발 '조선중앙통신'은 외무성 제1부부장 강석주와 노동당 중앙위원회부장 김양건이 배석한 가운데 김정일의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 접견사실과 관련해서 "미국 전 대통령 클린턴이 오마바 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정중하게 전달하고 김정일이 이에 사의를 표한 후 '공동관심사에 대한 폭넓고 진지한 담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같은 날자 노동신문은 '국방위원회'가 4일 저녁 김정일이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김기남 노동당비서, 강석주 외부성 제1부상, 김양건 당중앙위 부장, 우동측 국방위원, 김계관 외무성부상 등을 대동하고 참석한 가운데 빌 클린턴을 위한 만찬을 차렸다고 보도 했다.

노동신문은 클린턴이 김정일에게 미국기자 2명이 불법 입국하여 반공화국적대행위를 한데 대하여 <심심한 사과>의 뜻을 표하고 그들을 인도주의적견지에서 관대하게 용서하여 돌려보내달라고 하는 미국정부의 <간절한 요청>을 정중히 전달했다고 주장 했다.

신문은 이번 면담에서는 "조미사이의 현안문제들이 진지한 분위기속에서 허심탄회하고 깊이 있게 논의 되었으며 대화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데 대한 견해일치가 이룩되었다."고 밝히면서 김정일의 특사명령으로 두 기자가 풀려났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미국기자 석방은 '우리 공화국'의 인도주의와 평화애호적정책의 발현이라고 생색을 내면서 클린턴의 방북은 미.북 사이에 이해를 깊이하고 신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한편 북의 이런 발표에 대하여 미국은 클린턴을 통한 <오바마 멧시지 전달>은 물론 <사과>도 부인하고 있어 미국과 북의 태도가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우리를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김정일이 클린턴을 지나치리만큼 환대를 한 배경이나 클린턴과 김정일 간에 있었던 담화내용이 아직 확인 된 바는 없지만 북으로서는 "6자회담 무용, 미.북 양자회담 요구"라는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전달하고 '김정일의 건재함'을 내외에 과시함과 동시에 대내적으로는 미국의 사죄를 받아 낸 "영명한 지도자 상"을 재확인시키는 호기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은 미국과 직접대화의 '재미'를 맛본 반면에 2008년 7월 11일 등 뒤에서 쏘아 죽인 박왕자 주부에게 사과는커녕 현장조사조차 거부하고 지난 3월 30일 부터 불법억류 중인 개성공단 현대직원 유모 씨와 7월 30일 동해상에서 나포해간 연풍포는 풀어줄 기미조차 안보임으로서 '민족공조'의 허구와 '우리민족끼리'의 '마각'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로써 김정일은 미국에는 천사요 동족에게는 악마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며 현대아산직원 유모 씨와 연풍호 선원 4명은 어쩔 수 없이 2007년 4월 13일 당시 통일부 장관 이재정이 납북자란 용어 대신에 사용키로 북과 합의 한대로 <전쟁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이 되고 만 셈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 제 2조 ②항에는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기해 놓고 있다. 재외(在外) 국민이 아니라 적군에게 포로로 끌려가거나 불법 납치되어 강제억류중인 내나라 국민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는 너무나 당연한 노릇이기에 새삼 강조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