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맥주 파티^^^

미국의 동네일과 나랏일

지난달 16일 가택무단침입 신고를 받고 출동한 미국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경찰서 크롤리(Crowley)경사가 여행에서 돌아 와 문이 잠긴 자기 집 뒷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가려던 하버드대의 저명한 흑인교수인 게이츠(Gates)씨를 강도로 오인 체포한 사건이 발생 했다.

체포 당했던 게이츠 교수가 이 사건을 인종차별 문제로 비화시키자 22일 흑인대통령 오바마(Obama)가 경찰의 행동을 "멍청한 짓"이라고 편들고 나선데 대하여 크롤리 경사는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동네일까지 참견하고 나선 것은 유감"이라며 자신의 직무집행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일이 이렇게 되면서 24일 매사추세츠 주 경찰단체에서는 "케임브리지 경찰은 멍청하지 않다"고 반박한 뒤 "오바마 대통령은 미전역에서 활동하는 사법경찰관들에게 사과를 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등 경찰관련 단체의 반발이 확산되자 백악관 측은 서둘러서 진화에 나섰다.

24일 오바마는 방송인터뷰에서 "내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깜짝 놀랐다"며 "경찰관들이 어려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높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면서 "내 뜻은 게이츠 교수와 크롤리 경사가 모두 진정하고 냉정을 찾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명 했다.

백악관 맥주정상회담

대통령의 유감표명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논란'이 계속 확산될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오바마가 24일 백악관 정례브리핑에 예고 없이 등장해 "이번 사건이 확대되고 있고, 나 또한 이런 파문확산에 책임이 있다"고 정식 사과를 한 후 흑인교수와 백인경찰관을 백악관에 초청해 맥주 한잔으로 오해를 풀 것이라고 말 했다.

실제로 30일(현지시간) 밤 오바마 대통령과 게이츠 하버드대 교수, 크롤리 경사가 참석한 가운데 바이든 부통령까지 합석하여 각자가 선호하는 맥주를 마시며 앙금을 털어내는 자리를 가졌다.

회동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크롤리 경관은 “이 만남은 진지하고 생산적이었다.”고 설명하고 게이츠 교수는 “이번 만남은 굉장한 의미가 있으며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했으며 언론은 대체로 '맥주회담에 성공했다."는 평을 하였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노무현 당시 여의도 농민폭동을 진압했다는 죄로 쫓겨난 허준영 경찰청장과 현 정권에 들어와서도 용산철거민 폭동진압과정에서 '사망사고'가 발 생했다고 도의적(?) 책임을 물어 김석기 경찰청장의 옷을 벗기는 우리나라 공권력의 현주소가 너무나 대조적이란 사실을 절감케 된다.

오바마의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인류의 고전이라는 논어 학이(學而)편 8에는 인간의 수양문제에 있어서 "허물이 있으면 고치는 데에 게을리 하지 말라." 즉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고 가르친 공자의 경구가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과오나 잘못에 대하여 이를 사과하고 고치려들기 보다는 변명하고 합리화하는 데 급급하여 불필요한 거짓과 위선을 더하게 됨은 물론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도록>만드는 어리석음을 범하기 일쑤이다.

그런데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인 오바마의 경우는 잘못을 깨닫거나 지적받으면 이를 지체 없이 수용하고 사과함과 동시에 시정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君子다움을 보여주고 있어 미국 국민의 신뢰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백성들을 부럽게 만들고 있다.

이번 일로 오바마가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초기 재학시절 캠퍼스에서 19차례의 주차위반 사실을 즉각 시인사과하면서 벌과금을 청산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소한 의혹이라도 시인하고 사과하기보다는 이를 부인하고 변명하기에 급급한 대한민국 대선후보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는 부끄러운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대통령도 실수와 과오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실수나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를 즉각 시정하는 대통령과 본인의 실수나 과오를 인정하고 이를 시정하려들기는커녕 변명과 자기합리화에 급급하면서 쓸데없는 오기와 고집으로 일관하는 대통령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솔직함에도 '용기와 결단'이 필요할 것이다. 어쨌든 오바마의 신뢰의 정치가 돋보이고 부럽기까지 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