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오 국회의장 | ||
임기 말년에 노무현 대통령이 단임제 대통령이 문제가 많다면서 4년 중임제 대통령제로 개헌을 하자고 제안을 했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아예 대응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개헌논의가 나오면 영토조항인 헌법 제3조를 손보려고 할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나돌았다.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집권세력이 느닷없이 개헌을 하자고 나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원칙적으로 말한다면 기왕에 대통령제를 하자면 5년 단임제 보다는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5년 단임제에도 단점이 있듯이 4년 중임제에도 단점이 있다. 개헌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나 현 정부의 국정실패가 단임제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임제 개헌을 하자고 했을 당시에 야인이던 이회창 총재도 그런 내용의 인터뷰를 했고, 나 역시 그런 내용의 시론을 2007년 2월 초에 동아일보에 썼다.
노무현 대통령이 준비없이 대연정을 하자거나 개헌을 하자고 한 것은 정권이 무책임하고 즉흥적이라는 인상을 심어 주었다.
이번에 김형오 국회의장이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하기 위한 개헌을 하자고 주장한 것도 노무현 대통령 못지않게 엉뚱하다. 국회법에 의해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하며 의사를 진행하고 국회사무를 관장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의장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개헌 문제를 꺼낸 것은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다.
김 의장이 아는지 모르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권형 대통령제’는 ‘실패한 정부구조’이다. 대학에서 헌법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2원적 집정부제(執政府制)’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결점만 모아 놓은 것임을 잘 알 것이다.
실제로 2원적 집정부제와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바이마르 헌법은 기능마비가 되어서 나치의 등장을 초래했다. 이를 두고 정치학자이며 비교헌법학자인 칼 뢰벤스타인은 대통령제와 유럽식 의회주의의 결합은 ‘죽음의 키스’라고 표현했다.
오늘날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결부한 정부구조로는 프랑스가 대표적인데, 뢰벤스타인은 프랑스 5공화국 헌법(현행 헌법)은 ‘드골에 대한 맞춤양복’ 이라고 표현했다. 드골이 물러난 지도 40년이 되었지만 5공화국의 정부체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다만 근래에 대통령의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을 뿐이다.
그간 프랑스에서는 좌파 대통령에 우파 내각, 그리고 우파 대통령에 좌파 내각이란 불안한 ‘동거정부(同居政府)’가 오래 동안 지속되어 왔다. 어느 형태의 정부 구조도 완전하지 않지만, 2원적 정부제는 가장 불완전한 정부구조인 셈이다.
국회의장이 ‘2원적 집정부’를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둘러서 말하는 것은 현재와 같은 대통령의 권력장악과 일방적 국정운영이 문제임을 국회의장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사실 현 정부의 문제는 제도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국민과 여론을 무시하는 대통령의 ‘독주(獨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한 170석이 넘는 의석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야당일 적에 제기했던 원칙을 철저하게 뒤집어 버렸기 때문에 다수당으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검찰총장 청문회를 보면, 천성관씨를 지명한 청와대나 천씨를 두둔한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이 정상적인 사람들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국회의장은 엉뚱한 개헌 타령을 하기보다는 국회가 청와대의 일방적 국정운영의 꼭두각시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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